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_페 디베르(fait divers)

이주영_심대섭_최혜련展   2010_0625 ▶︎ 2010_0704 / 월요일 휴관

심대섭_Final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90.9cm 2010

초대일시_2010_0625_금요일_04:00pm

작가와의 대화_2010_0704_일요일_04:00pm~05:00pm

스페이스 15번지 기획 외부큐레이터展

기획_심소미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15번지_SPACE 15th 서울 종로구 통의동 15번지 Tel. 070.7723.0584 space15th.org

"그들의 문학적 창작욕은 비극적 페 디베르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푸베르) 페 디베르(fait divers)라는 말은, 프랑스 문화계에 있어서 일상적 범죄 혹은 사건이 문학과 예술의 원천으로 확장해나가는 특징을 칭하는 용어이다. 일상의 사건을 바탕으로 한 페 디베르적 성향은 소설가, 철학가, 영화감독 등 여러 분야와 끊임없이 관계하며 다양한 내러티브로 생산되어 왔다. 이러한 페 디베르는 흥미로운 얘깃거리로부터 이를 넘어서는 문화적 함의를 지닌다. ● 본 전시 『일상사_페 디베르』에서는 동시대 시각 예술에 있어서, 페 디베르적 성향이 변주되어 시각화되어 가며 형성되는 내러티브에 주목하고자 하였다. 서술자(작가)에 의해 퍼져나가는 사사로운 사건은 기본적으로 일상이라는 생활의 반경을 바탕으로 한다. 전시 제목에서의 '일상사'란 일상적 사건으로의 '事'와 일상적 죽음의 '死'라는 이중적 의미로 접근해볼 수 있겠다. 이러한 일상사는 누군가에 의해 억압되고 은폐된 현실의 부조리한 사건이, 또 다시 누군가로부터 환기됨으로써 변이/확장되어가는 내러티브를 이끌어내다. 따라서, 본 전시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사적 드라마 혹은 일상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주영, 심대섭, 최혜련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시각적 내러티브가 변주하며 진행되나가는 지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주영_유명인사의 점_캔버스에 유채_90.5×154cm_2009
이주영_유명인사의 점_캔버스에 유채_45.5×106cm_2009

시각적 텍스트로의 극적 변주 ● 이주영의 작업은, 이미지와 텍스트가 한 화면에 동시적으로 등장한 것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암시적으로 표현된 이미지와 함께 병치된 텍스트는 영화, TV 드라마, 만화영화 혹은 누군가의 얘기에서 한번 쯤 들어본 적이 있는 듯하다. 이러한 스치는 텍스트는 작가가 과장스럽게 표현한 화법으로 인해 일상성에서 벗어나는 반전의 묘미를 맞이하게 된다. 근작인 '유명인사의 점'은 이미지와 텍스트가 병치되며 각각이 한 장면을 차지한 연작과 1호짜리 회화 연작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유명인사의 모습을 통해, 사회적 욕망과 이로 인한 개인의 소외, 좌절, 패배 사이의 모순적 상황들을 그려낸다. 멜랑꼴리한 정념을 환기하는 이미지에 병치된 텍스트는 마치 상황을 익살스럽게 야유하듯 풍자적 조소를 읊조린다. 작품에서 텍스트가 환기하는 비현실적인 극적 정감은 상징적 이미지가 함의한 내연의 구조에 침투하게 하며, 긴장과 조화 사이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심대섭, Thou shalt no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8×91cm_2010
심대섭, Hometow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90.9cm_2010

침묵하는 내러티브 ● 심대섭의 작업에서는, 불안, 고독, 충동, 두려움, 공포와 같은 개인의 실존적 고뇌가 다뤄진다. 작가의 회화에서 특징적인 무채색의 건조한 페인팅 기법은 정적이라기보다는 소스라칠 듯 한 공포와 파멸에 대한 충동, 그리고 죽음으로 인한 생의 의지를 환기시키며 역동적인 정감을 준다. 이러한 분위기는 인간성이 함의한 선과 악, 생과 사와 같은 이중적 측면에 대한 고찰로부터 비롯된다. 대게는 침묵함으로써 말하지 않는 부조리함으로부터, 침묵의 내러티브가 역설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파괴의 순간이 한바탕 거치고 간 전경(Finale), 누군가의 숨을 끊기를 기다리는 혹은 마친 단두대의 전경(Thou shalt not), 삭막한 땅 위로 불타 오른 채 타들어가며 연기를 뿜어내는 집의 전경(Hometown)은 아직 끝나지 않는 내러티브를 암시하며, 종결될 수 없는 사유의 과정을 엿보게 한다. 고고한 자아를 죽음으로 내몰아 존재의 '있음'이 아닌 '없어지는...'을 제시한 작가의 작품에서는, 침묵의 기저에서 울리는 비명을 목도하게 한다.

최혜련_퉁샹에게 가는 길2_혼합재료, 가변설치_2009
최혜련_퉁샹에게 가는 길1_혼합재료, 가변설치_2009

불가능한 영역을 향한 내러티브 ● 최혜련은 일상 속에서 좌절된 개인의 사유에 몽상, 공상과 같은 모든 상상적 재료를 동원하여 '퉁샹'이라는 새로운 생명체를 가정하게 된다. 현실 세계 속에서 만족할 수 없는 자아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작가는 여러 개의 자아와 신체가 결합된 '퉁샹'을 탄생시킨다. 작업은 '퉁샹'이 탄생하여 존재해나가는 과정을 기록한 자전 소설을 바탕으로 하여, 설치, 드로잉, 사진, 텍스트 등을 활용한 시각적 내러티브로 재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모티브들은 개연성도 없고 비논리적이지만 애초의 퉁샹을 가정하게 된 이민가방, 퉁샹의 탄생을 역추적하는 우주생성이론, 퉁샹을 만나러 가기 위해 설정된 로켓트 설치 등은 현실적 감각을 바탕으로 한 환상적 구조의 발생을 엿보게 한다. 다소 허무맹랑한 몽상적 내러티브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작가가 가정한 '퉁샹'의 이야기는 불안한 존재로부터 완전해지려는 인간의 욕망을 지적하며 불가능한 영역으로의 내러티브를 전개해나간다. ● 떠도는 말들 혹은 읊조리는 내면의 텍스트가 시각화되는 되는 과정에서, 이주영의 작업은 일상적 텍스트가 변주/ 변이함으로써 극화되는 시각적 효과를, 그리고 심대섭의 작업에서는 은폐된 내적 텍스트가 침묵이라는 시각적 내러티브로 재등장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최혜련의 작업에서는 일상으로부터 터부시된 개인의 몽상, 망상의 영역이 시각을 통해 확장되어 가는 구조를 엿볼 수 있다. 세 명의 작가를 통해 본 전시가 접근하고자 하는 것은, 일상의 언어 구조로부터 거부된 텍스트가 변이하여 생성된 시각적 내러티브로의 가능성이다. 단절, 우울, 고립, 망상, 죽음과 같은 소외되고 은폐된 인간사로부터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극적 드라마가 다시 시작된다. ■ 심소미

Vol.20100628c | 일상사_페 디베르(fait divers)-이주영_심대섭_최혜련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