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ARTOPIA=Department+Utopia

책임기획_나민환   2010_1008 ▶︎ 2010_110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민형_박영숙_박정연_신은경_양문기_이준구_최윤정_최혜경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_10:30am~08:30pm / 백화점 휴무시 휴관

롯데갤러리 안양점 LOTTE GALLERY ANYANG STORE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1동 88-1번지 롯데백화점 7층 Tel. +82.31.463.2715~6 www.lotteshopping.com

DEPARTOPIA ● 바쁜 일상 속에서 여가를 즐기는데 예술작품을 관람하러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찾는 사람은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들의 수보다 훨씬 적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먼저 미술관이 지니고 있는 무거움을 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미술관하면 미술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들만이 가야만 하는 곳이고, 어려운 메시지를 전달 할 것만 같은 느낌은 대중들에게 미술관으로 진입을 방해하는 한 요소일 것이다. 또한 바쁜 일상 속에서 한번에 한 가지가 아닌 한 번에 여러 가지를 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한 가지 만을 강요하는 미술관이란 발걸음을 돌리게 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백화점 속 갤러리는 이러한 미술관의 일반대중과의 소통의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접근성은 물론 적극적인 대중과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장소로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왜 백화점인가? 19세기 중반에 백화점이라는 인간 욕망의 환기장치가 생긴 이후, 백화점은 커다란 소비시장 형성과 더불어 도시의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점차적으로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소비문화 방식도 변하게 되었는데, 이전에 단순히 물건을 사는 기능적 소비 형태였다면 21세기는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여 소비하게 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는 소비자의 지적인 컨트롤이 개입된 소비 형태를 의미하며, 보다 수준 높고 세련된 상품을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대변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보드리야르(J.Baudrillard)는 "예술품이 되려고 하는 상품, 상품이 되려고 하는 예술작품"에 관하여 언급한 바 있다. 풍요로운 삶을 위한 물질의 대량 생산과 소비과정은 물질의 기능적 소비가치 보다는 기호적 가치로서 소비되는 경향이 대두되고 이러한 가치에 대한 사고의 인식 변화는 예술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백화점에서는 문화마케팅의 한 일환으로 갤러리를 만들어 생활 속 문화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백화점은 예술을 통해 소비자들의 문화욕구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며, 미술은 백화점이라는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에서 자연스레 미술의 대중화라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조합은 적절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역할 해마다 많은 미술관들이 찾아가는 미술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보다 많은 이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돌려주고자 하는 취지에 있을 것이다. 백화점은 이러한 찾아가는 미술관의 역할을 감당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왜냐하면 백화점이라는 공간은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오는 곳이다. 즉 백화점 속 갤러리 또한 미술 애호가에서부터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이다. 그 동안 미술관을 가기 위해 일정 부분 격식이나 형식적인 것이 필요했다면, 백화점 속 갤러리는 그러한 것들에서 탈피하여 보다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생활 속에서 미술을 접할 수 있게 한다. 미술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까지도 호기심에 들어왔다가 미술 작품을 감상하게 되고, 한 단계 더 나아가 관심을 갖게 하는 공간. 그곳이 바로 백화점 속 갤러리인 것이다. ● 이번 전시는 백화점하면 떠올릴 수 있는 상품 이미지를 모티브로 하여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표면적으로 백화점하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으로 인식되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문화의 코드가 존재하듯이,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 역시 겉으로는 단순히 상품 이미지를 그린 것으로 생각 될 수 있으나 작품들은 저마다 다양한 메시지를 내뿜고 있다.

김민형_Tap tap tap_합성수지, 털_30×20×15cm_2009

김민형 ● '또각' '또각' 말굽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녀들의 출현을 알리는 그녀들의 힐 소리다. 그녀들 몸매의 아찔한 선과 패션 코드를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힐이 지금 바로 이곳에 있다. 여성들에게 힐이란 단순히 속물적 근성을 만족시켜주는 소비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그녀 자신들을 화려한 도시의 거리에서의 슈퍼히어로에로의 변신을 가능케 해 주는 패션인 것이다. 즉 힐을 신은 여성의 몸은 평범한, 일상의 나날들을 벗어난 사이트site, 장소다. 작가 김민형의 힐은 현재 지금 숨 쉬고 있는 여성들의 신체 그 자체이며 여성의 이야기이다. 여성의 모성, 생식기, 사랑의 모습 등이 투영되면서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변형되는 그녀의 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초현실주의자들이 오브제에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의 영역을 인간 존재에까지 확대시킨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초현실주의와 팝 아트가 혼성된 김민형의 힐은 우리 시대의 포스트 팝아트Post Pop art의 한 풍경인 것이다.

