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鬱林)

안치홍展 / ANCHIHONG / 安致洪 / sculpture   2010_1006 ▶︎ 2010_1011

안치홍_형(形)-Ⅰ_나무_1200×150×150cm_2010

초대일시_2010_1006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2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숲속의 낮과 밤, 그리고 '오래된 미래'1. 숲속의 낮과 밤 작가 안치홍의 이번 전시 『울림(鬱林)』은 특별하다. 우리에게 특별한 체험을 하도록 유도한다. 그는 도시 한가운데에 숲을 옮겨놓고 있다. 그 숲은 우리가 흔히 산속에서 만나는 것과는 다른, 기이한 숲이다. 그 숲이 있는 전시장 실내의 전등이 약 3~4분의 간격으로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그래서 관람객은 그의 전시 작품 앞에서 '낮과 밤'을 체험한다. 우리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의 숲, 그리고 갑자기 그믐 즈음의 어두운 밤의 숲, 그 한가운데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거의 반강제적으로 우리에게 그 체험을 하도록 유도한다. 무엇 때문일까? 그런 공간과 시간을 만들고, 구태여 우리를 그곳의 한가운데에 빠뜨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안치홍_형(形)-Ⅰ_나무_1200×150×150cm_2010

낮의 풍경 수많은 나뭇가지들이 덩어리로 뭉쳐서 하나의 거대한 줄기가 되어 한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폭풍속의 불길처럼 그것은 내 머리위에서 뻗어나가 방 끝, 저쪽까지 가 넘실댄다. 하늘을 향해 제각각 나아가는 작은 나뭇가지들은 생명의 표현이다. 그 나뭇가지 하나하나가 서로 몸을 부딪치고 비벼대고 뒤섞이며 만들고 있는 에너지. 그것들이 뭉쳐 다시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가 되어 허공을 가르며 더 뻗을 곳을 찾고 있다. 밤의 풍경 이윽고 실내의 등이 꺼지고 밤이 찾아온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둠이다. 어둠속에서 우린 먼저 이유가 분명치 않은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우리의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려 할 즈음 점차 그 존재를 드러내는 나무둥치와 나뭇가지들. 상상의 동물이라는 용(龍)이 저런 모습이었을까. 희미한 달빛을 받은 듯 나뭇가지는 어둠속에서 신비한 빛을 띠며 용틀임을 시작한다. 같은 풍경도 어둠속에선 같지 않은 풍경이 된다. 밤에는 밤의 정령(精靈)이 숲을 지배한다. 어떤 동물들은 어둠속에서야 행위를 시작하고, 식물들도 낮의 생명현상을 접고 밤의 생명현상을 시작한다.

안치홍_형(形)-Ⅱ_나무_300×150×300cm_2010
안치홍_형(形)-Ⅱ_나무_300×150×300cm_2010

그러나 오늘날의 인간들은 이제 밤의 생명현상을 잊었고 잃었다. 현대도시는 어둠을 몰아냈다. 도시속의 인간들은 오직 한낮의 밝음 속에서만 산다. 우리가 잊거나 잃은 것은 밤과 어둠만이 아니다. 자연을 잃었다. 숲속에서 이루어지는 그 신비한 질서, 순환, 주고받음의 고리는 이제 끊어졌다. 도시에서 달은 전광판 뒤에서 추억처럼 희미해졌으며, 밤하늘에서 별은 실종됐다. 그리고 작은 생물들은 고속도로 위에서 충돌사와 익사를 되풀이하고 있다. 인간들의 교만의 역사는 수 백 만년에 걸친 생물들의 잉태와 진화, 순환의 고리를 단절시키고 있다. 하루의 생존과 쾌락을 위하여 수 백 만년동안 진화해온 생물은 멸종되고 있고, 아마존의 숲이 파괴되며, 지구의 온도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앞으로 닥쳐올 재해와 파멸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이제 그리 귀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인간들은 자각하기 시작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인류의 생존을 위해 저 무자비한 개발과 자연파괴가 중지돼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도 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안치홍_형(形)-Ⅲ_나무_200×200×300cm_2010

2. '오래된 미래'들 ● 작가 안치홍은 농촌 출신이다. 그는 충남 아산의 논과 밭, 산과 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말씨와 행색을 자세히 본 사람이라면 그가 본질적으로 '촌놈'이라는 것을 곧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가 '촌놈'이라는 사실에 매력을 느낀다. 그의 지난 전시 작품인 철로 만든 현란한 색채의 말과 번쩍거리는 스테인레스 동물들에서 나는 작가의 물질을 다루는 능력을 보았지만, 한편으론 작가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불편함을 느꼈다. 어쩌면 그 '불편함'은 그의 '촌놈'기질과 작품 사이에서 어떤 괴리를 내가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의 이번 작품은 거의 2년에 걸친 산 생활에서 나온 결과다. 그의 작업실 주변에는 밤나무가 무성했고 그는 주야로 그 밤나무 사이를 거닐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주워 모았다. 거기서 그는 '자연'과 '생명'을 보았다. 그는 그걸 갈고, 닦고, 엮었다. 그 나무둥치의 길이는 12m에 이르렀고, 또 어떤 것은 둥글게 뭉쳐져서 지름이 1.5m가 됐다. 특히 작가는 어두운 밤에 만나는 숲속의 정경과 그 속에서 비가시적으로 일어나는 생명의 현상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그는 출향(出鄕) 이후 도시에서 살면서 자연으로부터 자신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살아왔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이번 전시 『울림(鬱林)』을 통해 그의 작품은 과거 고향으로 되돌아간다. 우리들이 태어났던 흙과 자연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과거로 되돌아감으로써 실제적으로는 가장 미래적인 것이 된다. 구석기시대에나 있을 법한 그의 나뭇가지 작업이 가장 현재적인 작업이 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의 라다크마을처럼 말이다. 이 전시를 통해 작가는 무엇을 바라는가, 라는 내 질문에 대해 작가가 대답한다. "...음, 사람들이 좀 쉬었다갔으면 좋겠어요.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구요." ■ 이태호

Vol.20101006g | 안치홍展 / ANCHIHONG / 安致洪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