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미展 / YOOHYUNMI / 柳賢美 / photography.video   2010_0927 ▶︎ 2010_1023 / 일요일 휴관

유현미_네번째별(No.2)_C 프린트_195.5×180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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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927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분도_Gallery Bundo 대구 중구 대봉동 40-62번지 P&B Art Center 2층 Tel. +82.53.426.5615 www.bundoart.com

「이것, 그림처럼 보이죠? 아닙니다. 사진입니다. 자세히 보세요.」라는 안내 글을 전시 공간 입구에 써놓으면 그녀의 작품이 어떻게 보일까. 그 글귀는 한편으로 예술 작품의 격을 깎아내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작가 유현미의 작업이 가진 흥미로운 요소를 이끌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대학 학부에서 조각을 전공한 작가지만, 지금 우리는 그녀를 조각가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진작가 혹은 화가라고 부르기에도 망설여지는 뭔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만의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업 방식은 그녀가 화가인 동시에 사진작가이며, 조각가이며, 게다가 영화감독으로 평하게끔 하는 이유가 된다. ● 유현미의 작품을 처음 대하면, 그것은 잘 그려진 회화 작품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구도와 생동감 있는 색감은 대상이 가진 정적인 아름다움을 화폭에 그대로 옮겨놓은 그림으로 완성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사진이다. 실상은 작가가 사람이나 물건을 회화적인 구도로 배치한 다음에 채색하고 그렇게 꾸며진 공간을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다. 이렇게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유현미_B&W의자와 8_C 프린트_156×201cm_2009
유현미_서랍_C 프린트_156×203cm_2009

작가는 특정한 공간을 확보하고, 여기에 재현할 회화 이미지를 미리 고안한다. 그 기획 속에 포함된 물건과 인물들은 석고와 안료로 하얗게 칠해진다. 석고상처럼 변한 오브제들은 흰 캔버스의 구실을 한다. 작가는 조명을 이용하여 실재하는 그림자를 없앤 다음, 거친 질감의 색과 붓질을 통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한다. 화풍을 인위적으로 재현한 유사(類似) 회화의 공간을 최종적으로 사진 촬영하여 편집 출력하면 작품이 완성된다. 이처럼 회화와 조각과 사진의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유현미의 작업은 세 가지 장르에 대한 탈주인 동시에, 각 장르에 대한 몰입이다. ● 그녀가 만든 단편영화『블리딩 블루 Bleeding Blue』(2009)에서 잘 묘사되어 있듯이, 유현미의 작품에는 폭력성이 깔려 있다.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세계에 억지로 인위적인 과정을 끼어 넣어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은 어떻게 보면 횡포일 수도 있다. 인위적인 것(artificiality)은 예술(art)의 본질이다. 작가는 누구보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녀에 따르면, 미술의 역사는 폭력의 역사와 같은 것이다. 작품화되는 대상으로서의 모든 현존에서 어떤 부분은 특별히 강조되고 또 어떤 부분은 희생되고 감춰진다. 낭만주의도, 인상주의도, 미니멀리즘도, 모든 미술 사조는 세계를 작가들의 눈과 손으로 새롭게 뜯어고친 결과이다.

유현미_뱀_C프린트_152×102cm_2010
유현미_돼지한마리_C 프린트_152×102cm_2010
유현미_보마와 석류_C 프린트, 영상 00:12:00_152×102cm_2010

유현미의 작업 과정에서 고유한 대상 A는 작가가 행하는 일차적 질서의 관찰을 통해 A'으로 모습을 바꾼다. 특별하게 꾸며진 공간 A'은 캔버스에 그려진 재현 A"처럼 보이지만, 이차적 질서의 관찰에 의해 매체 형식을 바꾼 A"' 혹은 B가 된다. 작가는 본원적인 A로 지향되어 있는 관객의 인식 속에 A'이나 A"같은 과정을 교묘하게 숨긴다(그렇다고 완벽하게 숨기는 것은 아니다. 속임수의 기술을 넌지시 드러낸다). ● 이때 관객은 A와 B 사이에 왠지 모를 거리감을 느낀다. 그때 생기는 낯섦, 이것은 전통적인 회화나 사진의 영역에서는 잘 포착되지 않는다. 작품이 존재한다는 확신이 낯섦으로 대치되는 순간, 유현미의 작업은 비로소 빛을 발한다. 낯섦에서 빚어지는 인지적 거리감은 세계와 재현 간에 존재하는 거리이며, 작가의 미술이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과 구별되는 거리이며, 작가와 수용자 관객에 대한 거리이고, 심지어 그녀가 자신의 작품 자체에 대해 갖는 거리이다.

유현미_하얀연꽃_C 프린트_102×152cm_2010

이러한 거리감을 메우려는 행위는 이성의 작용에서든 직관의 영역에서든 반드시 벌어지게 마련이다. 낯선 것을 충분히 알만한 것으로 바꾸려는 욕구는 미술 감상을 풍부한 지식 체계로 이해하거나 날카로운 심미안으로 판단으로 표현된다. 여기서 각각 고려된 가치 영역에 따라 그녀의 작품은 좋거나 나쁘다고 평가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평가 기준이란 것은 현대 미술의 이론적인 근거로 커다란 권위를 가질 만큼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현대 예술이 작동하는 방식이나 세련된 취향의 요소를 잘 알고 있는 작가의 입장에서, 작품의 성공과 실패의 갈림은 하나하나의 작품들 속에, 그리고 한 전시의 전체적인 개념 속에 다층적이지만 일관되게 제시하고자 하는 그녀의 미적 질서를 얼마만큼 명쾌하게 구성해 놓을지에 달려있다. ■ 윤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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