박영숙_Dream Girls-Ⅲ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2×194cm_2008

박영숙 ● 회화적이지 않은 소재에 대해 많은 관람자들이 궁금해 한다. 하필이면 신발이며 하이힐이냐고... '하이힐'은 회화의 길을 가는 가운데 만난 가장 멋진 여성性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미술대학 학부 시절의 디자인 전공을 뒤로하고 회화에 입문 하면서 내게 가장 중요하게 다가오는 주제는 '여성의 性 정체성'이었다. 이후 여러 해 동안 '여성性과 그 감성의 기호'에 천착하여 작업을 했었다. 유교적 이념 하에 터부시 돼왔던 여성의 性기호를 일상에서 만나고 예술의 이름으로 즐겁게 바라 볼 수 있기를 바라던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하이힐'은 이 시대 소비문화적 코드로 바라본 여성의 性의 기호라고 생각한다. 하이힐은 상업적으로 항상 패션과 섹슈얼리티, 환상, 욕망 그리고 페티시즘과의 관계를 담아내기 위한 대체물로 자주 사용되곤 한다. 나의 작업은 예술과 상품의 모호한 경계, 광고사진과 회화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머물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박정연_super plaid 4(Marlboro)_캔버스에 유채_112×161cm_2009

박정연 ● 국가의 상징에 세계적인 기업의 로고나 심벌들을 오버랩하여 일상생활에 침투한 자본과 경제의 힘을 일종의 엠블렘(emblem)으로 시각화한 작업이다. 격자무늬 천(Plaid)을 기본 문양으로 필요에 따라 상징과 로고들을 화면에 중첩하여 시각적으로 의미적으로 중층화 혹은 무력화시키려고 하는데 이런 개인화는 내게 쾌감을 준다. 이 연작이 처음 시도되었을 때는 각각의 상징과 국기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주로 담아내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들 중에는 내가 질릴 만큼 애용하고 있어 나로 하여금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대상이 있는가 하면 진정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국가, 상징)도 있기 때문이다. 수직, 수평으로 대변되는 체크패턴 속에서 기하학적이고 논리적인 첫 인상을 줄 수 있도록 건조한 패턴의 작업이었던 것도 최근에는 감정이나 물감 자체의 물성 등이 그대로 화면에 더해지기도 한다.

신은경_The Shop #4_디지털 프린트_93×120cm_2008

신은경 ● 매장을 둘러본다. Shop이라고 일컫는 공간을 산책하듯 어슬렁거린다. 눈 앞에 펼쳐진 Shop은 때론 눈부시기도 하고, 어느 순간 고요하기도 하다. 상품의 구성 방식은 굉장히 흥미롭다. 그들이 있어야 할 최적의 위치를 찾아 자리 잡고 우리를 바라본다. 정성스러운 존재 방식이다. 간택을 기다리는 듯 다소곳이 놓여있는데 어느 순간 범접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들이 우리를 간택하는 것 같다. 「The Shop」 작업은 인간의 욕망을 유혹하는 공간의 구성, 공간 안에 존재하는 상품의 구성 방식을 드러내고자 하였고,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 소비문화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더불어 「The Shop」에서 보여지는 대상들이 돋보이도록 극대화시키고자 하였는데, 색의 조절을 통해 더 화려해지고, 예뻐지고, 고급스럽게 보여지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실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색에 포장을 함으로써 실제 그 이상의 의미로 「The Shop」은 다가온다.

양문기_The Tower of Babel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9

양문기 ● 작가 양문기는 명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숭배 현상에 자신의 예술적 관점을 녹여낸다. 현대인들이 지니고 있는 허구적 욕망을 명품이라는 단어로 축약한 후 오히려 더욱 노골적이고 구체화한 이미지로 해석해 다른 색깔을 입혀 놓는다. 그러면서도 조각 본연의 순수한 가치, 즉 재료와 공간, 주제와 작가의식이 버무려진 조형의지는 버리지 않는다. 오늘날 그의 명품가방 작업에서 엿보이는 특징은 다양성과 시간성의 공존이다. 작가는 그 스스로가 표현한 '최소한의 조작'을 돌에 가함으로써 영겁의 세월이 축적한 짙은 결과 층들과 같은 과거 흔적들을 추적한다. 원래 돌의 모습을 인위적으로 재구성하고, 자연석 그대로의 모습을 방치함으로써 돌의 현재와 앞으로 변모할 미래의 시간성을 하나의 돌에 투영한다. 이후 돌이 다듬어진 면에 인간의 욕망이 반영된 명품 로고가 새겨지면서 아무 가치도 없는 돌덩이가 명품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인위적인 욕망과 자연의 순수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다시 한 번 공존케 하는 독특한 조형성을 획득한다.

