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화의 재발견

Re-Discovery of Landscapes展   2010_1021 ▶︎ 2010_1106 / 일요일 휴관

송필용_흐르는 물처럼-달빛매화_캔버스에 유채_50×100cm_201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초대작가_송필용_이호중_이희중_곽동효_노태웅_장이규

기획_갤러리소헌 (디렉터 원창호, 담당큐레이터 윤현지)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소헌_GALLERY SOHEON 대구시 중구 봉산동 223-27번지 Tel. +82.53.426.0621 www.gallerysoheon.com

소헌컨템포러리_SOHEON CONTEMPORARY 대구시 중구 봉산동 220-3번지 Tel. +82.53.253.0621 www.gallerysoheon.com

풍경화의 도입과 전개 ● 우리나라 최초 유화기법 서양화로서의 풍경화는 1899년 서울에 온 네덜란드계 미국인화가 '휴버트 보스' (Hubert Vos, 1855~1935)가 그렸던 치밀한 전통주의 사실기법으로 묘사한 「서울풍경」이라고 한다. 한참 후인 1982년 6월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된바 있는 보스의 「서울풍경」은 구한말 미국공사관(현재 정동)에서 경복궁을 내려다보며 그린 그림으로 멀리 광화문과 경회루, 북한산등이 보이며 화면전체의 색채가 풍기는 분위기는 온화하고 밝으며 푸르스름한 배경과 원근감 등 공간처리에서 동양화적 공간감각에 대한 예사롭지 않은 이해와 취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능숙하고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다. 1909년 서양화법을 정식으로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1915년 귀국해서 보여준 '고희동'의 유화작품으로 남아있는 것이라야 자화상 3점이 고작인데 그나마 순수한 유채풍경화는 보이지 않지만 그의 유화 중 풍경이 많이 차지하고 있는 그림인 「정원에서」라는 인물이 주제가 된 유화가 있다. 한국인으로서 제대로 풍경화를 작품으로 전시한 작가는 1916년 동경미술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김관호'로 당시 문전(제10회)에 풍경화 「해질녁」을 출품해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특선을 차지한바 있으며, 귀국후 서울에 머무르며 창덕궁 비원의 연지풍경을 유화로 그렸으며 이어 백제의 옛도읍 부여로 가서 반월성, 기타 명승 고적을 사생했다고 전한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인 '나혜석'이 귀국후 서울에서 첫번째로 열었던 개인전(1921)과 1920년대에 부부동반 세계일주를 하며 그린 「스페인해수욕장」,「스페인국경」,「유럽풍경」 등의 풍경화 작품을 남기고 있다. '나혜석'의 1933년작 「선죽교」는 화면구성이 짜임새 있게 처리되어 있으며, 그 이전의 작품 「봉황성 남문」(1923), 「만주 봉천풍경」(1924)등의 풍경화가 있다. 같은 시기 '이종우'는 엄격한 대상파악과 사실적인 묘사를 위주로 풍경화를 추구했는데 파리유학시절 작품인 「파리풍경」(1923)이 거의 유일한 풍경화라 할 수 있으며, 1914년 작품으로 풍경화 「해금강」이 활달한 필치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밖에 임용련의 1930년의 소품 「에르블레 풍경」(국립현대미술관)과 「금강산」(1940)등의 풍경화도 있다. 서양화 도입기이후 풍경화는 이처럼 주로 구미유학을 한 화가들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배워온 조형방법으로 보다 새로운 풍경화 화법을 형성하기 시작한 시기라 하겠다. ● 1930년대에 접어들며 서양화단이 도입기의 작가들을 뒤이은 제2세대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함에 따라 서양화 정착의 발판을 마련한 작가들로서 어느 정도 조형적 기초를 닦아 일본으로 건너 갔다온 뒤 선전을 발판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화가들인 '이인성','오지호','김주경' 등은 특히 인상주의적 경향의 방법적 천착과 한국적 풍토에 맞는 화풍의 접목시도를 계속해 인상파의 한국적 정착을 가능케 하였다. 이들의 뛰어난 방법적 해석은 현재도 높이 평가받고 있는데, 특히 '이인성'은 인상파풍을 신 역사주의와 전원적인 분위기에 풍토적인 감각적 필법으로 향토적인 소재주의에 천착함으로서 풍경화에 의한 향토적소재의 전형을 이룩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1930년대 이후 서양화단에서 향토적 소재주의에의 급격한 경사에 끼친 '이인성'의 영향은 예사롭지 않으며, '오지호', '김주경' 등은 '이인성'과 약간 다른 방향에서 인상파이념을 구현해 나간 화가들이다. 이들에 있어 인상파의 발견은 한국산천의 발견이자, 그 산천이 지닌 고유한 아름다움의 발견이었다. 말하자면 조형을 통해 조국의 아름다움에 대한 눈뜨기가 비롯된 것이리라. 특히 '오지호'는 작품뿐 아니라 이론적인 면에서도 인상파의 방법과 한국의 자연을 일치시키려고 주도한 논리적 전개를 보이기도 했다.

