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 없는 쉼-Recovery

김현영展 / KIMHYUNYOUNG / 金賢英 / painting   2010_0901 ▶︎ 2010_0907

김현영_Recovery-family_혼합재료_130×152cm_2010

초대일시_2010_090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_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쉼'이라는 공간의 미학 ● 작가 김현영은 일상의 주변에서 마주치게 되는 오브제들과 드로잉 그리고 캔바스의 집합체가 이뤄내는 현대미술의 조형어법이 드러나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그러나 그가 다루고 있는 내용은 현대미술에서 흔히 다뤄지고 있는 개념적이거나 논리적인 부분들이 이라기 보다는 내면적 이야기와 그 내용에 관한 것이며 새로운 것을 향하여 속도감 있게 경쟁적으로 뿜어내는 동시대 미술의 화려한 시각적 표현과는 다른 양상의 소박한 표현에 담아낸 기억의 잔상과 같은 느낌들이다. ● 따라서 그의 작업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일상적 생각의 변화 속도를 낮추어야 할 듯 하다. 왜냐하면 새로움과 충격에 단련된 이 시대의 시각환경에 익숙해진 상황에서는 '쉼'이나 '관계'와 같은 그가 다루는 주제들에 대해 깊이 숙고할만한 여유를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쁜 마음의 걸음걸이를 멈춰 서서 볼 수 있게 된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이 혹시 간과하거나 애써 회피해온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다시 질문하고 있는 작가의 절제된 발언을 음미할 수 있을 듯 하다.

김현영_Recovery-father_혼합재료_33.5×72.5cm_2010
김현영_Recovery-mom_혼합재료_33.5×72.5cm_2009

'인간과 세계가 무엇이냐'라는 문제에 대해 인간의 범주 안에서는 논리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전제 아래 '어떻게'라는 문제에만 몰두해 온 것이 '현대'로 구분되는 시대라고 한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다시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을 한다는 것은 부적절하고, 거북하다고까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것일까? ● 작가 김현영은 캔바스 틀만 남겨놓은 채 기존의 캔바스 천을 제거하고 다시 의료용 붕대를 여러 번 감싸서 빈 공간이 뚫려 보여지는 채로 일견 엉성해 보이고 완벽하지 않은 미완성적인 화폭을 만들어낸다. 전시장의 벽면이 그대로 뚫린 공간 속으로 들어오도록 캔바스의 모든 공간을 채우지 않고 중간 중간을 여유롭게 공간 자체로 비워놓고, 뚫어놓은 것이다. 그것은 마치 채워진 공간에 대한 쉼의 공간을 마련한 듯이 그대로 열려져 있다. ● 그리고 작가는 그 위에 상징적인 이미지와 오브제들과 같은 언어로 그가 삶에서 느껴왔던 인간의 필요이자 조건이라고 생각해온 '쉼'에 대한 이야기들을 수필처럼 써내려 간 듯 하다. ● 이렇게 글로 써내려가듯 캔바스 위에 그가 그려내고 있는 것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 어릴 적 자신의 모습, 살던 집과 마을, 신발과 의자, 나무와 들풀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며 부딪히는 다양한 정보와 마주치며 갖게 되는 생각과 감정들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 누구나 기억 속에 존재하고 있었고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그러한 기억을 되살리고 정화되는 시간 없이 속도 자체가 목적이 되어 과속으로 진행하는 현대인의 사고 시스템은 잠시 정지하고 이를 담아내는 방법을 상실하였는지 모른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그 시스템 자체가 누구에게나 필요한 여유의 공간을 부재화 시키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 그런데 작가 김현영은 이렇게 절제된 표현으로 이 현대인의 멍든 생각과 고장난 사고 시스템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현대미술의 전통적 지지체인 캔바스를 벗겨버리고 몇 번이고 이 고정된 프레임을 붕대로 감싸 안는 행위의 흔적을 남겨 보여줌으로써 치유적 상징행위를 물질로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그래서 그가 표현하고 있는 '쉼'은 마치 생명체의 세포가 활발하게 분열하고 성장하다가도 어느새 휴지기를 갖고 다시 도약의 준비를 할 때 필수적으로 정화되고, 치유되고, 회복되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모든 움직임들에는 정지가 필요하다고 발언하는 듯 하다.

