문지방

ART+LOUNGE DIBANG 디방 개관展   2010_0616 ▶︎ 2010_0724 / 월요일 휴관

문지방-Art + Lounge 디방 개관展_아트라운지 디방_2010

초대일시_2010_0616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로와정_문형민_송민규_이광호_이선경_이세현_장민승_전가영_차영석_크리스틴 선 김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트라운지 디방_Art + Lounge DIBANG 서울 종로구 평창동 435번지 Tel. +82.2.379.3085~6 www.dibang.org

또다시 문지방을 건너야 하는 시간이 왔다. 이번에 건너는 문지방은 전혀 낯선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이미 건너왔던 것이라 다시 돌아 건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인생을 살아가며 수도 없이 많은 새로운 문지방을 만나고 또 이미 건너온 곳을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이 새 것이든 익숙한 것이든 우리가 그 곳을 넘어서면서 오늘은 나를 통해 어제와 미래를 만나고, 이 곳은 저 곳과 조우하게 된다. ● '문지방'은 공간을 분리하는 경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두 공간이 만나는 접점이며 통로가 된다. 그 자체가 독자적인 공간을 점유하는 대신, 여러 다른 시간과 공간이 교차, 교류하는 지점의 표식이 되기도 한다. 옛 사람들은 문지방에 앉거나 서지 말라고 가르쳤다. 문화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결국 문지방은 머무는 곳이 아니라 끊임없는 이동이 벌어지는 열려있는 길목이며, 나뿐만 아니라 타인들도 오고 가는 공유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 문지방을 건너가는 많은 사람들은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을 소유하고 있다. 그것들은 문지방을 지나는 짧은 시간 동안 모호하고 불확실한 과정을 거쳐 새롭거나 혹은 다른 국면으로 전환하게 된다. 전환의 방식과 방향은 모두 다르겠지만 문지방을 오가며 교류하는 시선과 교감을 얻는 것, 그것이 문지방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며 의미이다.

로와정 Das Leben Der Anderen 타인의 삶_단채널 비디오_00:03:21_2009
송민규_모래의 여자_종이에 아크릴채색_109×79cm_2009

아트라운지 디방 개관전 『문지방』에 소개하는 로와정, 문형민, 송민규, 이광호, 이선경, 이세현, 장민승, 전가영, 차영석, 크리스틴 선 김은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이곳 문지방을 건너고 있다. 로와정의 싱글 채널 비디오 「타인의 삶 Das Leben Der Anderen」은 타인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집기를 옮기는 과정의 움직임과 소음을 기록한 것이다. 유리 그릇들이 옮겨지면서 만들어 내는 이미지와 소리의 날카로운 긴장감은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마찰과 상호 교감의 단면들을 연상시킨다. 송민규의 작품 「모래의 여자 1-16」은 동명 소설을 읽고 그린 회화 연작으로 모래 언덕 안에 갇힌 주인공이 탈출을 모색하는 모습을 작은 집에 빗대어 그려냈다. 16단계의 공간 변형을 통해서 외부로 탈출하는 작은 집의 여정은 결코 연속적이거나 논리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문형민_by numbers series_New Yorker 2008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0×150cm_2010
전가영_Color Notation - Clouds_전구, 한지, 염색, 사운드_각 30×30×30cm_2010

문형민의 회화 「by_numbers」연작은 1년간 『Playboy』, 『New Yorker』, 『Wired』 (잡지)에서 가장 빈번히 사용된 10개의 단어와 색채의 통계학적 수치에 따라 그려진 통계학적 회화이다. 실제로는 통계 지도에 가까우나 시각적으로는 기하학적 추상에 이르는 이 작품은 시간을 응축하는 독특한 방식을 보여준다. 전가영의 설치작품 「Color Notation – Clouds」는 음악, 즉 청각적 기호를 시각화하는 방식을 감성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음가와 색의 일대일 조화는 빛과 소리의 일차적인 연결을 초월하여 여러 울림이 모인 거대한 교향악의 화음을 제시한다.

