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채집

장용근展 / JANGYONGGEUN / 張用根 / photography   2010_0929 ▶︎2010_1009 / 월요일 휴관

장용근_가리개_디지털 프린트_100×150cm_200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0 서울시립미술관 SeMA신진작가지원프로그램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진선_GALLERY JINSUN 서울 종로구 팔판동 161번지 Tel. +82.2.723.3340 www.jinsunart.com blog.naver.com/g_jinsun

도시가 발산하는 욕망의 이미지들 ● 동시대 젊은 작가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역사적으로, 사회학적으로 되새김질해보려는 인문학적 상상력에 분주하다. 사진을 통해 도시의 정치사회학을 미학적으로 재구성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도시 속에 사는 젊은이들의 내면성, 이 거대도시가 그들의 내면성에 가한 영향을 탐색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커다란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도시 공간에 자신의 내면성을 투사하거나 도시풍경에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작업들이 많은 이유다. 오늘날 도시의 공간은 무수한 '장소'들로 구성된다. 점조직처럼 흩어지고 연결된 개별적 장소를 이동하는 일이 도시에서의 삶이다. 도시는 그런 면에서 장소들의 콜라주로 구성된다. 이른바 공간이 추상이라면 장소는 구상에 해당한다. 공간이 이른바 '공존하는 것들 사이의 관계양상'이라면 장소는 그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총체라 할 수 있으며, 공간이 구조화된 체계로서 서술될 수 있는 것이라면 장소는 풍경으로 스스로를 드러낸다. 또한 공간이 사유의 대상이라면 장소는 체험의 대상이다.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다양한 장소를 이동하면서 이를 체험하고, 욕망하고 살아내는 일이다. 그 장소에 깃든, 채워진 물건, 오브제를 욕망하고 그 내· 외부를 장식한 다양한 이미지의 주술성에 현혹되는 일이다. 도시의 장소는 비워질 수 없다. 그곳은 보는 이의 시선을 타켓으로 해서 이를 거칠고 폭력적으로, 관능적으로 공략한다.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과잉의 물건, 오브제와 이미지의 폭력성에 시달리는 일이다. 그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일상생활이 총체적인 것처럼 장소 또한 총체적이다. 한 시대를 지배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힘과 과정은 장소를 생산하고 역으로 장소 속에서 재생산된다. 따라서 인간의 삶에서 장소는 핵심적이다. 아니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결국 그 장소에서 산다는 것이며 장소가 삶을 규정하고 감수성과 욕망을 구조화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수많은 장소들은 빈곳이 아니라 무엇인가로 가득 채워져 있다. 내. 외부는 현란한 색채와 이미지, 문양으로 촘촘히 수놓아져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무수히 반복된다. 획일적이며 상투적이고 기계적인 반복으로 모든 것들을 균질화시켜 버리는 난폭함이 도시의 장소들을 지배한다. 어쩌면 도시는 더 많은 볼거리와 더 강도 높은 이미지와 더 세련되고 감각적인 상품에 기갈이 걸린 곳이다. 그러니까 도시의 장소는 결코 만족을 모르고 전면적으로, 반복적으로 무엇인가로 가득 채워져만 간다. 그것은 결코 끝나거나 멈추지 않는다. 욕망이라는 유령이 도처에 출몰한다.

장용근_여관_디지털 프린트_100×150cm_2010
장용근_찌라시_디지털 프린트_100×150cm_2008
장용근_목격자_디지털 프린트_100×150cm_2008

