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사라지는 풍경

정영주展 / JOUNGYOUNGJU / 鄭英冑 / painting   2010_0929 ▶︎ 2010_1011 / 월요일 휴관

정영주_도시_캔버스에 종이, 아크릴채색_113×146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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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929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가회동60 GAHOEDONG60 서울 종로구 가회동 60번지 Tel. +82.2.3673.0585 www.gahoedong60.com

배치된 기표로서 '도시풍경' ● 정영주의 작업은 내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느닷없이 던져준다. 거대한 빌딩 앞에 오래된 주택들이 맞서듯 들어서 있다. 아득한 높이와 반듯한 창과 꾸김없는 몸체를 보이는 빌딩 아래로 낡은 지붕과 블록 담장, 오래된 대문과 굴뚝으로 이어진 주택가가 그것이다. 수직의 반듯한 선과 옆으로 끊어졌다 이어지는 좌충우돌 하는 선들로 얽힌, 서로 어울리지 않는 시간과 공간이 동시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현실에 견고하게 뿌리박은 '도시풍경'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러나 풍경 같았든 이 장면은 곧 아무런 배경 없이 빌딩 아래 낡고 작은 주택 몇 채와 병치되면서 하나의 도상으로 화면 속에 덩그러니 놓인다. 화면의 배경으로 처리되는 단색의 색상과 반복되는 도식적 형상은 현실의 구체성을 재현하거나 묘사하기보다 이 상황 자체를 지칭하는 기호로 작동한다. 새로 지은 빌딩의 그늘 아래 놓인 오래된 집이거나, 거대한 아파트 단지 아래 늘어선 주택가이거나, 몇 채의 빌딩 아래 덜렁 배치된 단독주택은 작품 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기호로 우리에게 주어질 뿐 현실 재현의 심급은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같은 소재와 내용이 반복되면서 풍경은 현실에서 철저하게 분절된다. 그것은 어떤 것의 묘사가 아니라 어떤 의미의 반복된 노출과 강조에 가깝다. 구성과 색채로 해체되고 재배치되는 것이다. 느닷없는 질문이란 이런 순간을 말한다. 이번 정영주 작업에서 일견되는 태도이다.

정영주_도시_캔버스에 종이, 아크릴채색_117×91cm_2010
정영주_도시_캔버스에 종이, 아크릴채색_24×33cm_2010

도시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그것은 낡고 오래된 집과 골목으로 이어진 시간과 공간의 더께를 간직한 기억이다. 그 기억에 현재의 갈등과 미래의 갈망이 얽히는 곳이다. 도시는 그것 자체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욕망들이 들끓고 증식하는 곳이다. 그 욕망은 기호들로 드러난다. 그 기호는 도시라는 기표로서 건물과 길과 잡다한 표지들로 이루어진다. 그 건물과 길과 표지들은 그들 스스로 증식하고 의미화 된다. 이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욕망들은 서로 기대면서 두께를 만든다. 그것은 우리를 되돌아볼 이상이 어디 있는지를, 인간이 지향하는 삶의 과거와 현재를 묻고 아우르는 현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이 둘의 공존 관계는 도시형성의 필연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불협화로 드러난다. 선명한 대비는 통약불가능한 사태들의 표지에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해에는 어딘가 모자라는 듯한 묘사와 현실의 비구체성을 들어 의미를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일까 도리어 이런 모자람에서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기보다 그 기호들이 만드는 기표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게 한다. 일견 단순하고 선명하게 드러나는 도시의 신구, 빈부, 선택과 방기의 차이가 아니라 도시를 분절시키는 태도가 그것이다.

정영주_도시_캔버스에 종이, 아크릴채색_41×32cm_2010
정영주_도시_캔버스에 종이, 아크릴채색_130×162cm_2010
정영주_마지막이미지_도시_캔버스에 종이, 아크릴채색_61×73cm_2010

그의 '도시풍경'은 우리에게 삶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기표들에 미끄러지는 부정된 삶에 개입하는 것이다. 어디에도 삶의 흔적이 자리 잡지 못하는 사태로서 부유하는 기호일 뿐인 도시를. 기의 없는 기표로서 끝없이 미끄러져 다닐 뿐인 황망함을 만나는 것이다. 어떤 정체성도 갖지 못하는, 발 디딜 곳 없이 미끄러운 기표로서 도시, 그래서 다시 묻는다. 의미가 아니라 이게 어디쯤인지를. ■ 강선학

Vol.20101009i | 정영주展 / JOUNGYOUNGJU / 鄭英冑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