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군석展 / NAMGUNSEOK / 南君錫 / painting   2010_1022 ▶︎ 2010_1031

남군석_월출산_한지에 수묵담채_47×98cm_2008

초대일시_2010_1022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8:00pm

안동문화예술의전당 ANDONG CULTURE & ART CENTER 경북 안동시 축제장길 66 3전시실 Tel. +82.54.840.3600 www.andongart.go.kr

맑고 소슬한 실경의 경계와 산수의 이상 ● 자연은 인간이 마주하고 있는 조건으로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연과 더불어 삶을 영위하지만, 이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동서가 서로 다른 것이다. 서양은 자연을 대립과 투쟁의 대상으로 인식함에 반하여 동양은 합일의 대상으로 이해한다. 즉 서양의 자연은 물성으로 다가오지만 동양의 자연은 정신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자연관의 차이는 서로 다른 예술로 나타나게 되었으니 서양의 풍경화와 동양의 산수화가 바로 그것이다. 서양의 풍경화가 포획된 자연으로서 정물적인 표현이 두드러진다면, 동양의 산수는 합일의 대상으로서 외경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서양의 풍경화가 실외의 자연을 실내로 끌어 들인 것이라면, 동양의 산수화는 자연의 이상향을 구성하고 그것과의 합일을 지향하는 것이다. 서양의 풍경화가 객관의 상황을 중시한다면, 동양의 산수화는 주관의 경계를 강조한다. 결국 풍경과 산수는 동일한 자연을 대상으로 하지만 객관과 주관, 현실과 이상이라는 근본적인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할 것이다.

남군석_하회마을_한지에 수묵담채_29×57.5cm_2005
남군석_원촌리_한지에 수묵담채_35.5×58.5cm_2004
남군석_외돌개_한지에 수묵담채_58.5×96cm_2010

작가 남군석의 작업은 실경산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대자연으로부터의 감흥과 기운을 포착하여 이를 표현해 내고자 하는 실경작업은 산수와 풍경의 절충적 형식이다. 풍경으로서의 객관성을 전제로 하지만 그것의 본질은 산수로서의 이상화된 자연이다. 즉 자연을 단순한 묘사와 재현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회귀의 대상으로 이해하며, 이를 이상화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실경의 기본적인 원칙을 전제로 자연의 다양한 표정들을 읽고 기록하고 있다. 그것은 화장기 짙은 농염한 것이 아니라 풋풋하고 해맑은 순수한 것이며, 꾸미고 과장하여 왜곡된 것이 아니라 솔직하고 담백한 자연의 맨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다. ● 거친 듯 투박하고 특별한 기교도 부리지 않는 독특한 필치는 작가가 자연을 대면하는 수단이다. 농담의 현란한 변화나 선의 강약을 조절하는 섬세한 기교도 배제한 체 오로지 일정한 속도를 지닌 거침없는 필치로 자연의 다양한 표정들을 섭렵해 나가는 작가의 작업은 그 자체가 해맑고 담백하다. 물론 작가의 작업이 눅진한 수묵의 깊이를 담보하는 적묵의 방법을 취하지 않고 담백한 필선의 경쾌한 운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그의 작업은 맑음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수묵과 담채의 적절한 조화는 오랜 작업과정을 통해 확보된 조형적 성과이기에 맑음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것은 작가의 맑음은 기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대상에 대한 천진한 접근과 진지한 관찰과 성실한 표현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절로 드러나게 되는 특정한 가치일 것이다.

남군석_정방폭포_한지에 수묵담채_58×98cm_2010
남군석_석송령_한지에 수묵담채_58.5×94.5cm_2007

현장을 중시하는 작가의 작업은 자신의 발걸음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단양팔경의 빼어난 절경에서부터 하회마을을 비롯한 안동 일대의 독특한 풍광, 그리고 설악과 금강 등의 대승폭포, 외금강 구룡폭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승에 눈길을 주고 있다. 어느 한 곳인들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작가는 이들을 자신의 독특한 필촉으로 거둬들여 또 다른 이상의 경계로 재현해 낸다. 특유의 거칠고 마른 붓으로 이루어진 필치들은 풍경의 외형을 구성함과 동시에 독특한 운율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마치 산이 움직이고 물이 춤추듯 유동하며 대자연의 기운과 생동하는 기세를 만들어 낸다. 현장의 느낌과 직접적인 체험을 중시하기에 화면마다에는 생기가 여실하고, 방만한 발묵을 자제한 성실한 표현은 특유의 맑음을 담보해낸다. 필을 골간으로 삼고 적절한 용묵과 담채로 자연의 육(肉)을 표현해 내는 작업 방식은 이미 익숙한 자신만의 체계를 갖추고 있음이 여실하다. 그것은 농밀한 밀도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성긴 듯 허허로운 여유로운 경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또 원근과 투시의 합리성을 강조하여 육안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평면적인 전개를 통해 심안(心眼)에 의탁하는 것이다. 성긴 듯 여리고 무심한 듯 허허롭지만 작가의 화면에는 소슬하고 청정한 자연의 기운이 역력하다. 그것은 단지 수묵의 운용과 대상의 기교적인 묘사에서 기인하는 말단적인 것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작가가 대면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작가의 시선에서 발현되는 독특한 가치라 함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남군석_외금강 구룡폭_한지에 수묵담채_188.2×95cm_2009

비록 실경을 전제로 하지만 이미 객관의 합리성을 고집하지 않기에 작가의 화면에는 일종의 관조적인 시각이 여실하다. 굳이 자신이 보고 느낀 바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그것을 나열하고 서술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여분의 내용들을 더하게 하는 방식은 주목할만한 것이다. 특히 실경을 전제로 한 작가의 작업이기에 이러한 시각의 전개는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즉 작가는 자신에 의해 포착된 자연의 이상적 경계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보는 이에 의해 읽힘으로써 무한한 변환과 증폭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작가의 화면은 보는 이들의 해석과 첨언에 의해 비로소 이상화되는 것인 셈이다. 이는 산수화의 본질과 다분히 유사한 것이다. 실경을 근간으로 하지만 실경이라는 객관적 조건에 함몰되지 않고, 주관적 해석을 통해 화면을 구축하지만 그것을 고집하지 않음은 작가의 작업이 실경을 넘어선 산수의 경계를 지향하고 있음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이는 실경의 전개에서 필연적인 과정이라 할 것이다. 자연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과 이의 주관적 표현은 작가가 당면한 과제일 것이다. 이는 객관적인 자연으로서의 실경과 주관적인 경영을 통해 이상화된 자연이라는 상이한 가치의 미묘한 접점에 자리하는 화두이다. 건강한 시각과 성실한 표현은 작가가 지향하는 새로운 작업에 가장 유력한 도구이자 수단이 될 것이다. 실경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일정한 형식주의로 경도되고 있다는 현실적 우려 속에서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새로운 모색의 단서와 조짐은 충분히 긍정될 수 있는 가치라 여겨진다. 작가의 분발을 기대하며 새롭게 대면할 자연의 또 다른 표정을 기대해 본다. ■ 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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