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E WAY

김지민展 / KIMJIMIN / 金志旻 / sculpture   2010_0903 ▶︎ 2010_0925 / 일,공휴일 휴관

김지민_The One Way_설치_레진, 렌즈, C 프린트_2010

초대일시_2010_0903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OCI 미술관 서울 종로구 수송동 46-15번지 Tel. +82.2.734.0440~1 www.songamfoundation.org

One Way ● 김지민의 작업을 떠올리면 맨 먼저 기억나는 것은 「The Fan」연작이다. 상품의 라벨을 이어 만든, 형형색색의 바퀴와도 같은 둥근 형태. 작품에서의 둥근 동심원들은 멀리서 보면 알록달록 예쁘다. 그러나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지시하는 실체도 없이 '상표'라는 기호들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품재의 특성인 일정한 규격과 산뜻한 디자인은 시각적 경쾌함을 불러일으키지만, 브랜드 가치를 지시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며 상품과 분리된 라벨은 더욱이 목적 없이 표류하는 기호일 뿐이다. 더욱이 동심원의 한가운데에 있는 볼록 거울은 표면 위를 배회하는 시선들을 반사시킨다. 흰 색의 벽과 바닥으로 인해 형성된 무중력한 인상은 라벨들의 빽빽한 집합을 질량감 없는 만화경 이미지처럼 보이게 한다. 만화경이 거대할수록 이미지는 황홀하지만 그 무의미함은 배가된다. 이처럼 김지민은 동심원 형태로 공간을 잠식해가는 라벨들의 반복을 통해서 자본주의의 상품 코드들의 소용돌이 속에 빨려 들어가는 동시대의 문화적 상황을 보여주고자 했다. 라벨을 이어 만든 고래 형상의 「Oxymoron」에서는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거대한 흐름인 '트렌드'를 생명체로 비유하여 드러낸 듯 했다. 라벨을 개념적 장치로 이용하기보다, 이어 붙여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면서 잠재적 내러티브를 형성한다는 측면에서 「The Fan」 연작과는 또 다른 접근이었다.

김지민_The One Way_설치_레진, 렌즈, C 프린트_2010_부분

이처럼 김지민의 작업들에서 라벨은 작업의 형태를 만드는 주요 재료이자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욕망에 대한 표상으로 사용되어왔다. 몇 차례의 전시를 통해 라벨 자체가 김지민이라는 작가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와 같이 느껴질 무렵, 그는 자신의 전공이 '조소'였음을 새삼스레 인지시키듯, 라벨의 평면적 설치 방식에서 벗어난 입체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결국 「Oxymoron」에서 나타난 형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입체로 확장되는 분기점이 되었던 것이다. 세오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인 『Vanitas-Holic』전에서 김지민의 작업은 조형적 재미와 개념적 일관성을 함께 보여주면서, 개념과 형태 사이의 균형을 새로이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라벨을 이용한 작업 대신 등장한 것은 상품 이미지의 디지털 프린트와 인물상이다. 남자, 여자, 소년, 소녀, 강아지 등 전형화 된 가족 구성원을 보여주는 가족상은 백화점 쇼윈도우의 마네킹 보다 더 한층 더 인공적이고 매끄럽게 반질대는 백색 표면 처리로 인해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공허한 느낌까지 전한다. 각 가족 구성원의 머리는 눈동자의 형태로 대치되었고, 그 동공 속에는 닌텐도 게임, 맥도날드 해피밀 장난감, 명품 핸드백, 고급 승용차 등 그들이 각기 쫓고 있는 상품들의 이미지가 반복적 패턴이 되어 「The Fan」과도 같은 동심원을 형성한다. 그것은 상품가치에 사로잡힌 눈이자 마비된 머리이다. 이 작업을 통해서 김지민은 라벨이라는 소재가 자칫 소비사회의 기호에 대한 상투적 도식이 되거나, 주제의 맥락과 다른 노동집약적 공예적 접근으로 읽혀질 위험성, 혹은 색채 표본과 같은 조형적 패턴으로 인지될 수도 있을 지점을 현명하게 벗어났다.

김지민_MYDRIASIS-the girl_레진, 렌즈, C 프린트_48×50×110cm_2010

이번 개인전에서 보여질 작품들도 2008년 개인전의 연장선 위에 있다. 가족상 연작에서 발전된 작품은 「소년」과 「소녀」이다. 이 인물상들은 받침대 위에 놓여 마치 로마시대의 영웅상과도 같이 전통적인 초상조각의 형식으로 제시되지만, 두 인물의 동공 속은 그들의 세대가 갈망하는 소비사회의 상품 사진들로 만들어진 동심원으로 채워진다. 받침대가 있는 전통 조각의 형식의 용도와 의미를 활용하여 오늘날 특정 세대의 초상을 구현한다는 점은 역설적이어서 매력적이며, 앞으로의 더 심화된 작품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실제의 두상 보다 확대된 크기와 무엇엔가 사로잡힌 듯 멍한 표정, 동공 속의 볼록 렌즈 안에 있는 형형색색의 상품 사진들은 이 시대 인물들의 정신과 육체가 놓여있는 지점을 시사한다.

