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일구어낸 무릉도원

신명범展 / SHINMYONGBOM / 辛明範 / painting   2010_0623 ▶︎ 2010_0704

신명범_이웃끼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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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62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 컨템포러리 GANA CONTEMPORARY 서울 종로구 평창동 98번지 Tel. +82.2.720.1020 www.ganaart.com

흙으로 일구어낸 마음속의 무릉도원 ● 신명범은 흙으로 그림을 그린다. 흙을 퍼다 체로 곱게 쳐서 접착제와 섞어 캔버스에 바른다. 단순히 캔버스를 흙으로 덮는데 그치지 않고 흙 위에 손가락으로 형상을 그려 넣는다. 그러고 나서 흙이 완전히 마른 다음 채색을 덧입힘으로서 작업은 마무리된다. 이와 같은 일련의 작업은 소조작업과 다르지 않다. 형상이 그려진 부분은 대체로 흙이 돌출하여 부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최종 완성된 그림은 두터운 흙의 질감으로 인해 마치 원시적인 그림을 보는 듯 싶다.

신명범_노란바람 불던 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3cm_2008
신명범_하얀 꿈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130.3cm_2007

그의 작업은 조형적인 기교, 즉 완성도 높은 묘사기술을 배제하고 원시적인 형태의 형상을 지향하는데 묘미가 있다. 형태를 만드는 윤곽선은 투박하고 둔탁하며 거칠다. 붓이나 연필 따위의 도구 대신에 손가락으로 형상을 표현하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끝에 의해 표현되는 이미지는 붓이나 연필이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지극히 감성적이다. 흙과 그의 예술적인 감각이 만들어내는 선은 비록 둔탁하게 보일지라도 그 어떤 물감을 사용한 그림보다도 섬세한 신체적인 호흡을 담고 있다. 자연의 흙이 그렇듯이 생명의 파장이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그 자신의 신체적인 힘과 혈관과 신경을 통해 전달되는 미세한 생명의 율동이 선의 흐름에 관여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손가락에 의해 만들어지는 선은 그 어떤 도구에 의해 만들어지는 선보다도 자연스럽고 순수하다. 실제로 흙이라는 자연의 근본을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명범_꿈으로 오는 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130.3cm_2007

여기에다가 형상을 돋보이게 하는 채색작업 또한 자연미에 가깝다. 원색적인 화려함을 지양하여 중간색조로 통일하는 색채이미지는 부드럽고 따스하며 아늑한 기분을 자아낸다. 고향의 정서, 또는 모성에 대한 그리움과 같은 미묘한 감정을 유발한다.

신명범_새가족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4×19cm_2009

그의 그림을 보면서 대자연을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 싶은 기쁨과 안도감을 느끼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흙이라는 재료가 지니고 있는 친화력과 흡인력 때문이다.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원시인의 순수성 및 소박함을 지닌 조형언어 및 조형어법 또한 자연미에 가까운 것이다. 어느 면에서 그의 그림이야말로 분주한 일상에서 지친 현대인에게는 산소가 될 수도 있는지 모른다. 그의 작품에는 그런 정신 및 감정의 휴지부가 존재한다.

신명범_해 뜨던 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24cm_2009

한편 그의 작품에서는 목가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림의 내적 정서인 서정성은 사람과 동물과 식물이 차별 없이 한데 어우러지는 독특한 구성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도 단출한 형태 및 구성이 시적인 함축과 긴장 그리고 여운을 유도한다. 하나의 그림으로 이해되기 전에 시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의 그림에는 함축과 절제를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시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들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학적인 이미지에는 한 편의 동시나 동화가 담겨 있다. 즉 이야기 그림으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신명범_마음대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162.1cm_2008

그의 그림에는 원죄가 없다. 그만큼 순수하고 아름답다. 어쩌면 그의 그림은 현대인이 갈구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무릉도원인지 모른다. 마음이 편히 쉴 수 있는 곳, 그리고 천진무구한 어린 시절의 꿈을 되살릴 수 있는 곳,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향에 대한 그리움을 일깨워주는 곳으로서의 낙원을 꿈꾸게 하려는 것인지 모른다. ■ 신항섭

Vol.20100626i | 신명범展 / SHINMYONGBOM / 辛明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