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ga Stuff_욕망의 진화

2010_0618 ▶︎ 2010_0717 / 일,공휴일 휴관

초대일시_2010_0618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 구성연_김기라_문형민_이완_장민승_장종완

관람시간 / 11:00am~07:00pm / 토요일_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살롱 드 에이치_Salon de H 서울 강남구 청담동 31-2번지 신관 1,2층 Tel. +82.2.546.0853 www.artcompanyh.com

사진작가 출신 숀 엘리스는 24시간 슈퍼마켓 캐셔(casher)의 지루한 일상을 몽상으로 극복하는 주인공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한다. 영화 자체의 재미는 그다지 출중하지 않지만, 매력적인 패션지 「I.D」, 「The Face」 「Dazed and Confused」, 「VOGUE」의 사진작가 출신답게 시간이 정지된 화면을 멋진 색감으로 연출한다. 2006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2004년에 18분짜리 단편이었는데, 84분을 덧붙여 촬영하고 2006년에 102분으로 다시 개봉했다. 슈퍼마켓 바닥에 쏟아진 냉동 완두콩 샷과 진열대에 놓여진 별다를 것 없는 식료품 깡통들은 심지어 배우들의 얼굴과 연기보다 매혹적으로 보인다. 한때 즐겨보는 미국 드라마였던 "Dexter_어둠 속의 살인자" 역시 살인의 과정을 방불케 묘사된 아침 풍경 오브제들이 눈을 현혹한다. 단지 1분 48초의 이 짧은 영상이, 드라마보다 많은 매니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이 사뭇 흥미롭다. 모두의 욕실과 주방 물건들은 비슷하기 마련인데, 그 비슷한 면도기와 개수대, 치실과 오렌지 등의 각종 사물들조차 살인자 주인공을 대변하듯, 살갗을 가진 인물보다 더욱 리얼하게 나약하고, 탐스럽게 묘사된다. 물론 영화나 CF,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빛나게 하기 위해 주인공과 함께 등장한 사물에 대한 의미 읽기는 구태여 치장하기도 무모한 것이지만, 정물(靜物_still life)은 인간이 물건을 소비하기 시작한 시대로부터 출발하여 현재까지, 여전히 달콤하게 끌리는 소재이다. ● 마르셀 뒤샹은 1917년, 뉴욕 '독립미술가전'에 남성용 소변기 「샘 Fountain」을 출품했고, 그의 레디-메이드 오브제는 논란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개념미술의 새 시대를 열었다. 그의 후배인 앤디 워홀은 TV와 슈퍼마켓들이 제품홍보에 앞다투던 1970~80년대 대량 생산(Mess production)의 시대를 찬양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작품도 그것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어 생산한다. 기성제품(Ready-made)과 대량 생산(mess production)된 물건에 열광하던 시대를 지나 바야흐로, 인터넷과 홈쇼핑 등 갖가지 마케팅의 진화가 광속으로 펼쳐지는 2010년 우리의 생활 환경은 그야말로 제품으로 치환되는 욕망의 시절이다. 또한 최근의 제품들은 I-phone과 같이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라는 소비자 군을 창조할 정도로 빠른 속도라는 무기를 장착하여 눈과 귀를 현혹시킨다. 핸드폰 하나에도 쓰기도 어려운 다양한 기능과 어플리케이션, 날이 다르게 출시되는 brand-new 디자인과 요금제, 부가서비스, 기업이미지, 셀 수 없는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소프트웨어들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초이스를 방해하기 시작한 정도이다. 생명이 없는 사물의 부동성, 죽음의 모티브를 대신한 17세기 정물들이 오늘 날 "제품 혹은 상품"으로 다시 정의되고 마케팅의 불 붙은 속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증폭되는 가운데, 과연 지금의 사물들은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을 이야기 하고 있는가? 현대미술가들은 익명의 대중을 위한, 아니 유별나고 사소한, 특정 개인의 취향까지도 반영하고 있는 지금의 오브제를 통해 무엇을 바라보는가?

문형민_Unknown City 19_디지털 프린트_120×120cm_2008

본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6명은 그들의 시각으로 현대문명이 만들어낸 사물들을 바라보며 대중들이 소비하는 욕망의 스펙트럼을 관찰한다. 문형민의 「Unknown City」 시리즈는 슈퍼마켓에 진열된 상품들의 카피를 삭제한 사진이다. 소비 사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사물이 필요하다고 말한 보드리야르의 철학을 떠올리게 한다. 제품들의 모든 카피는 삭제되어 있으며, 이것은 어떤 의미로 소비 행동의 직전, 그들의 무 개성적인 소모의 시각을 해체하며 선전의 의미작용에 반문을 던진다.