김현영_Recovery-common people_혼합재료_122×133cm_2009
김현영_Recovery-earth_혼합재료_55×106cm_2010

그의 작업은 결국 과거의 추억의 공간이나 현재를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들을 시간을 멈춰놓고, 생각을 멈춰놓은 듯이 시간을 교차시켜 조형 공간 속으로 포착해 낸 것처럼 보인다. ● 이러한 작업은 현대미술에서 루치오 폰타나가 캔바스를 뚫거나 찢어내어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보여주고자 하였던 태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물질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 개념의 전달이 이나 조형적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행위에 담긴 이야기를 물질적으로 고정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소통적 목적의 행위일 뿐이라는 것이다. ● 붕대감긴 캔바스가 아닌 에폭시 작업의 경우를 보아도 그가 물리적으로 고정하여 포착하고자 하는 것은 공간적이고 개념적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시간적인 그리고 물질적인 부분에 대하여 고정시켜 이를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며, 의미와 느낌의 순간적 정지라는 바로 그 지점에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 그리고 그 새로 만들어진 캔바스 위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이 치유의 공간에 담겨있어야 할만한 쉼의 양상에 대한 다양한 표현들인 것을 알 수 있다. 캔바스라는 각 각의 프레임 단위로 형성된 멈춰진 순간들은 결국 숨 고르고 명상할 때와 같은 깊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하는 대화의 다층적 기제이며 내면적 소통의 다양한 통로인 것이다. ● 캔바스 그리고 나무와 천, 종이와 같은 소박해 보이는 물질들과 어우러진 이미지들을 보면 재료적인 면에서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조건이기에 시각적인 주목을 끌어내기 힘든 소재일는지 모르지만 작가 김현영은 이러한 평범한 물질들을 캔바스의 조건을 바꾸고 행위를 담아 물질의 문맥을 바꾸어 줌으로써 낮은 목소리로 말하기를 조형 언어화하는 과정을 통해 느리고 진지하게 멈춰 서서 깊은 마음의 대화를 하고자 하는 그의 조형적 시도를 효과적으로 수행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즉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쉼'이 필요한 인간들, 멈춤 없이 마치 옆의 동족들과 경쟁하듯 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양무리들처럼 경쟁적으로 살아가지만 오히려 소외되었거나 고립되었는지도 모르는 현대인들에게 느리고 평범해 보이는 방식의 언어로 '쉼'에 대하여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적 조건에 대하여 깊이 느끼고 사유하게 하는 또 다른 차원의 공간, 다시 말해 드로잉과 오브제와 같은 물질적 차원의 공간 이면에 남겨진 흔적들을 통해 내면적 차원의 공간 즉 '쉼'이라는 여유의 공간과 그 의미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 이승훈

김현영_Recovery-natureⅡ_혼합재료_33.5×19×9.8cm_2010
김현영_Recovery-natureⅢ_혼합재료_35×106cm_2010

몇 년 동안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들을 바라보며 그저 아파하기만 하는 내 작음이 크게 느껴져서 더 아팠다. 삶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이 세상에 어디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어디 귀하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아프고 싶어 아픈 사람은 또 어디 있겠는가? 그저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회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갈 바를 알지 못해 가슴 먹먹한 이들, 마음 둘 곳 없어 휑한 가슴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 그들의 마음이, 그들의 몸이, 그들의 환경들이 어루만져지고 보듬어져서 어린 아이의 여린 살결처럼 맑아졌으면 좋겠다. 나의 그림은 그들을 향한 작은 바람이며 소망이다.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위한 노래이다. 여린 촛불이 자기 몸을 태워 빛을 내고 그 빛은 누군가에게 소망이 되듯이 나의 그림이 어떤 이들에게 그들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쉼이 되고 작은 소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2010년 8월 어느 날, 그림을 바라보며... ■ 김현영

Vol.20100908i | 김현영展 / KIMHYUNYOUNG / 金賢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