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효섭展 / JIHYOSUB / 池孝燮 / painting   2010_1027 ▶︎ 2010_1101

지효섭_토끼와 거북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310 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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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1027_수요일_05:00pm

주최/기획_ART2513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1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몽환의 축제 ● 시인 박이문은 「초현실적 추상화」라는 시를 '하늘에는 죽은 물고기'라는 구절로 열었다. 그리고 이 시는 공존할 수 없는 존재들을 배치하며 매우 모순적이고 비현실적인 상황을 그려냈다. 아마도 그는 '하늘에서 죽은 물고기'를 발견하는 눈이 예술가의 것이라 여긴 듯하다. 또한 이것은 랭보가 '견자'로 정의한 예술가의 역할과도 정확히 맞아든다. 예술가는 무너진 현실의 편린들이 재배치되는 찰나의 순간을 목격해야 하며, 그것들을 다시 재조합해 의미 있는 패턴으로 끼워 맞추는 일 또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부서진 현실을 재배치하고 재조합하는 데 열중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지효섭이다.

지효섭_두개의 테이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94cm_2010
지효섭_사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62cm_2009
지효섭_테라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210cm_2010

모든 개체가 자신의 세계 안에서 고독한 생을 견뎌야 하는 것은 개체를 한정하는 '껍데기' 탓일 거다. 그래서였을까? 누군가 '그 찬란한 껍데기를 걷어내면, 부서진 육체에서 아침햇살이 우수수 쏟아진다'고 말한 것은. 이렇듯 한 세상(육체)이 부서지면, 개체들은 고유기능을 정지하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하며, 상호소통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절대 고독'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나게 된다. 물론 이는 현실에서 언제나 일어나는 사건은 아니므로 초현실적 눈과 장치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러한 연유로 랭보는 "모든 감각을 착란 시켜 이성적 지각능력을 혼란에 빠뜨려야 은폐된 세상을 목격할 수 있다"고 말했던 것 같다. 이렇듯 작가 지효섭의 눈은 랭보가 말한 '견자의 눈'을 연상시키며, 그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이미지들은 부서지고, 다시 만나고, 뒤덮이면서 '상호소통'하고 있으며, '절대 고독'을 이겨낼 가능성을 만들어주고 있다. 물론 이 과정은 매우 디오니소스적이고, 몽환적이다.

지효섭_백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130cm_2010
지효섭_밤의 탄생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210cm_2010

이렇듯 지효섭의 작품이 갖는 형식적 특징은 '게슈탈트의 붕괴와 집합'이다. 하지만 이 붕괴가 단순한 쪼개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껍데기를 벗겨낸 실체의 흘러내림이자 분출이다. 고로 그의 작품에는 자연형상이 추상형상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모습이 존재한다. 게다가 농도 옅은 물감이 흘러내리거나 두터운 마티에르를 장착한 또 다른 물감 덩어리가 형태를 뒤덮는 것은 매우 비계산적이고 비의도적이다. 즉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회화적 게슈탈트가 기법적 자동장치를 만나고 있으며, 이러한 것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 이처럼 작가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구전된 신화나 우화처럼 친숙하지만 또한 낯설다. 공포스러울 정도로 거대한 풍경 속에 홀로 있는 여인과 성스러운 장소에서 공존할 수 없는 개체들이 한데 모여 빚어내는 이야기는 성스러운 옛이야기와 비슷한 포맷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믿고 있는 고귀하고 성스러운 과거의 시간 따위는 없다. 모든 시간은 치열하고 고독하며, 지독한 고통을 수반하므로. 이는 마치 모든 생은 멀리서 바라볼 때는 희극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과도 같다.

지효섭_피리 부는 여인_캔버스에 유채_120×66cm_2010

따라서 작가 지효섭은 그 비극과 희극 사이에 존재하는 막(껍데기)을 제거하기 위해 뭉그러진 형상을 차용한 듯하다. 그리고 이렇듯 뭉그러진 형상들은 모순적이게도 희극적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파괴되어 터져 나온 비극의 원천이 몽환적 축제가 빚어내는 찰나의 희극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고로 나는 지효섭의 작품을 '몽환적 축제'라 부르고 싶다. 얽혀있던 모든 것이 허공에 풀려 자유롭게 흩어지고, 뭉쳐지는 디오니소스의 축제. ● 이 축제 속에서 작가 자신은 희생의 제물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넘쳐나는 과잉과 잉여의 시대에 축제는 분출의 돌파구가 되어주며, 그 시간이 끝난 뒤 평온과 안정을 준다. 그리고 그 평온과 안정 속에서 우리는 명상할 수 있다. 고로 한정된 시간 속에서 격렬한 투쟁을 겪어내면서 작가 지효섭이 세상에 내어놓은 고귀한 작품 앞에서 우리는 심연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붕괴된 구조 속에서 다른 개체의 내적 세계를 체험하고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에서 부서진 살점을 드러내고 죽은 물고기를 발견할 때 그 안에 은폐되어온 기묘한 세계와 조우할 수 있는 것처럼. ■ 김지혜

2010년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인사아트센터 본전시장에서는 ART2513의 기획으로 『지효섭』전을 갖는다. 구상과 비구상이 절묘하게 혼재하는 독보적인 스타일로 주목 받아 온 지효섭 작가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축제와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인간과 동물, 현실과 환상, 구상과 비구상, 그리고 고전주의와 낭만주의가 공존하며 강력하게 충돌하는 환상의 부엌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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