장용근은 그런 도시를 배회했다. 그는 도시에서 살면서 도시라는 공간, 수많은 장소들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아니 그것들이 그의 눈과 몸을 순간 덮쳤다. 그는 사진 찍는 이로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들을 담았다. 도시공간과 장소들을 떠돌면서 본 것들을 기록했다. 그 사진은 완고한 다큐멘터리적 속성을 지녔다. 그러나 그 기록성은 재배열되고 재구성되면서 원풍경으로부터 이탈된 낯선 풍경을 보여준다. 원근이나 거리감 없이 사각형의 화면 전체를 완전히 채워나간 이미지, 색채, 기호와 문자들만이 곤충의 겹눈에 비친 이미지처럼 자리했다. 조각나고 파편화된 이미지는 너무 많고 과잉으로 흘러넘치는 것들이라 다소 무감각해지거나 그 개별성의 존재 자체가 지극히 약화되어 버린 것들이다. 어찌보면 도시는 그 자체의 공간과 장소를 보여주기 보다는 그것들을 뒤덮고 있는 이미지와 사물들로 가득한 곳이다. 그것들은 어떤 실체를 은폐하거나 대신해서 초현실적인 환영을 만들어내는 이상한 존재들이다. 그 이미지들은 도시의 상형문자다. 어떤 욕망을 요구하고 자본을 갈구하며 본능을 흡입하는 텍스트들이다.

장용근_지하철사고 현수막_디지털 프린트_100×150cm_2003
장용근_간판_디지털 프린트_100×150cm_2004

장용근은 자신의 감수성을 규정하고 감각을 형성하는 것들, 도시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눈과 몸에 파고든 기이하고 낯설고 괴이한 것들, 도시가 발산하는 욕망을 수집했다. 일단 그는 그 오브제, 이미지들을 채집하고 촬영했다. 그런 다음 컴퓨터상에 저장했다가 이것들을 다시 불러 모아 원하는 공간구성을 했다. 대구 지하철사고 당시 조의로 내건 현수막, 교통사고 목격자를 찾는다는 현수막, 로또가게에 내걸린 현수막과 간판, 건물에 다닥다닥 붙은 현란한 간판들, 그리고 도로에 그려진 화살표, 아스팔트에 스프레이로 그려진 교통사고 표시용 흔적들과 각종 감시카메라, 여관의 내부풍경, 모텔의 색동가리개, 노래방입구, 슈퍼마켓을 가득 채운 물건들, 조명을 둘러쓰고 발광하는 밤의 나무들, 출장마사지 찌라시 등이 화면 전체에 빼곡하다.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도처에 흩어져 있는 것들이자 무서운 욕망의 증식을 시각화 하는 장치들이다. 모텔의 내부사진과 마사지 찌라시는 성적 욕망과 관련된 것이고 로또 가게의 간판 및 현수막, 슈퍼마켓의 진열대를 채우고 있는 상품들은 소비와 탐욕의 함수관계를 나타내며 컴컴함 밤에 조명을 뒤집어쓰고 크리스마스 트리 처럼 빛을 내는 나무들은 인간의 욕망에 의해 자연이 어떻게 착취되며 기이한 풍경으로 변질되고 있는 가를 보여준다. 그것들이 반복해서 정렬되는 순간 그 강도가 무척 쎄게 다가온다.

장용근_슈퍼마켓_디지털 프린트_100×150cm_2010

그의 사진은 도시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거나 풍경적으로 보려는 의도가 없다. 도시를 이루는 작은 단위들, 장소들의 부분들을 조밀하게 엮고 연결했다. 그것들이 모여 커다란 화면을 가득 채워나가는 순간 기이한 풍경이 되었다. 그것은 실재하는 풍경에서 따온 파편적이고 단위적인 것들인데 다닥다닥 붙어서 증식되고 반복되는 순간 약간은 공포스러운 풍경으로 돌변한다. 새삼 우리들이 사는 도시공간과 장소들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무서운 사물과 이미지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곳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도시 곳곳에는 초현실주의적 기이함과 우스꽝스러움, 혹은 무서운 욕망의 비등점이 자리한다. 자본의 논리에 의해 끊임없이 변형되고 채워지고 덮어지는 그런 도시다. 이토록 난잡한 풍경이 이 시대의 자화상임을 장용근의 사진은 새삼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사진은 예리한 문화 비평적 성격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 박영택

서울시립미술관 신진작가지원프로그램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2010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의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장 임대료, 인쇄료, 홍보료, 작품재료비 및 전시장 구성비, 전시컨설팅 및 도록 서문, 외부평론가 초청 워크숍 개최 등 신진작가의 전시전반을 지원하는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Vol.20100924j | 장용근展 / JANGYONGGEUN / 張用根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