장이규_송림_캔버스에 유채_60×120cm_2010

서구 모더니즘의 수용과 변용, 재창조 ● 인상파이후 서구의 모더니즘이 적극적으로 수용되기 시작함으로써 '구본웅','이중섭', '박고석'을 중심으로 한 야수파적인 경향과 '김환기', '유영국', '이규상' 등을 주로하는 추상파적 경향의 조류가 나타났으며 입체파적인 것과 더불어 표현파적인 것도 국내에 소개되어 여러 경향의 화가가 산발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가운데 보편적인 서양화단은 향토적 소재주의가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 가운데 서양화의 기법을 향토적인 주제로써 극복해보인 개성적인 작가군으로 '양달석', '김중현'은 풍물에서 취한 소재에 애착을 보이고 있으며 '박수근','박상옥', '이봉상'은 생활의 사실주의 보다 표현의 시정에로 기울어지는 특유의 향토적 소재의 심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후 우리 화단의 경향은 하나의 뚜렷한 이념전개에 의한 운동으로 성숙하기 보다는 특정한 유파의 생성배경에 대한 의식을 이해하지 못한채 하나의 형식만을 답습하는 개인의 기법으로 머물고 만다. 1940년대가 진행되면서는 일제의 침략이 미술에까지 노골화하며 우리 미술계는 퇴행 현상을 뚜렷이 보이는 가운데 특기할만 한 것으로 1940년 5월에 열린 조선미술관의 '10명의 산수풍경화전'이 있었는데 당대 한국화의 대표작가 10명이 초대되어 진행된 전시로 애초는 연례전으로 계획했었으나 일제의 탄압으로 중단되어 지속하지 못했다. 1945년의 조국광복으로 새로운 창작활동을 재개하나 곧 이은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과 일제 식민잔재 청산문제, 그리고 1950년의 6.25사변으로 또 다시 질곡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 일본을 통한 한국의 서양화 도입의 역사로 인해 일본을 통한 굴절현상을 피할 수는 없었으나 '오지호', '이인성', '김주경'등에 의한 인상파의 한국적 자연을 통한 재해석의 풍경화들은 우리 민족의 전통성을 나름대로 돋보이게 했으며 유화라는 서양재료를 이용한 한국풍경화의 발달과 그 안에 우리의 고유한 정신을 담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서양화의 방법이 비로소 우리 자신의 방법으로 소화되어 수용되었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이는 외래양식의 선별적인 수용과 작가의 독자적인 조형언어로서의 창조성으로 나아가는 길로서 서양의 재료인 유화를 사용해서 한국의 자연을 형상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자연관을 담으려 노력했다는 것은 한국 전통산수화의 정신을 이어받되 서구의 재료인 유화로써 우리 고유의 사상을 화폭에 담으려고 한 정신성의 추구란 점에서 한국 풍경화 발달에 재창조의 기여를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노태웅_남해도에서Ⅰ_캔버스에 유채_80.3×130.3cm_2010