장민승_5-404 from the series 수성동도_면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55×195cm_2010
차영석_Well Still Life_종이에 연필_100×70cm_2005

이선경의 작품 「전이」와 「Face」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언제나 작가 자신이다.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자화상들은 자신 안에 존재하는 타자들의 모습으로서 나와 타인이 스스로를 구성하는 기억과 삶과 관련되어 있다. 이세현과 장민승은 사라져가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억을 작품에 담는다. 이세현의 회화 연작 「Between Red」는 사진과 기억으로 남아있는 여러 풍경을 모아 만든 모자이크와 같다. 산업화와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하나 둘 사라져가는 옛 풍경을 놓치지 않고자 작가는 여러 개의 풍경 조각을 모아 이상화(理想化)된 산수풍경을 그린다. 장민승의 사진 연작 「수성동도(水聲洞圖) 」은 1972년 지어진 옥인아파트의 철거현장에서 촬영되었다. 아파트의 인공적인 실내 전경과 창 밖으로 보이는 자연 풍광은 도시 모습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 이해를 거스른다. 사람들이 살았던 지난 40년간 동안의 지층과 같은 흔적들은 과히 초현실적 시각경험을 유발하기까지 한다. 차영석의 「건강한 정물」 연작도 사물을 통해서 드러나는 시간과 기억을 그려낸다. 수집 취미는 개인적인 취향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직간접적으로 개인이 속한 사회적, 문화적 관계망 속에서 이루어지는 공동체적 미감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흐르고 변화하는 시간이 차영석의 정물화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음을 볼 수 있다.

크리스틴 선 김_Mongolian Blue Spot Series 1_마일라에 잉크_56×37.5cm_2006

이광호의 가구는 디자인과 순수 예술의 경계에 걸쳐있다. PVC 튜브로 제작한 「Obsession Series」는 전통적인 수공예 과정을 거치지만 계획적이지 않다. 오랜 시간 뜨개질을 하듯이 하나씩 매듭을 지어가는 긴 시간 속에서 결과물은 점차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낸다. 크리스틴 선 김은 선천적 청각장애인이다. 수화를 모르는 한국인 부모 아래서 수화로 영어를 배운 작가는 「몽고반점」드로잉 연작에서 자신의 몽고반점과 어머니의 대머리를 연관시키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보여준다. 작가는 소리와 이미지, 그리고 소통의 피할 수 없는 불일치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삶 속에 있는 모순 상황들을 드러낸다.

문지방-Art + Lounge 디방 개관展_아트라운지 디방_2010

문지방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모두 이미지의 시간성을 드러내는 여러 방식을 보여준다. 직선적이거나 연속적 시간 개념을 벗어나 응축되고 내재하는 이미지의 잠재성들이 시각화되는 과정을 통해서 의미와 무의미, 분리된 시간과 공간의 간격을 넘나드는 것이다. 이처럼 이미지의 시간성이 드러나는 방식에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물리적인 시간의 흔적이 작품 속에 남아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섬세하고 수공적인 작품에서부터 쌓아온 겹들이 지층을 이루는 과정을 거쳐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과거와 현재가 조우하는 순간 발생하는 초현실적인 경험, 스스로를 구성하는 여러 겹의 내적 허물을 드러내는 등 문지방을 오고 가는 예술적 표현 방식에는 매체의 한계가 없다.

문지방-Art + Lounge 디방 개관展_아트라운지 디방_2010

그러나 '문턱이 높다'는 속담이 있듯이 문지방 건너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항상 조심스럽고 신중을 기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지방의 역할은 그곳에 있다는 것이다. 문지방 그 자체는 크지도, 중요하지도 않지만 그로 인하여 들고나오기, 오고 가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무언가가 발생하게 하는 힘, 그것을 느끼고 볼 수 있게 하는 지점이 문지방의 진정한 의미가 될 것이다. ■ 김정연

Vol.20100617d | 문지방-ART+LOUNGE DIBANG 디방 개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