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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90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백운 갤러리 서울 강남구 청담동 32-5번지 백운빌딩 5층 Tel. +82.2.3018.2352
동방의 빛 오방색과 오방산수 ● 1. 오방색(五方色)과 소(素) 자연 속에는 수많은 아름다운 색채들이 담겨있다. 일일이 이름을 붙이기도 어려운 무궁무진한 초목들의 색채. 하지만 우리들은 오색찬란, 오색영롱, 오색단풍, 오색고명 등 이 무한의 색채를 다섯 색으로 일축하여 말하곤 한다. 동양의 전통 우주철학인 오행설(五行設)에서 오방(五方)과 오채(五彩)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오행 중 토행(土行)은 우주 공간의 중심인 땅을 의미한다. 땅의 색이 누른색이기에 黃色으로 표현하고, 이는 오방의 중심이다. 목행(木行)은 땅 위에 솟아나는 초목들의 색채로, 푸르기에 靑色이다. 새싹이 돋는 출발의 의미이며, 동쪽을 상징한다. 금행(金行)은 금(金)이 빛을 발할 때의 색채이다. 그 빛이 하얗기에 白色이고 서쪽을 의미한다. 화행(火行)은 불의 색, 자연을 모두 불태워 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赤色이다. 따뜻한 남쪽을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수행(水行)은 물이 모인 검은색이기에 黑色이고, 북쪽을 상징한다. 오채는 서로 승극(勝剋)의 관계이다. 불은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 수 있지만, 물 만큼은 이길 수 없다. 불의 색인 적색이 물의 색인 흑색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물은 우주의 중심에서 그 힘을 잃는다. 땅의 황색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불의 적색은 금의 백색을 불태워 버리지만, 금의 백색은 나무의 청색보다 찬란하게 빛난다.
이러한 오채의 승극관계는 중화의 색, 신비의 색인 소(素)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素는 다른 색들을 중화시키고, 자연의 조화를 이끌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공자도 이를 색 중에 가장 으뜸의 색이라 했다. 素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X-광선과 같다. 그림에서는 백색과 같은 것이다. 백색 역시 중화의 색으로 오채의 조화를 이끌어 그림을 부드럽게 한다. 백색을 잘 쓴다면 오채가 야하지 않고, 품위 있는 색채감을 표현할 수 있다.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다. 동양회화가 곧 여백의 예술이라 하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2. 기운생동(氣韻生動) 하는 오방산수(五方山水) ● 우리의 선조들은 산수화의 아름다움을 작가의 기교에서 찾으려 했다. 제대로 그려진 형태위에 색채가 조화를 이룰 때 기운생동 하는 그림이 완성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림이란 기교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미학적이고 주관적이며 개성적인 조형언어를 창조한다. 그 조형언어를 통해 보다 창조적인 작품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필로 만 획을 능가하는 위대한 힘, 바로 그 선조들의 필력을 좇아 달려온 지난 30년을 떠올려 본다. 그것은 너무나 힘들고 먼 길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 민족의 감수성은 시대를 뛰어 넘어 은근하고도 치열하게 생존해 왔음을 발견했다. 일필로 검객의 칼을 굴복시키고, 먹물 한 방울로 세계인들을 사로잡은 신비로운 힘. 바로 발묵의 공간이 우리들의 미래이며, 한국 전통문화 계승의 이상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화가는 단지 형태를 묘사하는 기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창출해 내야한다. 이를 통해 무형의 힘을 묘사할 수 있고, 순수의 감성을 격조 높은 예술행위로 승화시킬 수 있다. 치열한 작가의 창작 활동은 들끓어 오르는 용암과 같다. 세상을 불태우는 강렬한 힘이다. 그 치열함으로, 열렬함으로 오방색을 통한 오방산수를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 그것이 곧 한국의 전통문화, 민족의 감수성 성장에도 공헌하는 길이라는 확신과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사계를 오방색으로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순수한 한국인의 모습일 것이다. 한국의 자연, 그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이 한국작가의 사명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회화적 표현 양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사실적 표현은 현재의 보다 단순하고 추상적인 양식으로 바뀌었다. 미래의 한국문화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먹의 유희, 오방색이 춤을 추는 오방산수의 무대가 될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삶의 에너지가 바로 그 속에 있을 것이다. 오방산수가 가장 한국적인 그림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를 후원하는 많은 분들의 갈채와 격려가 멈추지 않기를 기원한다. ■ 김석기
Vol.20100904f | 김석기展 / KIMSEOKKI / 金奭基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