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_SCANDAL

정상수展 / JEONGSANGSOO / 鄭相秀 / painting   2010_0916 ▶︎ 2010_1004

정상수_인상_SCANDAL展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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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_충청북도

2010_0916 ▶︎ 2010_0920 초대일시_2010_0925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Hangaram Art Museum, Seoul Arts Center 서울 서초구 서초동 700번지 Tel. +82.2.580.1300 www.sac.or.kr

2010_0920 ▶︎ 2010_1004 초대일시_2010_0925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타블로_GALLERY TABLEAU 서울 종로구 관훈동 23번지 원빌딩 3층 Tel. +82.2.723.6081

몸 표면을 흐르는 어두운 욕망들 ● 금색과 흑색의 대조로 화려한 표면효과를 가지는 정상수의 전시는 현대 매스 미디어의 핫 이슈가 되는 스타들의 스캔들을 주제로 한다. 『인상-스캔들』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작품들의 배경은 별들이 무늬처럼 박혀 있고 이를 배경으로 한 어두운 색의 실루엣이 스캔들의 주인공이다. 이번 전시에는 세계적인 스포츠 산업의 정점에 있는 운동선수들이 등장한다. 뜨거운 스캔들의 파트너가 될 법한 여성들이 하나같이 섹시한 포즈로 금빛 배경에 자신의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시각적 화려함이 받쳐 주어야 할 이러한 주제는 동양화에 금박(金箔), 동박(銅箔) 같은 새로운 재료를 도입함으로서 가능했다. 화면에 입힌 박(箔)을 태워서 얻은 어두운 색은 먹과 비슷한 시각효과를 낳으며, 다양한 농도의 아교를 뿌려 만들어진 표피의 불균등한 밀도에 실린 시간의 흐름이 독특하다. 작가는 화면 위에 에폭시 코팅을 해서 부식이나 변색에 의한 변화를 더디게 하고, 선명하고 생생한 효과를 보존코자 했다. 별 무늬와 함께 번쩍이는 배경과 여인들의 농염한 포즈들은 상품 및 성적 물신의 분위기를 한껏 드높인다. 어두운 실루엣 내부에 흩어져 있는 얼룩의 색감과 질감은 성욕의 끄트머리에 존재하는 죽음과 해체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박을 태우고 아교를 뿌리는 행위에 내포된 성적 메타포는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의 몸에 바이러스처럼 퍼져 있는 병적 이미지와 중첩된다. 여성들의 적나라한 또는 은유적인 성적 자세는 어두운 온 몸에 뿌려진 얼룩을 체액 같은 것으로 보이게 한다. 여기에서 일어나는 부패한 변질은 유기질인 몸 뿐 아니라 광물질인 별까지 이른다. 그의 작품에서 빛나는 별은 몸통과 더불어 변색되며 뭉개지곤 한다. 남성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온 방향으로 뻗힌 신체 외곽선의 팽팽한 긴장감과 반대로, 그 내부에는 덧없이 방출된 체액이 고이고 흐르며 변질되고 있다. 미끈하고 육감적인 몸매에도 불구하고, 내부로부터 무너지고 쇠퇴하는 유기체의 기운이 역력하다.

정상수_인상-타이거우즈_캔버스에 금박, 동박, 에폭시_180×80cm_2010
정상수_인상-스캔들_캔버스에 금박, 동박, 에폭시_180×80cm_2010
정상수_인상-스캔들_캔버스에 금박, 동박, 에폭시_180×80cm_2010

