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숲을 거닐다-천연 염색의 신비를 찾아서

김보영展 / KIMBOYEONG / 金寶榮 / painting   2010_0623 ▶︎ 2010_0629

김보영_푸른 대나무 숲_자연염료(쪽)_227.3×181.8cm_2010

초대일시_2010_0623_수요일_06:00pm

협찬_장지방

관람시간 / 10:00am~06:00pm

동덕아트갤러리 THE DONGDUK ART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51-8번지 동덕빌딩 B1 Tel. +82.2.732.6458 www.gallerydongduk.com

색의 숲을 거닐다 - 천연 염색의 신비를 찾아서 자연염색의 색 ● 마른 식물이 물과 만나 모든 이들을 현혹시키는 멋진 색을 토해낸다. 맑고 투명한 자연의 색, 그 색을 만난다. 현재 나의 소망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염색을 통해 조상들의 흔적을 찾고, 그들의 정신, 생각과 동화되어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 나의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색'이다. 그런데 그 색은 그려진, 칠해진 색이 아니라우리의 전통적인 자연염색이라는 과정을 통해 얻은 색이다. 자연염색이란 자연재료를 이용해, 즉 자연의 염료를 끓이거나 물에 담구어 색을 추출하여 염액을 만들고, 그 염액에 종이나 천 등을 담구어 말린 다음 매염제를 물에 희석해서 그 물에 담군다음 말려서 색을 정착시키는 과정, 전 과정을 말한다.

김보영_숲Ⅲ_자연염료(황련, 오배자)_130×97cm_2010

나는 자연 염료들에서 추출한 고은 색의 염액을 한지에 물들여 그것으로 색면을 구성한다. 염색으로 얻은 색은 일반 튜브물감의 색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종이위에 물감을 덧칠한 즉 얹는 색이 아니라, 한 차례 한 차례 미세한 입자가 한지에 침투한 색이다. 따라서 횟수가 거듭됨에 따라 기존 물감으로는 얻을 수 없는 다양하고 깊고 오묘한 색이 나온다. 그런데 같은 염료에서 추출한 색이라고 해도, 염색 당시의 환경이나 날씨, 온도 등의 조건에 따라 색의 차이는 무한히 다양하다. 그리고 종이의 재질, 염액의 추출 정도 및 농도의 차이, 물들이는 시간, 날씨, 매염제의 농도 등에 의해서도 색이 달라진다. ● 자연염색은 화학염료의 염색과는 달리, 똑같은 색상, 똑같은 느낌을 구현하기가 힘들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고도의 기술을 갖춘자 기능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의 색은 바로 자신의 감성에 그대로 따르는 색으로 이것도 자연이라고 할 수 있다. ● 모두가 알고 있는 염색 재료중 하나에 '쪽'이 있다. 쪽을 다룰 줄 알아야 모든 염색을 다 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쪽은 염색과정이 까다롭다. 나도 쪽을 염색하기가 가장 어려웠다. 염색은 한두번 해보고, 혹은 방법을 안다고 모두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복적인 실습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운이 좋게도 대학교에 들어와 교수님의 지도하에 염색동아리를 거쳐 대학원까지 염색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다. 아직 미숙한 점도 많고, 어려운 부분도 많지만 감히 지금의 작업까지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 ]

김보영_자색 숲내음_자연염료(오배자)_143×200cm_2010

자연염색의 소재와 색 ● 내가 작업에 쓴 염료는 쪽, 먹, 홍화, 괴화, 소목, 치자, 오리목, 오배자, 황련인데, 추출되는 색은 다음과 같다. 소목은 붉은색을 내는, 변이가 심한 염료이다. 그 때문에 많은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오리목은 매염제에 따라, 즉, 백반 매염에서는 갈색으로, 철매염에서는 회색으로... 등등으로 매염제에 따라 색의 변화가 확연한 염료이어서 나의 작업의 좋은 재료가 되었다. 오배자의 철매염의 색은 오배자의 신선도와 농도에 따라 아주 멋지고 다양한 보라색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홍화의 핑크색은 선명하고 투명한 색을 낼 수 있고, 황련은 중후하면서 아주 멋진 노란색을 연출할 수 있고, 쪽은 시원한 하늘색에서 검푸른 색까지 가능하다. ● 그런데 색을 얻는 과정은 도자기처럼 내가 알고 있던 지식과 더불어 우연이 큰 작용을 한다. 그러나 우연적인 요소가 있다고 해도, 나는 송대의 도자기나 고려 도자기처럼 법칙을 찾아 우리 조상들의 염색의 훌륭한 장점을 잇고 싶다. 염색을 하면서 색을 발견해 나가는 기쁨은 염색의 힘든 과정을 모두 잊게 한다. 이는 아마도 내가 염색을 선택하여 염색 작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보영_비내리는 숲Ⅰ, Ⅱ_자연염료(소목,오리목)_141.5×75cm×2_2010

자연염색으로 인해 나타나는 색면의 세계 ● 대나무 숲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 속에서 우리를 잊고 자연과 하나가 된다. 대나무와 바람이 있을 뿐이다. 푸른 대나무 숲, 회색의 대나무 숲, 붉은 대나무 숲에 바람이 분다면 어떨까. ● 마치 대나무 숲속을 산책하듯이, 나의 염색 작품 앞을 거닐어 본다. 작품화면을 가득 채운 색은 그 하나하나가 자연이다. 마음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화면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나의 작업은 전 과정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패턴의 반복적인 작업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단한 종이를 염색하여 8cm정도의 색띠를 만든 후,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 붙여나가면서 색의 숲이 만들어진다.

김보영_분홍 숲Ⅰ, Ⅱ_자연염료(홍화)_170×65cm×2_2010

변화를 두려워하는 나의 성격은 단순하고 지루하리만큼 반복적으로 종이를 이어붙이는 작업을 하면서 작업을 하는 무의식의 상태에서 마음의 평안이 유지 되었다. 작업을 통한 자기치유라고나 할까? 나의 색면은 나를 많이 닮아 있다. 이러한 나의 마음은 작업에도 투영되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의 색면을 보는 이들도 편안함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색면을 붙이는 행위는 반복적이다. 일정한 규칙으로 지속하는 동안 나는 그대로 종이와 염색과 하나가 되었다. 장자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장자 꿈을 꾼 것인지 구분하지 못했다는 장자의 '호접몽' 같다고나 할까? 나 역시 자연염색과 한지작업의 호접몽을 꿈꾸다보면, 어느새 나는 색의 숲을 거닐고 있었다.

김보영_숲Ⅰ_자연염료(오배자, 소목)_205×143cm_2010

색면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Mark Rothko,1903년 ~1970년)를 좋아한다. 어떤 면에서 김환기의 작품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김환기의 작품은 우리색, 우리 디자인이라 더 친숙하다. 그들 양자의 색면은 마치 동양화의 선염 같으면서도 빨강, 노랑 등 강렬한 색면의 그림 앞에 서면, 모든 사람이 그 색면이 주는 숭고함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그러나 나의 색면은 천연염의 색면이다. 우리의 염료를 통한 천연염의 투명함은 색면의 숭고함속에 하나가 된다고나 할까? 이것을 제작하는 나의 마음처럼, 보는 사람들도 '以心傳心'으로 색의 숲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 ● 색의 숲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당신을 치유해 줄 자연염색 숲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 김보영

Vol.20100625f | 김보영展 / KIMBOYEONG / 金寶榮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