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 The Circulation

대구 현대미술 영상&설치展   2010_0915 ▶︎ 2010_0926 / 월요일 휴관

최찬숙_Das Bild_HDV, 17inch LCD 모니터, 3채널 영상_2008

초대일시_2010_0915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권오인_금민정_김상균_김승현_김윤경숙_김윤아_노민경_박건희_박상화 박재환_손파_안유진_오유경_이도현_정은기_최부윤_최찬숙_한지영

주최_대구미술협회 후원_대구광역시 큐레이터_정명주 진행_노인식_이명재 코디네이터_김은하

관람시간 / 10:00am~08:00pm / 월요일 휴관

대구문화예술회관 DAEGU CULTURE AND ARTS CENTER 대구시 달서구 공원순환로 181(성당동 187번지) 2층 6~10전시실 Tel. +82.53.606.6114 artcenter.daegu.go.kr

20세기말부터 진행되었던 디지털혁명에 대한 꿈이 밀레니엄을 맞이하면서 본격적인 가도에 돌입하였다. 세계 곳곳에서는 미디어축제와 영상전시로 거리와 전시장을 수놓았으며, 더불어 인터넷 매체를 통해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행사를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디지털이 빨리 확산되게 된 이유는 당연히 대중의 관심과 적극적인 활용 때문이다. 이것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변화하고 업그레이드되는 현상 속에서 인간의 욕구와 욕망을 자극시키며 마치 손에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환영을 실제로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성취감은 사람들의 사고와 생활 패턴 그리고 감성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사실 쉽게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거대하고 화려한 영상작품과 사람들의 참여를 유발시키는 인터렉티브 아트는 현대예술의 정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03년 『현대미술 영상&설치』전이 처음 기획되었을 당시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현시대를 소통과 멈춤의 의미로 접근해 보고자 시도했던 기획이었다. 디지털은 사진 매체가 그랬듯이, 특수계층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대중을 통해서 더욱 빠르게 확산되었고 급속히 발전해 왔다. 그리고 아날로그는 디지털 기술과 확산에 밀려 점점 추억의 오브제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빠른 속도로 디지털 이미지가 발전해 간다 하더라도 이미지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를 통해 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지를 감상하는 몸의 감각은 여전히 아날로그를 기점으로 이루어진 관계이기 때문이다. ● 현대미술 영상&설치전은 대구미술협회가 주관해서 매년 기획전을 하고 있는 주요전시 중의 하나이다. 올해로 벌써 여덟 번째를 맞이하는데, 지난 일곱 번째의 영상과 설치전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어떤 이슈나 특별한 담론보다는 자유로운 형식과 내용을 중요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각각의 작품들이 내는 소리를 더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올해의 현대미술 영상&설치전은 특별히 『순환(The Circulation)』이라는 주제를 공통분모로 채택하였다. 순환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각각 필요한 부분에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생명의 체계가 형성되는 과정과 흐름의 메커니즘이다. 이런 측면에서 순환은 작가와 작품, 작품과 감상자, 감상자와 작가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주요한 원리이다. 2010 현대미술 영상&설치전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17명의 청년작가들이다. 여기에 1명의 원로조각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어떤 테마나 논제에 구애받지 않고,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에 충실한 공간연출을 한다. 이번 전시의 공통분모로 택한 주제인 『순환』은 인간의 심리상태와 생명환경 속에서 쉽게 경험하는 불안(Nervous), 감각(Sensation), 체계(System), 환영(Illusion)이라는 네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었다.

김윤경숙_망상의 침몰_Rowing boat, 빨간 테이프, 시트지, 손바느질_630×750×150cm_2010
손파_untitled_스틸, 칼_197×170×33cm_2010