풍경화의 발전과 진화 ● 이른 나이에 요절한 천재 화가 '이인성'은 1931년 도쿄 유학을 떠나, 유학시절 조선미전 수상뿐 아니라 일본의 제국미술전람회 입상, 일본 수채화회전 최고상등을 기록하는등 수채화에서 탁월한 예술성을 발휘했다. 강렬한 원색과 강한 대조, 그리고 불투명의 짧고 단속적인 붓 터치로 유화의 수준에 비견될만한 독특한 기법을 발전시켜 나갔다. 조선미전에 데뷔한 후 `가을 어느 날`(34년)을 비롯해, 최고상인 창덕궁상을 수상한 `경주의 산곡에서`(35년) 등 탁월한 풍경화 작품을 남겼는데, 39살의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요절한 까닭에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동시대의 다른 화가들에 비해 평가받지 못하였지만 생전에 뛰어난 기량으로 유명세를 날렸지만, 제대로 된 유작전조차 열리지 못한 데다, 그의 죽음 이후 추상화가 대세였던 국내 미술계 풍토 속에서, 그의 작품이 온전히 대접받을 수 없었으나 전환기의 우리 화단에서 괄목할 활동을 전개하였다. 인상주의에서부터 후기인상주의, 나비파의 피에르 보나르, 그리고 야수파, 표현주의에 이르는 다양한 서구 모더니즘을 각기 완벽하게 구사할 줄 알았던 1930년대 우리 화단의 복잡한 양상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존재이기도 했다. `경주의 산곡에서`(35년)를 정점으로 하는 그가 남긴 몇몇 구상화 계열 풍경화 작품은 그의 짧은 생애에서 황금기에 해당하는 1930년대 중반 이후에 제작되어진 것으로 이후시기를 통틀어 풍경화 중에서 각별한 주목을 요하는바 작가내면의 사상이나 이념, 문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특성상 이인성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는데 유용할 뿐 아니라 그의 구상화내지는 풍경화가 의도 했던 당시의 시대상황인식과 우리 근대미술사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귀중한 연구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오지호'는 사실주의적 아카데미즘 혹은 사실주의와 외광파(外光派)의 절충양식에 시종했던 작가들과 달리 인상주의 및 그 후의 모던아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며, 이론과 실제 양면에서 철저히 추구함으로써 한국 인상주의 회화운동의 기수가 되었고, 그 이념을 늘 새로운 눈으로 탐구하고 실현해 갔다. 그는 '구상회화선언'에서 자연에 대한 감격의 표현을 함에 있어, 그 감격을 대상의 데포르메를 통하여 자연에 대한 감격으로 전환하는 것을 강조하였는데 그가 그림에서 늘 목표해온 '회화의 생리에서 나오는 회화, 회화의 생리에 가장 맞는 회화, 회화라면 그렇게 있어야 하는 가장 자연한 모습, 누가 보아도 언제 보아도 좋은 그림, 마음 편히, 즐겁게 볼 수 있는 그림을 그리려 하였다. 자연의 풍요로움과 평온함 안에서 어머니의 품과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친화적인 풍경화는 동양적인 사유로부터 이제 누가 보아도 언제 보아도 마음 편하고 즐거워하는 그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미술평론가 '이주헌'은 풍경화를 '눈으로 보는 풍경'과 '마음으로 읽는 풍경'으로 대별한 뒤 '눈으로 보는 풍경'들 중에 하늘과 물의 풍경, 계절풍경, 삶이 어린 풍경, 도시풍경으로 나누어 특히 풍경화 속의 색채와 원근법과 구도의 관점에서 특이한 풍경화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풍경화에 대한 폭 넓은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 한편 '마음으로 읽는 풍경'에서는 '터너'(비, 증기, 그리고 속도-대서부 철도) '컨스터블'(헤들레이 성을 위한 스케치) '고흐'(까마귀가 나는 밀밭)에서의 '날씨와 풍경' '뵈클린'('망자의 섬'),루소('꿈'),'마르티니'('이상적인 도시')'탕기('보석상자속의 태양')의 '상상속의 풍경' , 거기에 더해 '들로네'('동시에 열린 창들'), '몬드리안'('브로드웨이 부기우기')의 추상을 추상풍경으로 설명하는가 하면 '신기한 풍경'이라 하여 '고명근'의 '물(water)'의 예를 들고, 신화와 역사를 배경으로 한 풍경으로'크레인'('포세이돈의 말들'),'브뢰겔'('이카루스의 추락'), '푸생'('포키온의 매장'),'뵈클린'('프로메테우스')을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가히 풍경화의 진화라 할 만하지 않은가. 근래 텔레비전을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의 모니터에 '남농 허건'의 산수화 그림과 모네의 '생라드레스의 보트경기'를 작가의 독창적 이야기가 있는 디지털 영상으로 전개시킨바 있는 '이이남'의 '디지털풍경'까지 가미한다면 가히 동시대의 정통적 풍경화로부터 첨단의 디지탈 풍경의 설치에 이르기 까지 풍경화의 진화와 발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곽동효_자연속으로_캔버스에 유채_65.1×90.9cm_2005
이호중_안개비_캔버스에 유채_65.1×100cm_2010