무너져 내리는 몸을 보강하기 위해 하이힐이나 총 같이 성적 메타포가 있는 도구들이 장착되고, 'playing now'같은 노골적인 단어까지 가세한다. 타이거 우즈와 그의 여인들은 대중들에게 아직 선명하게 기억되고 있는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호출된다. 갑부 스포츠 스타의 여인들은 하이힐 외에 아무런 치장이 필요 없을 만큼 완벽한 성적 대상으로 황금빛 무대에 등장한다. 총과 하이힐의 교차는 성욕과 공격본능을 연결시킨다. 몇 개의 캔버스가 등신대의 크기로 성추문의 남자 주인공과 함께 배열된다.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는 타이거 우즈는 유일하게 옷을 입은 캐릭터이며, 그가 휘두르는 긴 막대기는 성적 대상들을 겨누고 있는 듯하다. 남성의 시선에 포박된 여성들은 물화의 정점에 놓인다. 작가는 생포된 제물처럼, 또는 배경의 무늬와 전혀 구별되지 않은 사물처럼 붙박인 여성들을 응시하는 눈동자를 그린다. 남자, 또는 육식동물의 눈으로 가정된 동공 한가운데는 어김없이 여성이 있으며, 하이힐 같은 페티쉬들이 동공 주변에 배열된다. 아교 뿌리기와 박 태우기를 기본으로 하는 정상수의 표현방식은 스캔들에 대한 인상을 표현한 성적 이미지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중국산 담배 곽들을 모아서 금 덩어리 같은 느낌으로 배열한 바탕 면에 검은 가부좌 상처럼 배열된 몸 이미지는 명상하고 있는 작가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태워진 부분과 아닌 부분이 미묘하게 뒤섞이면서 만들어지는 얼룩들은 우연과 필연을 만나게 한다. 그것은 무수한 시간과 공간이 축적된 이미지는 수도승 같은 태도를 보여준다. 그는 이 작품을, 수도승들이 부처 하나씩 그리면서 도를 닦던 돈황석굴의 예와 비교한다. 자신을 하루처럼 태워 수양하는 행위는 일기 쓰듯이 꾸준히 지속한다는 것이다. 차이와 반복 속에서 좌상의 형태는 변화한다. 108, 또는 1008로 떨어지는 작은 상자들의 숫자는 영겁회귀의 상징과 닿아있다. 수행을 다루고는 있지만 특정 종교와 관련되는 것은 아니다.

정상수_인상-스캔들_캔버스에 금박, 동박, 에폭시_100×130cm_2010
정상수_인상-스캔들_캔버스에 금박, 동박, 에폭시_100×130cm_2010

그러나 부처상 같은 이미지를 뒤집으면 천사나 예수 상처럼 변환하는 기묘한 우연 속에 예술과 종교의 접점이 은연중에 드러난다. 정상수의 작품에는 비슷한 형식적 방법론 속에서 남성/작가의 초월성과 여성/대상의 비천함을 대조시키는 이분법적 관점이 있다. 과도한 인위적 욕망을 부추키는 난잡한 문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부족했다면, 그의 작품은 가부장문화의 이데올로기를 되풀이 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다양하게 취해진 섹시한 포즈에는 여성성이 극대화되어 있다. 전형적인 남성(인간)의 시선을 위해 마련된 여성 몸뚱이, 그것에 내재된 억압성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검은 표면들 위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퇴폐의 향기이다. 이 퇴폐의 향기는 그것을 밀폐시키려 할수록 스멀스멀 새어나온다. 끈끈한 리비도는 고통과 쾌락이 넘나드는 육체의 구멍들과 그 주변에 고여 있다. 그러나 여성들의 적극적인 포즈는 그녀들이 일방적인 희생자도 아님을 알려준다. 중국 국기로 만들어진 속옷을 입고 총을 든 당당한 여자는 여성 상위시대를 알리는 전사처럼 보일 정도이다. 그녀들이 착용하는 국기나 무기 같은 소재는 몸을 관통하는 권력을 드러내준다. 몸은 자연과 문화가 만나서 가장 높은 상품가치를 갖추기 위해 정교하게 다듬어진다. 여기에는 육체를 관리 대상품으로 취급해온 권력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알폰소 링기스는 『낯선 육체』에서 미셀 푸코를 인용하면서, 육체 안에서 끊임없이 들끓고 있는 쾌락 역시, 타자들의 담론과 권력의 작용들이 선동하고 규약 한다고 말한다. 권력의 작용들은 육체들을, 삶을 관리하고 경영하기 위해 고안된 전략들, 곧 근대 국가의 새로운 삶 정치(biopolitics)의 전략들 아래로 복속시킨다. 담론은 그런 육체들 주변에서 구체화된다. 기괴하게 대상화 된 여성은 이분법적 사고에 내재된 심각한 육체공포증을 반영한다.

