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展 / LEEJAEHYUNG / 李在亨 / sculpture   2010_0909 ▶︎ 2010_0930

이재형_BENDINGMATRIX_LED, 합성수지_2010

초대일시_2010_0909_목요일_06:00pm

청계창작스튜디오 3기 입주작가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청계창작스튜디오 CHEONGGYE ART STUDIO 서울 종로구 장사동 227-1번지 센추럴관광호텔 1층 Tel. +82.2.2290.7134 artstudio.sisul.or.kr

매트릭스 체계에 간섭하고 해체하기 ● 이재형은 빛에 관심이 많다. 빛 중에서도 자연광보다는 인공조명에서 문명사회를 표상하는 형식적 가능성을 발견한다. 인공조명 자체가 문명사회의 발명품인 것을 생각하면, 이는 당연히 그리고 자연스레 단순한 빛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인공조명은 말하자면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에 내장된 생리의 질감과 색감을 대변해주는 시대적 아이콘으로 정의할 만 하다. 이런 인공조명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페인팅과 LED를 결합한 초기 회화 작업, 오브제와 특히 비정형의 철망에 LED를 결합한 「Another Atlantis」, 그리고 근작에서의 주형으로 떠낸 조형물에 LED를 결합한 「Bending Matrix」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나타난다.

이재형_BENDINGMATRIX_LED, 합성수지_2010
이재형_BENDINGMATRIX_LED, 합성수지_2010

이 중 초기 회화 작업을 보면 왁스로 마감한 페인팅의 이면에다 LED 소자를 심은 것으로서, 빛을 투과하는 왁스의 성질 탓에 부드럽게 점멸하는 LED의 불빛이 페인팅과 어우러져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라인으로 구획을 정하고 그 안쪽을 색면으로 채워 넣은, 흡사 색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콤퍼지션을 보는 듯한 이미지가 부드러운 질감의 빛과 어우러져 중세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 같다(실제로도 스테인드글라스 역시 작가의 작업에서처럼 자잘한 색면들과 그 색면들을 구획하는 라인들이 빛과 어우러지면서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효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일련의 작업들에서 작가는 아마도 각종 인공조명으로 불 밝히고 있는 문명사회의 정경에다 스테인드글라스에서와 같은 시적이고 서정적인 아우라를 부여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 그리고 연이어진 「Another Atlantis」에서 작가는 제목처럼 또 다른 신대륙을 꿈꾼다. 그런데 그 신대륙은 흡사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가 새롭게 발굴된 것 같은, 아직 도래하지도 않은(혹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를) 문명사회의 종말을 앞당겨 본 것 같은, 약간은 이질적이고 생경한 느낌을 준다. 문명사회의 종말을 예시해주고 있다고나 할까. 흡사 물속 정경 같은 파리한 불빛이 잠식하고 있는 공간 속에 시간이 정지된 듯, 수몰된 듯 자리하고 있는 폐 자동차(실제로도 고대 아틀란티스 대륙은 대양에 수몰된 것으로 전설은 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세팅된 비정형의 망 구조물 위로 부유하는 물고기와 사람들. 묵시록적이기도 하고 암울하기도 한 느낌. 그러면서도 그 표면을 유영하는 물고기와 사람들로 인해 종말 이후 신생동물들이며 신인류와 대면한 것 같은 느낌. 초기 회화 작업에서 다소간 우호적이었던 문명사회에 대한 작가의 반응이 이 작업들에선 약간의 암울한 정서 내지는 반응으로 각색된다.

