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낙원 人工樂園

홍세연展 / HONGSEYOUN / 洪細淵 / painting   2010_0908 ▶︎ 2010_0914

홍세연_얼룩무늬_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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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90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1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소파 위의 표범이 나를 보고 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는 표범은 또 다른 나의 자화상이다. 또 다른 내가 거기에 누워 있는 것이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야생성을 잃어버린 채 누워있는 표범은 눈빛만 살아있다. 이 슬픈 표범은 소파라는 빠져나올 수 없는 무늬들에 용해되어 꼼짝없이 갇혀있다. 가장 야생적인 표범이 가장 인공적인 무늬 안에 용해되어 있는 것이다. 그 야생성도 용해되어 무늬로 전락한다. 소파 위에 누워있는 표범은 무늬와 하나가 되어 표범무늬 소파가 되어 버렸다.

홍세연_정원_캔버스에 유채_145.5×112.1cm_2010

호피무늬 소파는 아프리카를 갈망하며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한다. 호피무늬는 소파 위에, 신발 위에, 가방 위에 일률적으로 프린트 되어 생산된다. 우리들은 명품 브랜드를 들거나 독특한 디자인의 상품을 소유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의 위치가 상승된다는 위안을 받는다. 명품브랜드의 호피무늬를 좋아하는 여자가 외출 했을 때 걸음걸이가 당당해 지는 이유는 호피무늬 안의 작은 낙원을 통해 안식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홍세연_숲_캔버스에 유채_97×162cm_2010
홍세연_숲_캔버스에 유채_97×162cm_2010
홍세연_숲_캔버스에 유채_97×162cm_2010

우리의 낙원은 낙원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그림자인지 모른다. 우리는 생활 속에 낙원의 이미지를 반영하면서 그것을 지상낙원이라 부른다. 대중매체 속의 아파트 광고에서는 완벽한 낙원을 축소시킨 공간을 보여주며 이곳이 당신들의 살 곳이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잘 가꾸어진 나무와 정리된 숲, 산책로가 있고 시내가 흐르며 작은 동산이 있는 곳. 그 동산은 신이 만든 정원보다 더 편리하고 섬세하고 기능적이다. 이 낙원의 축소판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먹을 것, 입을 것,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다.

홍세연_얼룩무늬_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10

인간은 그들의 편리함과 오락과 편의를 위해 최상의 낙원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편리하게 가공하거나 휴대하기 좋은 작은 낙원을 분양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정리되어 있고 인공적으로 가공되어 있다. 식물을 키우려면 꽃집에서 화분에 가지런히 담긴 꽃을 사야하고 동물도 애완동물 숍에서 사람에게 사랑받도록 길들여진 것을 유리창 쇼윈도 박스 안에서 골라야 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원도 자연적인 정원이 아니라 가꾸어진 정원이다. 가꾸고 다듬는 일들은 흔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가공된 공간은 스스로 보고 가꾸는 것이 아니라 보여 지고 가꾸어진 것이다. 그렇듯 우리는 그 보여 지는 시선에 익숙해져 있다.

홍세연_정원_캔버스에 유채_145.5×112.1cm_2010

어쩔 땐 우리가 마치 쇼윈도 안에 갇혀 사는 느낌이 든다. 똑같이 구획되어진 아파트먼트에서 거의 같은 구조의 집과 집기들, 평면 TV와 DVD 플레이어, 거실에는 소파와 주방에는 식탁이 놓여 있다. 부엌에는 식기세척기가, 그리고 베란다에는 잘 가꾸어진 분재와 작은 수족관이 설치되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인테리어는 다양한 스타일의 인공낙원을 꿈꾼다. 유럽의 고풍스러운 스타일부터 모던하고 심플한 스타일까지 잡지에는 다양한 코드의 작은 낙원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을 위한 독립적인 공간이기 보다는 보여 지는 공간이며 관람자들을 생각하고 만들고 기획한 것 같다. 동물원이 동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물을 보는 인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도 거대한 동물원 같다. 거대한 쇼윈도, 거대한 동물원이 우리들의 낙원인 것이다. 그 낙원은 안타깝게도 우리가 소유하고 싶어 만든 것이나 인간의 시선과 욕망에 갇혀진 동물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 홍세연

Vol.20100908d | 홍세연展 / HONGSEYOUN / 洪細淵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