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다,

배윤경展 / BAEYOONKYUNG / 裵允卿 / drawing   2010_0616 ▶︎ 2010_0621

배윤경_숨쉬다_종이위에 0.3mm 샤프펜슬_50.5×50.5cm_200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3층 제1특별관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숨길을 따라 가는 여행 ● 하얀 종이 속의 공간은 숨을 쉰다. 물이 흐르고 풀이 자라고 꽃과 나무와 새와 지렁이,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 숨을 나누어 쉰다.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거칠게.... 그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가로질러 직선으로 쭉 나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직선은 빠르다. 경쾌하다. 경제적이다. 때문에 직선의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주저함과 망설임은 뒤처짐이라 일컬어지고 더 나아가 어리석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배윤경_숨쉬다7_종이위에 0.3mm 샤프펜슬_68.5×68.5cm_2010

시퍼렇게 날이 선 직선이 울리는 승리의 공명이 과연 아름답기만 할까? 직선의 속도를 쫓느라 보지 못했거나 직선의 날이 두려워 꼭꼭 숨어 있거나 직선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는 존재들, 속삭임들은 그냥 버려져도 좋은가...

배윤경_시리다_종이위에 0.3mm 샤프펜슬_55.5×67.5cm_2010

개개인의 은밀한 내면에서도, 개체들이 부딪히는 외부세계에서도 언제나 드러나는 것이 있으면 숨어 있는 것이 있고 주목받는 것이 있으면 외면 당하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자기 자신에게나 다른 이들에게나 우리는 아주 쉽게 직선으로 이루어진, 누가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사각틀을 들이대곤 한다. 그 틀을 내려놓을 수 없다면 직선을 약간이라도 뒤틀어 여지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지.

배윤경_햇살 속으로 나아가다1_종이위에 0.25mm 수성펜_91×73cm_2010
배윤경_햇살 속으로 나아가다2_종이위에 0.25mm 수성펜_91×73cm_2010

이런 저런 망상의 짐을 모두 내려놓고, '싹뚝'하고 잘라내지 않는 선을 그어 보기로 한다. 한 숨, 한 숨, 들이쉬고 내쉬는 숨을 따라 나아감과 되돌아옴을 반복하며, 선을 그어본다. 가능한 여리게. 가능한 천천히. 숨이 쉬어지는 대로 숨이 가는 대로. 선긋기를 반복하는 동안 호흡은 일정하지 않다.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가도 한 순간 물 위로 떠올라 첨벙거리기도 한다. 그러면 긋고 있던 선에 예기치 못했던 틀어짐이 생긴다. 전혀 새로운 공간이 보인다. 긴 호흡으로, 짧은 호흡으로, 돌아돌아 휘휘 감아 안으면서 숨길을 따라 가다 보면 어느 샌가 지나온 만큼의 길과 이야기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때로 서성이고, 머뭇거리고 맴돌고 맴돌아서 두터워져 있는 자리를 남겨 놓아 애초에 솜털처럼 가볍고 여렸던 숨은 그 무게감에 짓눌려버린 듯도 하다. 그러나, 숨은 무게가 없다. 아무리 두터워 보여도 그것들은 다음 순간 흩어질 것들이기 때문에... 무거울 것이라 짐작하는 마음이 무거울 따름이다. 무게가 없기에 숨은 멈추지 않는다. 보이게 보이지 않게, 들리게 들리지 않게, 놀라울 정도로 꾸준하고 뚝심 있게, 들고 남을 멈추지 않는다. ■ 배윤경

Vol.20100617e | 배윤경展 / BAEYOONKYUNG / 裵允卿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