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BUILDING

김인영展 / KIMINYOUNG / 金仁英 / painting   2010_1008 ▶︎ 2010_1023 / 일,월,공휴일 휴관

김인영_floating space_에나멜 페인트,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226cm_2010

초대일시_2010_1008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토_11:00am~05: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아트포럼 뉴게이트 ARTFORUM NEWGATE 서울 종로구 명륜4가 66-3번지 Tel. +82.2.517.9013 www.forumnewgate.co.kr

김인영의 회화작업을 바라볼 때 가장 즉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림의 '이미지'이다. 산이나 나무, 폭포 같은 동양 산수화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이미지들이 그의 작업을 이루는 기본적인 골격이다. 이러한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작업은 그 구체적인 형태가 제한되거나 거세되어 있는데, 에나멜 페인트의 질료적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그림은 매끄럽고 빠닥빠닥한 표면과, 흘러내리거나 미끄러지고 뒤엉키는 운동감을 보여준다. 따라서 그의 '에나멜 페인트 산수화'는 세부묘사가 생략되고, 화면구성에 있어 우연적인 요소가 개입될 수밖에 없으며, (서로 섞이거나 농담 조절이 용이하지 않은 페인트의 특성 상) 마치 색 덩어리들을 화면 안에 배치해 놓은 '추상화'와 같은 효과를 가지게 된다. 즉, 산수화의 이미지와 추상화의 제작 방식을 혼용하는 것이 김인영의 주된 작업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재와 형식의 구조는, 작가가 감각을 인식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다.

김인영_boiling over_아크릴채색, 캔버스에 에나멜 페인트_50×65cm_2010
김인영_fragments2_아크릴채색, 캔버스에 에나멜 페인트_70×70cm_2010

김인영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본다'는 감각과 '안다'는 인식 사이의 불일치와 불신관계이다. 무언가를 바라볼 때, 우리는 기억 속에 저장된 시각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대상을 파악하게 된다. 따라서 시지각은 본다는 행위 자체이기보다는, 그동안 쌓여온 시각적 정보들을 비교분석하고 근사치를 파악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본다'는 행위와, 그것을 정보화하여 '분석'하는 과정이 얼마나 객관적일 수 있느냐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제기는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 시각과 지각 사이의 괴리는 회화에서 수없이 다루어진 문제이며, 우리가 감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결과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환구조에 빠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제시할 것인가'이며, 그것이 '어떠한 효과를 만들어내는가'일 것이다.

김인영_space-building_에나멜 페인트,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각 150×66cm_2010
김인영_go up_에나멜 페인트,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3×112cm_2010

이런 측면에서 시지각의 불완전성을 드러내기 위한 소재로 '산수화'를 선택한 것은 흥미롭다. 동양의 산수화에서 중요한 것은 '풍경을 통해 무엇을 얘기할 것인가'이며, 이는 그리는 이의 품성일 수도, 세상을 움직이는 이치의 표현일 수도 있다. 즉, 전통적인 산수화는 작가의 '마음의 상(象)'을 만들어가는 것이고, 이는 풍경을 보는 것이라기보다는 읽는 측면에 더 가까운 창작행위일 것이다. 따라서 산수화는 서양의 풍경화와는 달리, 풍경의 사실적 '재현'보다는 유의미한 '배치'에 더 큰 비중을 두는 회화형식이다. 이러한 산수화의 장르적 특성은 김인영의 작업에서 세심하게 전복된다. '먹과 한지'라는 산수화의 차분하고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재료가 만들어내는 부유하는 공간구성, 그리고 이를 통한 형이상항적 덕목들의 은유는, '페인트와 캔버스'라는 무거운 중량감의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강력한 중력의 힘을 느끼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이미지의 의미보다는 회화 그 자체의 '물성'에 집중하게 만든다.

김인영_red spot_에나멜 페인트,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65cm_2010
김인영_Waterfall_아크릴채색, 캔버스에 에나멜 페인트_40×100cm_2010

따라서 김인영의 작업은 산수화가 가지고 있던 '본 것을 재구성하여 읽어내는 행위'를, '읽어서 구성해낸 것들의 탈의미화'로 치환함으로써, 그것을 다시금 시각적 즐거움으로 환원시키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물론 이런 도돌이표와 같은 경험은, 한 번 그 원형에서 떠났다 돌아온 것이기에 처음 출발했던 곳과는 다른 지점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하나의 의미를 지닌 이미지가 그 의미로부터 분리되어 다시금 단순한 이미지로 환원될 때, 그것은 하나의 '예외적인' 시각 경험으로 새롭게 지각 속에 각인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예외적인 시각 경험은 새로운 데이터로 우리의 시지각을 재구성해나가게 된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공간 구축(space building)'은 바로 이러한, '시지각을 통해 새로운 인식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재미있는 점은 김인영의 에나멜 페인트 산수화가 최근작으로 갈수록 우리가 생각하는 '산수화의 시각적 요소들을 하나씩 배제해 나가는' 방식으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페인트의 흘림은 점점 방향성을 상실한 듯 분방한 필치를 보이고 있으며, 비교적 알아보기 쉬웠던 산수의 형태 또한 더욱 단순해지고 추상화되며, 얼핏 패턴화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작가의 작업이 추상미술로 변화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림의 이미지가 추상화되었기 때문에 감상자는 그 '원형'을 발견하기 위해 주의를 집중하게 된다. 이는 김인영의 작업이 제시하는 '매력적인 역설'이다. 시지각의 모순은 이렇게 스스로의 불완전성과 불확실성을 도구로, 더욱 공고한 시각 이미지의 구축을 이루어나간다. 그렇게 시각적 경험은 우리의 인식을 구성하고, 해체하며, 다시 구성해 나간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의 머리속을 규정하고 왜곡하면서도 그 해결책 역시 제시하는 '본다'는 것의 힘과 즐거움이다. ■ 김태서

Vol.20101009a | 김인영展 / KIMINYOUNG / 金仁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