이재형_ANOTHER ATLANTIIS_LED, 철망, 오브제_2010

그렇다면 문명사회에 대한 작가의 암울한 정서와 반응은 어디서 어떻게 유래한 것일까. 바로 매트릭스며, 이를 주제화한 것이 근작이다. 물고기와 사람들로 하여금 그 표면에 유영할 수 있게 해주었던 기술적인 환경, 즉 사방으로 연속된 촘촘한 격자무늬의 망과 그 망들에 심겨진 LED 소자들에서 작가는 매트릭스를 떠올린다. 행렬, 질서, 체계, 모체, 자궁, 그리고 특히 망(회로망)을 의미하는 매트릭스 구조에서 작가는 개별주체와 제도와의 관계를 보고,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를 보고, 특히 그 관계의 망을 통해 수행되는 권력의 시스템을 본다. 권력의 문제, 감시의 문제, 권력을 무력화하는 탈권력의 문제, 감시의 눈초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일탈과 자유의 문제로까지 의식의 지평이 확장된 것이다. ● 미셀 푸코에 의하면, 옛날에 제도는 육체를 직접 감금하고 체벌하는 형식으로 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했다. 그 형식에 걸 맞는 기관이 감옥이며, 이후 점차 그 기능을 정신병원이 이어받는다. 즉 정신병리학의 학적체계에 힘입어 사회로부터 정신병자들, 비정상인들, 그리고 특히 잠재적으로 사회를 불안하게 할 수도 있는 불온분자들을 색출하고 격리수용할 수 있는 법적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학적체계와 법적체계의 공모! 혹은 학적체계의 법적체계로의 진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누가 누구를 정신병자로, 비정상인으로, 불온분자로 지목하는가, 하는 문제!!! ● 그리고 계몽주의 사회가 도래하면서 그 기능을 학교가 떠맡는다(여기서 학교는 학교 자체로서보다는 각종 사회교육기관을 아우르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를, 무엇이 상식적이고 비상식적인지를 개인에게 교육시켜 내재화하는 것인데, 일단 내재화에 성공하면 제도는 더 이상 개인을 감시할 필요조차 없게 된다. 개인이 스스로 알아서 자신을 감시하기 때문이며, 개인이 자발적으로 제도의 감시기능을 대행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자정부는 매트릭스를 통해 그 상호감시와 자기감시가 더 촘촘하게, 더 긴밀하게, 더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지지하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그것은 일종의 자족적인 체계며 시스템인 만큼, 이에 대해 권력의 주체와 객체를 따져 물을 수는 없다. 그 망에 관한한 개인은 권력의 발신자이면서 동시에 수신자이기도 한 것이다(이를테면 개인이 질서를 위반함으로써 일탈에 따른 쾌감을 맞볼 수는 있지만, 역으로 다른 사람이 그 질서를 위반했을 때 이에 따른 불편함을,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위협이나 위험마저 감수해야 한다).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의 딜레마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재형_ANOTHER ATLANTIIS_LED, 철망, 오브제_2010

여하튼 매트릭스는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의, 제도화된 사회의, 전자정부의 통신망이며, 회로망이며, 신경망이며, 감시망이다. 일방통행식이 아닌 상방통행식과 상호작용을 향해 열려진 민주적인 체계이면서도, 이와 동시에 이를 통해 자기감시와 상호감시를 더 긴밀하게 수행하게 해주는 제도적인 체계이기도 한 것이다. 매트릭스의 이중성이라고나 할까. 상호소통의 가능성을 향해 열려있으면서도 상호감시를 더 긴밀하게 해주는 체계이기도 한. 여기서 작가는 매트릭스를 권력의 이해관계에 합치되는 체계, 권력에 복무하는 체계로 진단한다. 그리고 그 권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가능성, 즉 탈권력의 가능성을 그 매트릭스 체계를 해체하고 훼손하는 것에서 찾는다. 「Bending Matrix」, 즉 휘어진 매트릭스다. 사실 매트릭스가 체계의 가시적이고 비가시적인 영역, 그리고 심지어는 개별주체의 의식적인 영역마저 파고드는 것임을 생각하면, 매트릭스가 휘어진다고 해서 이를 통해 수행되는 권력이 무력화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일 수 있다. 그러므로 휘어진 매트릭스에 대한 작가의 기획은 그 자체로서보다는 일종의 상징적 제스처로 이해해야 한다. ● 여하튼 작가는 휘어진 매트릭스, 곡면으로 굴곡진 매트릭스, 비정형의 매트릭스에서 그 가능성을 찾는다. 매트릭스의 정형의 체계를 비정형의 체계로, 필연적이고 기계적인 체계를 우연적이고 돌발적인 체계로 변질시키는 것이다. 근작을 보면 이런 기획을 실현했다고 보기는 어렵고(아마도 그 실현은 차후 작업을 위한 숙제로서 남겨질 듯 하다), 다만 매트릭스를 매개로 개별주체와 제도와의 관계가 어떻게 수행되는지, 개별주체와 제도와의 관계 형성에 매트릭스 체계가 어떻게 매개되는지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말이 있고, 개가 있고, 코뿔소가 있고, 기린이 있다. 이 포유류의 몸속에 내장된 LED 소자들. 그리고 그 LED 소자들이 내보내는 데이터화된 정보들, 즉 그 동물들의 몸을 타고 흐르는 일련의 코드화된 문자들, 숫자들, 그리고 기호들이 있다. 여기서 동물들은 개별주체를 대리하며, 그 몸을 타고 흐르는 정보들은 개별주체와는 무관하게 그에게 주입되어지는 매트릭스 체계를, 가치체계를, 감시체계를 암시한다. 만약 동물들이 아닌 사람이었다면 그 체계는 더 절실한 현실로 와 닿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 고충환

Vol.20100912f | 이재형展 / LEEJAEHYUNG / 李在亨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