이완_다음생에 꽃이되어그대곁에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0
이완_다음생에 꽃이되어그대곁에_버터_21×17×14cm_2010

이러한 점은 이완의 「다음 생에 꽃이 되어 그대 곁에」의 탄생과정과도 아이러니하게 부딪힌다. 작품재료로 쓰인 마가린은 마트에서 구입한 소재인데, 이완의 말을 빌리자면 마트에 있는 모든 물품들은 숨 막힐 정도로 정교하고 정확한 과정을 거쳐 존재하는 것들이다. 모든 것들은 국가의 시스템에 의해 검열과정을 거쳤고 국가간 정치적 상태나 지구상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종류와 가격들이 달라진다. 숨 막힐 정도로 정교한 시스템의 최종 목적지가 마트인 셈이다. 이완은 모든 식료품 소비자들이 의심 없이 그것의 매뉴얼대로 이용하는 점을 주목하고, 죽음을 향해 치닫는 개인 삶의 불가항력적 속성과 사회구조가 만들어내는 지배구조에 적응하기 위한 대중의 모순과 부조리를 들춰낸다.

김기라_still life_캔버스에 유채_2008

김기라의 「Still Life」는 거대한 다국적 자본으로 완성된 패스트 푸드들을 모아 전통적인 정물화의 형식으로 재현한다. 정치와 국가, 혹은 타인지향적 문명의 역설을 단순한 은유로 돌이켜보는 그의 작업은 문명를 소비하고 또 정치, 정치정보, 정치적 태도를 소비재로 간주하도록 가르치는 자본주의 기업들의 속성에 대한 관찰이다.

구성연_사탕시리즈_라이트젯 C프린트_90×60cm_2009

구성연의 「사탕시리즈」 역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의 풍요로움, 안락함, 탐욕을 연상시키는 새콤달콤한 정물화이다. 색색의 사탕들은 그것을 생산한 시스템이 소비자의 시각을 사로 잡기 위해 치장한 인공의 향료와 색소를 기반하여 출시한 간식거리이다. 작가는 전통적인 구조의 정물화 중에서도 꽃을 모티브로 화면을 구성하고, 관객은 실제 꽃의 정물화보다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나게 되지만, 결국 사탕과 꽃은 언젠가 사그라질 것이다.

장민승_Largo Op.1,2nd Mvt from the series of AUTOMATISM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0

소우주이자 자연의 모사품으로서의 수석이란 것은 관성적으로 플라톤의 이데아와 현상세계에 관한 상투적 이원론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이지만, 장민승이 주목하는 수석문화는 서구예술과의 차이에서 또 다른 욕망이 존재한다. 작가의 수석이라는 소재의 경우, 사실 주변부로 물러난 동양적 자연관, 즉 "수석"자체보다는 "수석문화"를 의식한 작업이다. 장민승은 실재하는 자연 속의 돌과 작가가 재현한 돌을 비교하면서 그것이 현대미술의 주변부를 의식한 일종의 반콤플렉스적 태도에서 비롯된 작업이라는 것을 고백한다.

장종완_The greatest show_캔버스에 유채_200×130cm_2010

마지막으로 정리할 장종완의 작업은 작가가 어릴 적 종교단체에서 집을 방문했을 때 봤던 전단지의 그림에서 출발한다. 미디어상에 떠돌아다니는 아름답고 긍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들을 무작위로 수집해 분해하고 재조합하며 유토피아적 풍경을 재 가공해서 그린다. 인간의 이익과 호기심에 의해 진화 혹은 멸종되거나 혼종 교배된 것 들을 선택해 작품에 등장시키기도 하는데,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유토피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권력화된 이미지를 소비하는 우리의 시각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다시 한번 반복하자면 21세기 우리의 환경은 사람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재화와 메시지의 혼란과 권력의 환경에 놓여있다고 하겠다. 그것은 뒤샹 이후의 많은 현대 예술가들의 깨달음의 연속선 상의 이야기이겠지만, 이번 전시가 사물예찬의 광경이 근본적으로 인간의 욕망에 대한 오마주이며, 자연의 생태학적인 논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환가치의 법칙에 따라 지배되고 있는 점을 환기시키기를 기대한다. ■ 이단지

Vol.20100621h | Mega Stuff_욕망의 진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