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 시작되는 삶

김하린展 / HARINKIM / 金廈璘 / installation.video   2010_0913 ▶︎ 2010_0920

김하린_견고하지 않은 벽_단채널 비디오_가변설치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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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913_월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국민아트갤러리 KOOKMIN ART GALLERY 서울 성북구 정릉동 861-1번지 국민대학교 예술관 2층 Tel. +82.2.910.4465

소멸에 관한 판타지 ● 머리카락과 밀랍을 사용한 김하린의 연작들은 재료의 동물성과 이미지(주로 죽음이나 소멸과 관련된)로 인해 보는 이에게 샤머니즘이나 네크로맨틱한 감응을 불러일으키지만 대상에 대한 감성적 접근과 히스테리적 회피로 보이는 결말에 의해 기존의 샤머니즘적 정서와는 또 다른 이질적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재료의 동물성 외에도 그녀의 시각에 내재된 샤머니즘의 흔적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여기서 말하는 샤머니즘의 흔적이란 무속신앙보다는 일종의 민간신앙에 가까운 개념이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에 대한 인식없이 그녀의 작업을 샤머니즘적 관점으로 접근하기에는 약간의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김하린_죽은 토끼들_머리카락, 밀랍_가변설치_2010
김하린_당혹스럽게 다가온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여전히 남겨져 있던 것_ 머리카락, 실리콘_가변설치_2010

그녀의 작품에서 전통적인 동양의 샤머니즘을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다른 이유로는 동양의 샤머니즘이 전통문화와 미신으로 오랜 시간 산재하며 획득한 일상성이 일상의 샤머니즘이란 개념을 무의미한 동어반복처럼 들리게 하는 것에 있다. 하지만 동양의 샤머니즘이나 민간신앙이 갖는 여성성과의 관계를 생각해 볼 때 그녀의 작업에 내재된 샤머니즘은 분명히 동양적(정확히 말해 한국적)이며, 여성적 감성과 히스테리의 혼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형태로 볼 수 있다. 동양의 샤머니즘은 내세보다는 현세를 중시하며 가족이나 개인의 안녕을 기원하는 여성적 신앙으로 존재해 온 면이 있기 때문이다(반면 내세를 중시하는 일반 종교는 사회 윤리와 규범을 강조하는 남성적 신앙으로 존재해 온 면이 있다). 또한,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샤머니즘과 여성성과의 모호한 관계가 아닌 샤머니즘과 일상성과의 명확한 관계에 있는데 샤머니즘의 현세에 대한 관심은 내세에 대한 무관심이 아닌 현세와 내세의 혼재를 의미하고 이러한 현실과 가상의 매개 작용은 필연적으로 하나의 판타지를 생성시킨다는 점이다.

김하린_깨끗해지기 위한 노력_아사천, 톱날이 달린 제작된 빨래판_단채널 비디오_가변설치_2010
김하린_깨끗해지기 위한 노력_아사천, 톱날이 달린 제작된 빨래판_단채널 비디오_가변설치_2010
김하린_깨끗해지기 위한 노력_아사천, 톱날이 달린 제작된 빨래판_단채널 비디오_가변설치_2010

이 일상에 대한 판타지가 생성되는 과정은 소녀적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순수하고 여린 감성에 의해 부여되는 일상의 의미가 히스테리적인 불안과 공포에 의해 부정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의미 부여와 부정의 반복은 새로운 의미와 질서에 대한 열망과 함께 탈주와 횡단을 향한 욕망을 잉태하게 되고 이 탈주적, 횡단적 욕망이 새롭고 상생적인 관계를 향할 때, 일상성은 무너지고 판타지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녀의 작업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일차적 인상이 주는 샤머니즘적 정서가 아닌 소녀적 감성과 히스테리의 혼재에 의해 빚어지는 일상성의 무너짐, 횡단적 판타지에 있다. 아마도 그녀가 이러한 소녀적 감성과 히스테리의 혼재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마주하는 추억과 망각, 열망과 무력감, 시적 유희와 공포를 동시에 끌어안으려는 시도이자 자신의 일상에서 새로운 실존적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김하린_매일매일 낯선 아침을 맞이하기에 오늘도 버틸 수 있다._단채널 비디오_가변설치_2010

우리는 매일 아침 자신의 발아래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에 익숙하다. 하지만 그것이 피부나 혈액, 정액, 생리혈과 다르지 않은 우리의 일부이자, 우리가 향하는 익숙해질 수 없는 어딘가에 대한 실증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 소멸에 대한 횡단적 판타지를 그녀가 어떻게 연계해 나갈지 기대해 본다. ■ 심대섭

Vol.20100920a | 김하린展 / HARINKIM / 金廈璘 / installation.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