풍경화의 재발견 ● 현대에 있어 사실주의 풍경화를 다루는 방식과 태도, 그리고 자연에 대한 탐구의 방법도 다양하게 변화를 거듭해 왔는바 그 한 예로 대구지역의 풍경화와 남도지역의 풍경화의 경우를 보면 먼저 대구지역의 풍경화들에서 느껴지는 특징적인 요소는 전통적인 원근법이나 시 방식에서 탈피하여 카메라의 앵글을 들이댄 듯하다. 즉 구도에서나 줌렌즈로 확대해서 들여다 본 듯한, 새로운 풍경화가 특징이다.(장이규) 이에 반해 남도 풍경화의 일번지라고 볼 수 있는 광주 작가들의 풍경화의 변화는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는 우리의 자연이 가지고 있는 풍토성과 이 땅에 얽혀있는 역사적 의미까지를 담아내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송필용) 이처럼 풍경화 분야에서도 각기 지역다운 환경의 특성이 있고, 그 지역출신 예술가들의 감성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발견하게 한다. ● 더불어 구상계열에 속하는 다른 일군의 풍경화들은 형태의 변형과 마티에르에 비중을 두기도 한다. 긁고 뿌리고 다시 안료를 덧칠하는 인내가 따르는 작업을 거쳐 비로소 이루어지는 화면의 바탕과 깊고 어두운 색채의 폭넓은 배치와 이어 드러나는 밝은 색채의 대비는 마치 현실과 이상을 대립과 조화로, 그리고 인간사를 음과 양의 조화로 드러내는 듯하다. 나이프 작업에 의한 화면구성, 유성과 수성에서 오는 군데군데 균열이 간 듯 보이는 균질성, 퇴색한 낡은 벽을 연상케 하는 마티에르는 화면의 모든 요소가 화면이라고 하는 하나의 전체, 즉 회화적 구상과 거기에 상응하는 색채의 조율 그리고 거친 질감 속에 통합되고 융화되어 있다. (노태웅, 곽동효) ● 진부한 답습이나 전통고수보다는 모던아트의 새로운 조형성과 미감을 향해 끊임없이 전개 시켜온 다양한 풍경화작업에서 보여 지는 미묘한 색감과 터치들이 우연성과 즉흥성을 넘어 감정의 표출로 이어지는 조형들의 절제된 표현은 풍경화라는 개념을 기본바탕으로 그 이상의 진지함을 추구하기도 한다. (이호중, 이희중) ● 최근의 한국미술에서는 회화의 복권주장과 더불어 구상회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난해하고 현학적이며 대중과 유리된 추상에 비해 친근하고 어렵지 않아 대중에게 흡인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 구상회화를 들어 자연의 실재에 대한 기술적묘사라 하여 구태의연한 것으로 치부할지 모르나 구상회화는 동시대 사회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고 삶의 진실을 드러내고자 하는 회화의 오랜 전통으로서 어느 시대에나 정당성을 갖는 것으로 특히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회화의 역할과 위상, 그중에서 대중과 친근한 풍경화의 위상을 재발견하여 그 의미를 짚어보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 할 것이다. ● 이번 전시 '풍경화의 재발견'은 풍경화가중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면서 미술시장과 화단 모두에서 나름의 독창적인 개성을 인정받으며 꾸준히 회화의 존재성을 확인시켜주고 있는 대표적인 구상화가들인 '송필용', '장이규', '노태웅', '곽동효', '이호중', '이희중'등 6명 중견작가의 근작 회화작업을 선보임으로써 구상성의 다양한 풍경화 작업들이 여전히 한 시대의 주류 미술언어로써 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희중_밀월여행_캔버스에 유채_65×100cm_2010

