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낙원 Rost Eden

고기현展 / KOKIHYUN / 高琦賢 / painting   2010_0916 ▶︎ 2010_0929 / 월요일,추석 휴관

고기현_잃어버린 낙원_순지에 수묵담채, LED_60×60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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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916_목요일_06:00pm

청년작가 초대전

후원/협찬/주최/기획_우진문화재단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추석(9월21~23일) 휴관

우진문화공간_WOOJIN ART PLACE 전북 전주시 덕진구 진북2동 1062-3번지 Tel. +82.63.272.7223 www.woojin.or.kr

200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내 작업의 기본 모태는 자연친화적 소재인 한지와 광목을 이용하여 시간의 흐름과 자연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거에로의 회귀 지향적 작업들은 2008년을 기화로 자연소재인 한지에 인공물인 LED를 도입하는 새로운 방식을 취하게 되었다. 나아가 이는 내 주변의 많은 변화에서 기인하는 심리적 불안 상황과 맞물려 작업의 화두를 과거에서 현재의 시점으로 옮겨놓는 커다란 방향전환을 유도하게 되었다.

고기현_잉태_순지에 채색_112×112cm_2010

사회적 진출에 따른 새로운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인하여 보편적 도덕성에 대한 믿음체계가 흔들리면서 정체성의 혼돈이라는 정신적 트라우마(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겪고 있던 어느 날, 먼지가 수북이 쌓인 미키마우스의 환한 웃음 뒤에 가려진 그늘진 표정에서 나약한자의 경직된 웃음과 강한자의 비열한 웃음이라는 서로 상반된 표정들을 목격하였고 거기에는 '선'과 '악'이 묘하게 공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들은 심리적 혼돈, 불안, 불쾌감 등의 부정적 감정들을 연상시키며 무의식에 자리한 기억의 상흔들을 하나 둘 씩 끄집어낸다. 그로인해 한지와 조명의 이질적 요소는 전통과 현대, 졸박(拙泊))함과 화려함, 자연물과 인공물, 어둠과 밝음,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감춤과 드러냄과 같은 서로 상반된 요소들을 무한하게 도출시켜 베일에 가려진 현대인의 이중심리를 드러내고자 하는 표현양식의 고리를 형성해 주었다.

고기현_함구(緘口)_순지에 채색, LED_112×146cm_2010
고기현_함구(緘口)_조도의 변화에 의한 이미지

지난번 전시가 미키마우스를 정신적 위안의 대리물로서의 善의 상징인 '수호천사'로 등장시켰다면 이번 전시는 미키마우스를 일종의 가상세계의 아바타와 같은 惡'의 개념으로서의 '악당'으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그의 비참한 末路를 보여줌으로써 자본주의 문화산업의 제도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장치에 대한 모순을 풍자하고 악한 자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자 하였다.

고기현_구출_순지에 분채_50×50cm_2010
고기현_악당미키_순지에 채색, LED_103×54cm_2010

이야기의 줄거리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성이 탐욕스런 자본주의에 의해 잠식되고 착취당하면서도 약자라는 이유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웃는 모습만 보일 수밖에 없는 열악한 현실적 배경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것은 빛을 동반한 알(卵 혹은 毬)과의 알레고리를 통해 이야기의 단초를 형성하면서 나약한 자로서의 항변을 보다 더 구체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母胎(자궁)를 상징하는 소라의 형상, 그 속에서 태동하는 알의 부화는 악당 미키의 탄생을 예견한다. 작품 전반에 등장하는 알의 형상은 욕망과 무의식에 자리하는 혼돈과 불안의 잉여물로서 세포 분열처럼 증식하는 사회의 암적 존재로 기능한다. 알은 보석과 같은 영롱함으로 마치 약한 자를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을 하지만 조명의 은밀한 기운 뒤에는 나약한자를 짓밟으려고 하는, 이를테면 사회적으로 물화된 강한자의 횡포와 독식이 잠재 되어 있다.

고기현_미키의 최후_순지에 채색, LED_60×60cm_2010

부조리와 불합리한 사회에서 느껴지는 현실적 괴리와 관계에 있어서의 모호성은 본능적 욕구와 사회적 규범 사이에서의 혼란을 가져와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판타지를 만들어준다. 이러한 환상은 내면의 심리적 경험과 상처의 기억공간을 상징과 은유체계라는 작업방식으로 연결되며 주술적 행위 중 하나인 '양법저주술'과도 같은, 예를 들어 골프공으로 때린다던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따위의 행위로 연출된다. 그리고 켜짐과 꺼짐의 미묘한 교차로 인한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는 밝음과 어둠의 공존을 한지라는 소박한 매체의 이면에 담고서 끝없는 되물음과 자기 성찰을 시도하게 한다. 타인에게 자신의 내면의 일부분을 드러내 보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나, 이러한 나만의 치유방식은 어머니의 자궁으로 돌아가고 싶은 나약한 자로서의 귀소 본능이기에 앞서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강렬한 의지로 나타난다. 삶 속에서 오는 갈등을 작업으로 위로 받으며 예술에 대한 열정을 새롭게 다지는 일은 고독과 절망감을 망각의 시간으로 흘려보내며 용서를 구한다. 마치 이질적이고 강렬한 조명의 불빛이 한지의 넉넉한 품성으로 순화되듯이 말이다. ■ 고기현

Vol.20100919c | 고기현展 / KOKIHYUN / 高琦賢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