불안은 인간인 이상 피해갈수 없는 심리적인 감정이다. 극도의 불안은 사람의 정신과 신체를 변형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김윤경숙, 노민경, 박건희, 손파 작가는 인간의 욕망과 심리적 불안을 끌어내 개인의 특수한 심리적 울림을 표현한다. 김윤경숙의 작품에는 붉은 색이 주조를 이룬다. 어린 시절 목격한 비극적 교통사고에 대한 충격과 트라우마는 성인이 되어서도 가슴 한쪽에 남아있다. 이번에 설치된 「가족의 숲」은 붉은색 텐트(자신이 만든 세상의 벽으로 둘러싸인 산) 안에 선조들의 유품과 무의식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가족사의 추억 물로 채워져 있다.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현재와 과거의 공존과 그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노민경은 우리가 고정관념으로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 개념을 인간의 감정과 연결시킨다. 그녀는 나쁜 바이러스가 의외로 좋은 영향을 유발시킬 때도 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에 노출된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감염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결국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고, 또 극심한 심리적 변화에 적응해 간다는 것이다. 박건희의 작품은 마치 허물과 같다. "내가 만드는 옷은 신체의 외피로 가장 바깥에 머물러 있으며 피부의 증상을 나타낸다. 옷에 돋은 색색의 발진들은 내가 느껴온 감정과 정신적 아픔이 신체 각 부분에 영향을 끼쳐 불거진 결과물이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비닐로 된 에어 캡을 이용하여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옷과 그 옷을 이루는 에어 캡에 담긴 색색의 물감은 욕망의 흔적과 상처들을 간직하거나 방어하는 하나의 정신적 갑옷과 같은 것이지 않을까. 손파는 고무, 침, 신발, 칼 등 다양한 오브제 작업을 통해 자신의 심리적 억압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 설치된 그의 칼 작업은 철의 강인성과 비닐의 허약성을 대비시키며 긴장된 삶 속에 잠재되어 있는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의 외면 혹은 치유하지 못하고 남겨진 깊은 아픔을 드러낸다. ● 감각은 작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 요소는 다분히 신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감각과 함께 직감을 포함하고 있다. 김윤아, 오유경, 정은기, 한지영 작가는 시각의 지배를 받고 있는 회화적 감각으로 공간을 드로잉하며 설치를 한다. 김윤아의 전시작 「A room」은 나무로 만든 움막 안에 실들이 아름답게 얽혀있는 작품이다. 자연 속에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었던 것을 마치 그대로 보존시켜 놓은 듯, 이 공간과 그 안에서 또 다른 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반짝이는 엉킴은 작가의 이성과 감성을 엮어놓은 듯, 잘라낼 수 없는 하나의 덩어리로 자연의 생명이 잉태되는 관계와도 같아 보인다. 오유경의 상상은 적극적이다. 4만개의 종이컵을 쌓아 산수를 만들어가는 그녀의 인내와 노동은 사물과 세계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적공간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러한 조건은 단지 작가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이는 관람객들이 바라보게 될 시선과 움직임을 통해 마음의 동요를 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감각의 세레나데이다. 원로 조각가 정은기는 오랫동안 산책을 하면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러진 나뭇가지의 형태에서 발견되어진 고유한 물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번 설치에서 그는 마치 물위에서 쉬고 있는 새떼의 모습을 통해 삶의 무게를 깃털보다 가볍게 날려 보내고자하는 염원을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한지영은 여성의 강력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있다. 작가 자신이 모델이 되어 아름다움을 취하고 극대화시킨다. 초대형 얼굴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아프로디테의 미감을 확장시키고자 한다.

권오인_Allegorille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0
김승현_Neighborhood-series_합판 스피커 테니스공_가변크기_2010
최부윤_DAYDREAM_비디오, 플렉시 글라스, 나무_340×240×210cm_2008

체계는 우주의 삼라만상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 내부의 개별적 특징은 소외시킬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작가 권오인, 김상균, 김승현, 최부윤은 소통의 부재로 인해 집단과 개인을 위협하는 시스템이 되어버린 사회에 대한 비판과 인간에 대한 연민을 표현한다. 권오인의 작품 「ALLEGORILLE-시선」은 현대사회와 현대인의 모습을 고릴라의 모습과 행동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번에 전시한 작품은 주체할 수 없는 정보와 오보들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김상균의 「MAKING A TABLE2」는 테이블을 만들고 색을 입히는 과정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다. 2채널 비디오로 기록된 이작품은 하나는 환경과 행위의 관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상황과 행위의 과정에 대해 집중한 기록이다. 그는 이 작업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평면적인 형태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가에 대해 고려하였다. 김승현은 사회적인 시스템에 대한 직간접적인 관찰자이다. 그는 사람들이 가지는 보편적 생각과 행동에 대해 자신만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 전시에 설치된 작품은 neighborhood - series(이웃 시리즈)로 이웃 간의 관심과 간섭에 대한 애매모호한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최부윤은 옆으로 기울어진 집의 구조 속에서 서로 마주보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부부의 영상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과 함께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상대가 사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순간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이러한 충격은 그에게 풍부한 대화 속에서도 소외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통해 소통에 대한 그 어떤 물음을 던지고 있다.