이준구_BagULBC_캔버스에 유채_90.5×64.5cm_2009

이준구 ● 작가 이준구는 미확인생물체(Unidentified Living Object)이미지를 통해 살아있는 존재감을 마치 UFO처럼 SF 영화에 나올 법 한 기괴한 이미지들로 작업을 해온 젊은 작가이다. 명품가방이라는 살아있지 않은 존재는 단지 무생물인 존재. 하지만 현대인들이 모두가 탐을 내고 소유하고 싶은 대상임은 틀림없다. 작가 이준구는 그런 소재를 선택하여 멀리서 보면 예쁘고 화려한 가방의 이미지이지만 다가서면 알 수 없는 생명체들이 가방 표면에서 꿈틀거리거나 가방 안에서 밖으로 나오려고 하고 손잡이나 가방의 일부로 변해가는 기묘한 명품 가방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다. 가방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한 것은 소비에 대한 욕망을 찬양하거나 반대로 물질만능주의를 비판 또는 조롱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명품가방이 가지고 있는 조형적 아름다움이 어떤 사물보다 매력적이라고 인정하면서 이를 그림 그리는 작가로서 더 아름다운 명품가방을 만들고자 하는 욕심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살아있지 않은 존재보다는 살아있다는 자체, 살아있는 가치가 더 소중하고 값진 것이며 이는 명품 가방의 가치에 생명을 불어 넣었을 때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또한 이는 주로 명품가방이 악어가죽이나 토끼털처럼 살아있는 생명체를 인간이 죽여야 비로소 그 가치를 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작가는 다시 그 가방들을 살리고자 하는 의도도 숨어있다.

최윤정_pop kids #23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0

최윤정 ● 작가 최윤정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인물들에는 인위적으로 부각시킨 커다란 안경의 렌즈 속에 대중매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이 이미지들은 너무나 익숙하게 대중들의 시각적 기억공간을 채우고 있기에 대중들은 거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미디어라는 시각 프레임에 의해 반복적으로 학습 되어진 실체가 바로 현대인들의 욕망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현대인들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사고 싶은 것을 산다기 보다는 보게 만드는 것을 보고 사게 만드는 것을 사는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이다. 작가 최윤정의 작품은 과거 영, 미 팝 아티스트들에서 거론되는 상품미학에 대한 대안 제시나 소비문화에 편승한 상업주의 미학이라는 코드로 읽기보다는 매스미디어라는 구조가 만들어낸 현대인의 욕망이라는 실체를 반추해 볼 수 있는 거울과 같은 회화적 장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방향에서 작업의 의미를 읽어가는 것이 적절한 방법으로 판단된다. 결국 작가는 표현된 내용의 내러티브가 어떠한 것이냐 라는 것보다는 표현된 형식이 갖고 있는 구조에서 현대인들의 시각구조 혹은 욕망구조를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며 이때 매스미디어적 환경 속에서 조작된 욕망을 상징하는 아이콘에 대해 그 이미지 자체보다는 그 이미지가 드러나는 조건에 대해 프레임과 아이콘을 조합해가며 관계적 해석의 다양성 속에 그 의미를 던져두어 작가 자신의 판단은 유보적인 괄호 속에 지연시켜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혜경_DOLLYGIRL 3_캔버스에 유채_116×72cm_2009

최혜경 ● 플로럴향, 쟈스민향, 샌달우드향, 머스크향...... 향수 숍을 지날 때면 참 다양한 향수들의 다양한 향기들이 너무나도 즉물적으로 감각을 자극한다. 진열용 유리장 안에는 투명하고 예쁜 색채의 액체를 담고 있는 유리병들이 밝은 조명아래 반짝인다. 향수병을 들여다보면 그것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곧이어 지갑을 열어 계산한다. 향수를 핸드백에 넣으며 그 향수가 의미하는 매력적인 모든 것을 갖게 되라는 생각이 스친다. 다음날 외출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몸에 향수를 뿌리면서 은밀한 만족감을 느껴진다. 아마도 이 느낌은 한층 더 섹시하고 관능적이며 도시적인 매력을 가진듯한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일 것이다. ● Departopia란 Department와 Utopia의 합성어로 생활 속 미술관, 대중과의 소통 문제를 중요한 컨셉으로 삼고 있는 백화점 속 갤러리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원하는 것은 뭐든지 있을 것만 같은 백화점. 그리고 그 속의 갤러리. 우리가 진정 쫓고 꿈꾸는 유토피아의 한 단상은 아닐까. ■ 나민환

Vol.20101009h | DEPARTOPIA=Department+Utopia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