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의 이야기가 있는 전시회 : With Me and With You

고영미_정유미展   2010_0618 ▶︎ 2010_0702 / 공휴일 휴관

기획_아트앤커뮤니티_결혼이민여성과 함께하는 문화예술체험

초대일시_2010_0618_금요일_05:00pm

주최_서울시여성가족재단 후원_서울특별시 기획_아트앤커뮤니티 협조_마포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람시간 / 10:00am~07:00pm / 공휴일 휴관

스페이스 봄_SPACE BOM 서울 동작구 대방동 한숲길 22번지 서울 여성플라자 1층 Tel. +82.2.810.5000 www.seoulwomen.or.kr

결혼이주여성들의 삶과 미학적 재현 사이의 간극 좁히기 ● 그녀들은 왜 이주하는가? 일반화된 논지는 다음과 같다. 이주여성들은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저개발된 국가에서 돈벌이를 위해 고국을 떠난 사람들이다. 그 배후에는 80년대 후반 이래 한국이 신자유주의와 전지구화의 경제체제에 편승하면서 농촌과 도시간 경제양극화, 노동인구 감소, 3D업종 기피 등의 국내 문제가 주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한 이주여성의 상품화, 송출국과 유입국간 외교적 갈등, 나아가 왜곡된 민족주의와 인종주의에 따른 이주 2세대의 정체성 갈등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 그러나 이런 류의 논지는 한 가지 중대한 '진실'을 은폐하기 마련이다. 그녀들을 떠나게 만든 것은 돈이 전부가 아니다.(돈벌이는 어느 체제에서나 삶의 가장 근원적인 물적 토대가 아니던가?) 진실인즉, 그녀들은 애초에 자기가 태어나고 자랐던 환경에는 결여되어 있는 삶의 생동(生動)을 향한 희망을 품고 국경을 넘었다. 고통스런 고향상실의 절망감을 감수해서라도 말이다. 자신의 삶에 뜨거운 욕망(세계의 소유가 아닌 세계의 변형이란 의미에서)을 지닌 여성들이라면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 되고자 함은 당연한 바, 이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로 떠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들은 자신들이 성취한 가장 위대한 결정인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노동의 대가로 돈을 벌며 비로소 '실존'하게 된다. 떠나는 것(ex-ist), 그것은 곧 실존(exist)하는 것이다.

고영미_가족사진#1_C 프린트_76.2×50.8cm_2010
고영미_가족사진#2_C 프린트_50.8×76.2cm_2010
가족사진#3_C 프린트_50.8×76.2cm_2010
가족사진#4_C 프린트_50.8×76.2cm_2010
가족사진#5_C 프린트_76.2×50.8cm_2010

수많은 예술가들이 결혼이주여성들의 삶을 우리 시대 소수자 집단의 억압되고 불평등한 현실의 전형으로 그려왔다. 이러한 미학적 재현에는 으레 다문화주의, 디아스포라, 포스트식민주의, 페미니즘, 그리고 온정주의와 관용주의에 이르기까지 추상화된 주인의 말(master word)이 등장한다. 스피박(Gayatri Chakravorty Spivak)에 따르면 이는 불완전하고 부적절한 '언어오용(catachresis)'이다. 왜냐하면 이 단어들이 표방하는 이상들을 실제로 대표할만한 '진짜 여성'의 '진짜' 예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힘을 박탈당한 여성들을 마치 통일된 주체적 집단으로 대변할 위험이 도사리고 때문이다. 단언컨대, 무수히 많고, 각기 다르며, 예외로 가득 찬 그녀들의 삶의 이야기는 추상화된 언어오용으로 살려낼 수 없다. ● 이 맥락에서 아트앤커뮤니티의 고영미와 정유미 작가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삶과 미학적 재현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개인이 처한 독특한 상황과 물질적 조건들을 함께 읽어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2009년부터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미술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는 고영미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다문화가족 부부들과 함께 한지로 등을 제작한다. 서로간에 아이디어를 짜고, 대화하고, 일을 분배하는 과정을 통해 등을 완성한 후, 그 등불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촬영한다. 촬영된 사진은 후가공을 거쳐 액자에 끼워져 사진의 주인공들에게 돌아간다. 이 중 일부가 전시된다. 그런가 하면, 정유미는 등 만들기에 참여한 결혼이주여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란 낯선 곳에서 그녀들이 느꼈던 어색함, 애매함, 불편함, 친근함 등의 다양한 얼굴표정을 포착하여 먹과 채색으로 장지에 담아낸다. 관람자는 고영미의 사진과 정유미의 그림에서 결혼이주여성들과 그 가족들의 헤아릴 수 없이 사사로운 것들, 이를테면 개개인이 맞게 되는 선택, 만남, 사랑, 기쁨, 욕망, 희생, 슬픔, 절망의 순간들을 포착해낼 수 있을 것이다.

정유미_에츠코_장지에 먹, 채색_52.5×49cm_2010
정유미_우타에_장지에 먹, 채색_50×47.5cm_2010
정유미_루씨타_장지에 먹, 채색_52×47㎝_2010
정유미_사춘롄_장지에 먹, 채색_47×50.5㎝_2010

이 두 작가는 이른바 다문화가족으로 통칭되는 결혼이주여성, 한국인 남편, 그리고 그들 자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질문하며, 만남과 소통의 장을 열어나간다. 이를 통해 결혼이주여성들을 '타자'라는 지식의 대상으로 규정하여 'post'와 'trans'란 접두사로 시작되는 단어에 만족하는 동시대 미술의 클리셰와는 분명한 거리 두기를 한다. 따라서 이 전시는 이들과 관련된 어떤 유행하는 이즘이나 대안제시를 의도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의 사회, 문화, 정치적 삶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 핵심적 문제들을 미술이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매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을 시험하는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 ● 덧붙여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족의 삶의 이야기는 너무나 구체적이고 다양해서 비평이론의 어휘로는 그 어떠한 직설적인 방식을 취한다 해도 재현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이 점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의 과정이 곧 비평이론의 한계와 위기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박대정

■ 아트앤커뮤니티는 고영미와 정유미를 포함한 미술전공자들로 구성된 단체로서 예술의 힘으로 다문화인구의 사회소통과 문화소외계층이 없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주로 지紙,필筆,묵墨,인印을 기반으로 하는 크리에이티브 미술프로그램을 개발, 예술교육을 실시하며 교재/교구 연구, 전시회, 책만들기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Vol.20100623c | 다문화가족의 이야기가 있는 전시회 : With Me and With You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