박상화_휴-休_비디오_설치_2010
박재환_erussisiom_비디오_설치_2010
안유진_let me in_단채널 비디오_00:03:22_2010

환영은 동화, 마술, 현실세계를 넘나들며 허상과 실재의 경계를 허물고 이상을 향해 더욱 박차를 가하는 환상 그 자체에 대한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은 금민정, 박상화, 박재환, 안유진, 이도현, 최찬숙 작가의 영상을 통해 환상의 세계를 만나 볼 수 있다. 금민정의 작품은 '뒤틀린 방'을 영상으로 설치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의 영상 세계는 현실과 현실의 연속선상에 있다. 현실과 연관된 현실에 반쯤 걸쳐진 가상의 이야기는 시각적으로도 흥미를 준다. 늘 우리의 시점에 의해 소실점이 짜여 진 공간의 시점, 고정관념의 세계를 깨보고 싶었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너무나 바삐 움직이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만이 숨 쉬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박상화는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간을 압도하는 영상설치를 한다. 그는 투명한 비닐을 공간에 배치하고 동전과 지폐를 가지고 빠르게 흐르는 폭포의 형상을 한 3D 영상을 투사한다. 이 작품에서 눈으로 볼 수는 있지만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세계에 대한 것을 표현한다. 작가는 "money fall은 돈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상상을 영상 이미지로 만들어낸 것으로 물질의 소유에 대한 욕망과 환영을 반영하고, 이러한 상상을 통해 역설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도록 하는 의도"라고 한다. 박재환 'Erussisiom - 보이지 않는 건축물'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그의 작품은 우연히 발견한 마이크로 세상에 몰입한다. 그는 어느 날 책상의 한 구석에 놓여 있던 빵 위에 피어버린 곰팡이(moisissure)를 하나의 세계로 인식하고 그것을 에뤼시지옴(Erussisiom)이라고 명명하였다. "나는 에뤼시지옴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계속 건설해 나갔고, 현실을 바탕으로 구축된 가상의 구조물은 나를 통하여 현실의 실재 물(곰팡이)에 힘을 가하여, 또 다른 「실재」를 생성해 나가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계속 변화하는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며 창조해 나간다. 안유진은 바닥에 동그란 원을 그리고 그 중앙에 작은 쿠션을 설치한 후, 어린아이들의 놀이와 같은 퍼포먼스를 재현한다. 그들은 성인이 되어버린 피터팬처럼,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친구들과 다함께 쿠션에 올라서기 놀이를 반복적으로 한다. 작은 쿠션에 모두 다함께 서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고 그들은 곧 그 쿠션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도현의「Love」는 동상이몽과도 같은 세계를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수천 장의 드로잉으로 만들어진 그녀가 꿈꾸는 세계는 꿈과 마술적 환영으로 드러난다. 그렇지만 그 환영에 담긴 실재나 현실의 반영은 그녀가 지속적으로 꿈을 꾸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꿈꾸는 사람이 되어 꿈을 말하는 그녀는 심리적 깊이와 무게를 담백하게 쏟아내는 몽상가이다. 최찬숙의 「Das Bild」 라는 작품에서는 세 개의 장면을 동시에 볼 수 있다. 황량하면서도 불완전하고, 또 오래된 흔적을 담은 환경과 그 곳을 배회하는 사람의 모습은 마치 허상과 실상이 공존하는 꿈의 세계와도 같다. 그녀의 영상은 철저히 계획되어진 시나리오와 연극적 퍼포먼스를 통해 인간의 고독과 존재의 미약함에 대해 이야기 한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나약함을 견딜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고정되거나 멈추어 있지 않고 '순환'하고 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지독히 더운 여름을 보낸 탓인지 선선한 가을바람이 너무나 고맙고 상쾌하게 느껴진다. 계절의 순환이 축축 늘어져 있던 몸과 마음을 다시 재생시키는 것처럼, 이번 전시 『순환』을 통해 대구 미술계의 나른한 구조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 ■ 정명주

Vol.20100926d | 순환 The Circulatio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