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reconstruction of the incident

오숙진展 / OHSUKCHIN / 吳淑眞 / painting   2010_1011 ▶︎ 2010_1231 / 주말 휴관

오숙진_사건-여자, 남자_캔버스에 유채_각 100×10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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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점심_12:00pm~01:00pm / 주말 휴관

산학연갤러리 서울 성북구 성북동 97-24번지 산학연종합센터 Tel. +82.2.741.9200 www.shy21.co.kr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대낮 길 한 복판에 집시여자가 앉아있다. 유목민의 천막 같은 그녀의 크고 넓은 치마 때문에 도대체 그녀가 무엇 위에 앉아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곧 일어나 제 갈 길을 가는 그녀 뒤로 대형마트의 로고가 새겨진 비닐봉투에 가득 담긴 쓰레기가 보인다. 순간 직감적으로 나는 알아차렸다. 그녀가 그 곳에 용변을 보았음을 말이다. 먹고 마시며 또 그것을 배출해 내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다. 문명화된 우리의 삶 속에서 이런 활동은 세련된 방식으로 그 모양을 갖추었다. 잘 차려진 식탁에서 마음을 나누는 이들과 식사를 하고, 배변은 위생적으로 관리된 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런 '인간다운 삶'을 누구나 누리는 것은 아니다. 길에서 생활하는 집시에겐 먹고 자고 용변을 보는 모든 일이 길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남성이 아닌 여성은 신체 구조상 용변을 보기 위해 그야말로 자신의 치부를 모두 들어낼 수 밖에 없는데, 그나마 '유목민의 천막'으로 자신을 공공에 낱낱이 드러내는 수치스러운 일은 겨우 모면한다.

오숙진_비극 250207, 250207_캔버스에 유채_각 100×100cm_2007

집시여자는 그 곳을 유유히 떠나고 차도를 사이에 두고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던 나는 순간 얼어 붙는다. 도시의 쓰레기 더미 위에 올라 앉은 그녀. 이 도시의 '인간 쓰레기' 취급을 받는 그녀가 자신의 오물을 도시의 오물 위에 더하고 사라졌다. 나는 단지 그녀가 사회에서 가장 소외 받는 21세기의 '불가촉천민(untouchable)'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그녀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들은 협박에 가까운 동정을 나에게 구걸했고 그래서 늘 그들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다. 인간의 삶이란 이런 것이다. 수많은 입장과 평가들이 하나의 사건 위로 교차한다. 사건의 결과는 명료하지만 그 결과에 이르게 한 원인은 너무나 많다. 누구 하나를 탓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사건을 관찰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스릴러 영화에서 남겨진 단서에 상상력을 더해 범인을 추적해 가듯이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도 그 주변을 관찰하며 원인을 파악해 본다. 그러다 보면 미쳐 발견되지 못한 진실들이 드러난다. 그 진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고 그래서 외면해 버리고 싶을 때도 분명 있다. 그러나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린다고 해서 진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눈물이 나더라도, 때론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나더라도 그것을 똑똑히 바라보아야 한다. 이것이 적어도 그러한 불편한 일이 또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다.

오숙진_boogie woogie 1, 2, 3, 4_캔버스에 유채_각 40×40cm_2006
오숙진_paradiso 1-1, 2_캔버스에 유채_각 72.7×60.6cm_2010

나의 그림은 사건들을 보여준다. 의심스러운 인물과 소품들은 관객에게 사건의 단서를 제공한다. 상상력을 더해 사건을 재구성하는 일은 보는 이의 몫이다. 관객이 다양하듯 하나의 사건은 여러 개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것이고 거기서 새로운 진실이 발견될 것이다. ■ 오숙진

Vol.20101019b | 오숙진展 / OHSUKCHIN / 吳淑眞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