김지민_MYDRIASIS-the boy_레진, 렌즈, C 프린트_48×50×110cm_2010

전시 제목이기도 한 조소 설치 작품인 「The One Way」 역시 소비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작가의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작업에서 평균대 위를 좀비처럼 무기력한 자세로 걷고 있는 복제 인간 같은 군상들은 프리츠 랑(Fritz Lang)의 영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에 나오는, 기계 시스템에 사로잡힌 노동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은 영혼이 빠져나간 표정으로 줄지어 앞으로 행군한다. 초기 자본주의 산업화 문명 속에서 자본가의 착취로 기계의 일부가 된 노동자의 모습이 오늘날 소비문명에 종속된 중산층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은 흥미롭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사랑이 결국엔 기계 시스템 속 인간을 구원하리라 믿었던 프리츠 랑의 관점과 달리, 김지민의 작업 속 인간들은 한층 더 교묘해지고 강력해진 시스템 속에서 결코 빠져나오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착취의 대상도 화해의 대상도 그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희망이 없지만 불행하다는 의식도 없다. 이러한 태도는 소비와 소유를 통해서만 존재감을 느끼며, 소비 욕망 자체가 삶의 엔진이 되어버린 후기 자본주의 세대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이다. 김지민은 우리가 자본주의 시스템의 궤도와 물질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소비하기 위해 생산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한다. 주지할 점은 그것을 말하는 방식에서도 소비사회의 상품 미학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그가 제시하는 것은 이 시대에 대한 논평이 아니라, 마치 상품의 가치를 지시하는 라벨과도 같은 하나의 아이콘인 것이다. ■ 이은주

김지민_OXYMORON-the whale_설치_라벨, 바느질_2009

The One Way ● Recalling Kim Ji-min's work, what arises first is his series The Fan. Seen from a distance, a colorful concentric circle, produced by putting labels together in a wheel shape, appears beautifully variegated. Upon close examination, we see it is made of signs like trademarks without directing any substance. While a commodity's regular size and fresh design evokes visual cheer, its label implying worth as a product is meaningless and without purpose when detached from the commodity. A convex mirror at the center of the circle reflects the gaze. A zero-gravity impression, provoked by a white wall and floor, condenses the labels to look like a volume-less kaleidoscopic image. The more enormous this image is, the more fascinating it is. But, its meaninglessness is doubled. ● Through repeated arrangements of labels in concentric circles encroaching on space, Kim showcases cultural situations in which codes of commodities in capitalist society are drawn into a whirlpool. In Oxymoron, a whale made of labels is like the massive trend of commercialism. It shows an approach different to The Fan series as he uses labels to create form and generate narratives rather than concepts. ● In Kim's work labels are used to create form and a metaphor for consumption and desire in capitalist society. When the label was considered his trademark subject matter through several exhibitions, he began presenting three-dimensional pieces, as if to stress that his major is sculpture. His concern with new form appearing in Oxymoron was a turning point to expand the sphere of his work to three-dimensional form. ● In VAnitas-Holic, his solo show at Seo Gallery, Kim's work discovers equilibrium between concept and form, presenting visual fun and conceptual consistency as well. Digital prints of commodities and figures replace labels. Images showcasing typical family members including man, woman, body, girl, and puppy appear unrealistic and radiate vacancy, with its white surfaces looking more artificial and sleek than store mannequins. Each family member's heads are replaced with the eyes bearing commodity images, from Nintendo, playthings offered by McDonalds, designer handbags, and a luxury sedan each pursues. These images form concentric circles in repetitive patterns. Eyes and heads appear captivated by commercial value. Through this work Kim escaped from a possibility that his banal labels are considered as icons of consumer society, his work is regarded as labor-intensive craft deviating from his subject, and his form is recognized as a pattern like a color wheel ● Works on display at the show are an extension of pieces at the Seo Gallery exhibition. Boy and Girl are evolved from the family member series. The two figures, placed on the pedestals, are presented like the statues of Roman heroes in a conventional style of portrait sculpture. The two figures' eyes are also replaced with the concentric circles made up of the photographs of commodities their generations desire to possess. This way of representing portraits of a specific generation by using the form and meaning of conventional sculpture with the pedestal, is paradoxical and attractive, and thus more enhanced work is anticipated from this point. The circles larger than the real heads, their vacant expression, and colorful commodity photographs put on the convex lenses in the eyes are suggestive of the positions the soul and body of figures today are placed. ● The One Way, a sculptural-installation, used for the exhibit title, reveals his attitude toward capitalism and consumerism. A group of people like clones walk on a balance beam in a powerless posture - like zombies and laborers in Fritz Lang's Metropolis, captured by the machine system. Workers who became part of a machine through capitalist exploitation in early capitalism and industrialization are like middle class people today subordinated to consumer civilization. ● Unlike Fritz Lang who believed love could save men confined to the machine system, humans in Kim's work seem incapable of escape from the more elaborate system. That's why, in this system, the object of exploitation is without substance. There is no hope and the consciousness of unhappiness. This attitude represents the reality of the post-capitalism where one feels a sense of his existence through consumption and possession, and the desire for consumption becomes an engine for life. Kim alludes to an aspect we produce and proceed forward for consumption under the capitalist system in a whirlpool of commodities. Kim uses commodity aesthetics to talk of this. He presents icons indicating and questioning the value of commodity. ■ LeeEunju

Vol.20100913g | 김지민展 / KIMJIMIN / 金志旻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