정상수_인상-캣츠아이_캔버스에 금박, 동박, 에폭시_130×160cm_2010

황금색 바탕을 잠식하는 어두운 몸뚱이들은 지고한 이데아의 광휘로부터 복제된 불완전한 물질이라는 육체의 타락한 지위와 관련된다. 이분법 대신에 하나로 흐르는 유체(流體)적 육체를 주장하는 엘리자베스 그로츠는 『뫼비우스 띠로서의 육체』에서, 육체적인 각인 양식을 통해 몸은 만연된 권력의 절실한 요청에 적응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들 양식은 육신을 특정한 유형의 몸으로 만들어낸다. 몸은 문화적인 요청에 적합한 몸이 되거나 부적절한 몸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자연적인 몸이란 없다. 여성 스스로도 내면화하곤 하는 가부장적 미의 규준은 푸코가 '자아 생산의 테크닉'이라 불렀던 것이다. 푸코에게 몸은 권력의 대상이며 표적이자 도구이며, 권력을 작동시키는 가장 거대한 투자의 장이다. 몸은 문화적인 요청에 따라 잠재적으로 무한한 방식으로 이용될 수 있다. 섹슈얼리티의 배치는 지식-권력을 몸과 연결시키는 연결고리이다. 이러한 섹슈얼리티의 배치는 해방의 약속이 아니라, 개인과 집단을 확고하게 몸의 생체정치학적인 통제 아래 묶어두는 방식이다. 정상수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자유분방한 성은 억압의 증후이다. 그러나 이러한 억압에 가해자/피해자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권력은 주체 자체를 생산하는 적극적 힘이 된다. 정상수의 작품에 등장하는 남녀 스포츠 선수들은, 자연적인 필요 이상의 극도의 단계로 몸을 수련해야 하는 이들로 이 시대의 대중들이 원하는 몸 생산의 최전선에 있는 자들이다. 스캔들을 다루는 이번 전시의 작품 속 이미지들은 그 대다수가 대중매체에서 끌어온 것들이다. 정보와 더불어 상품을 실어 나르는 매체는 소비자를 비롯한 특권화 된 관망자를 위한 이미지를 마련한다. 여기에서 작동하는 것은 보는 자와 보이는 자 사이에 설정된 권력관계이다. 보이는 대상으로서의 여성은 정지된 형식인 회화에 의해 그 자리에 붙박혀 있다. 거기에는 노출하는 여성과 관음증에 빠진 남성의 관계가 내재한다. 정상수는 고양이과 동물의 눈을 빌어서 포식자 앞에 놓인 고깃덩어리 같은 존재를 동공에 고정시킨다. 번뜩이는 육식의 욕망 속에 표상된 한 마리 동물은 살아있는 생명이 아닌, 부위 별로 나뉘어지고 요리처럼 장식된 소비 대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포식자들은 생명이 아닌 죽음을 먹게 될 것이다. 상대를 대상화하면서 자신의 대상화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소외된 주체와 객체는 서로의 짝이 된다. 작품 속 검은 얼룩으로 가시화된 여성들에게 장착된 가학 피학적 도구들은 희생될 동물들을 포박하는 기구처럼 보인다. 부속 기구들은 생식기관이 아닌 육체의 일부분을 에로틱하게 변모시키며, 억압을 쾌락으로 반전시킨다. 그것은 물신, 즉 여성 생식기에 대한 환유이며, 여성의 상품화된 몸은 물신이라는 공통의 지점으로 수렴된다. 이러한 물신주의의 정점에서 스타들이 탄생하고, 스캔들은 다름 아닌 그 환상이 적나라하게 깨지는 순간을 말한다. ■ 이선영

Vol.20100926b | 정상수展 / JEONGSANGSOO / 鄭相秀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