초대 작가 소개 ● 전통적인 형식에 우리 땅의 이미지와 그 속에 깃든 삶과 역사를 보여주는 풍경화를 특징으로 하는 송필용은 90년대 중반부터 무등산 자락의 소쇄원, 식영정, 송강정, 면앙정 등 조선조 가사 문학의 산실인 정자와 원림(園林), 그리고 이들 정자에서 내려다 본 평야를 시원스레 담아왔는데, 근경에 정자가 있는 언덕을 어둡게 실루엣으로 배치하고 그 너머로 푸른 강과 들녘을 대비해서 펼쳐 놓아 조선시대 산수화의 부감법과 전통화법을 땅의 이미지에 맞게 성공적으로 도입했다는 평을 들었으며 함께 조선시대 초기 분청사기의 박지무늬 수법을 원용 어둡게 처리한 근경설정과 밝은 원경의 극적대비, 특히 어두운 색 면 바탕위에 밝은 색을 덮고 물상의 형태를 긁어내는 기법인 '송필용' 특유의 칼끝으로 빚어낸 "박지화법(剝地畵法)으로 개성적인 금강미를 한층 도드라지게 한바 있다. 유화작업을 하면서도 전통화법의 장점을 자기화하는데 게으르지 않았던 '송필용'의 큰 미덕이 마침내 겸재나 단원, 소정과 같은 옛 화가들이 금강산의 탐승과 사생을 통해서 화경(畵境)이 깊어졌던 것처럼 우리 땅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금강산 체험을 통해서 금강미에 대한 자기 형식을 단단하게 확립해 가기에 까지 이른 보기 드문 개성의 독자적 화풍을 확립한 작가이다. ● 인간 본연의 자연에 끌림을 표현하는 작가 장이규는 붓끝으로 질서정연하게 자연을 화면으로 끌어들이며 보는 이로 하여금 화면에서 잠시 자연에의 합일을 이루고 융화되는 느낌을 낳게 한다. 끈기 있게 색 점들을 완벽하게 찍어 완성해 나간 산과 들의 모습은 조화로운 감각과 평화를 만들어내는 풍경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의 색채는 감성적이고 직감적이기보다는 이지적이고 사색적이며 논리적 이다. 그의 풍경화가 순색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무채색 일변도로 보이는 가운데서도 맑고 쾌활하며 그만의 독자적인 명료한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 강점은 그가 사물 및 대상에 대한 남다른 이해와 분석을 통해 탁월한 묘사력으로 사물에 다가서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명도대비에 의해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겁고 정적일 수 있는 분위기를 일순 생동감 있고 생명력 있는 살아있는 이미지로 표현해내는 그는 해를 거듭하며 한층 치밀하고 안정된 탁월한 묘사력으로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의 것을 풍경화에 표현하려 한다. ● 변형되고 축약된 리얼리즘으로 붓의 터치를 거의 보여주지 않는 독특한 붓질로 면 전체에 걸쳐 고르고 두툼한 마티에르효과를 특징으로 하는 풍경을 표현해온 노태웅은 도시의 역이나 변두리 삶의 현장 혹은 산과 들 어촌이나 바다풍경을 어떤 감정의 개입이나 판단을 유보한 듯 정지된 시간의 시각화처럼 객관적으로 보이면서도 영원성이나 사유의 세계로 승화되는 듯 '느낌 있는 풍경화'를 보여준다는 평을 듣는다. 그의 작품 중 다수를 차지하는 항구그림의 예에서 보면 출렁이는 파도나 저 멀리 펼쳐지는 바다와 하늘과의 수평선을 단지 사실적인 표현이 아닌 사물의 현상 그 너머에 있는 본질이나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한다. 풍경화의 대상인 자연이 역설적으로 살아있는 사유 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여 지기도 하는데 재현적인 리얼리즘에 기초하되 독특한 색채운용과 상징성부여, 판화기법 같은 운필법, 캔버스위에 접착된 대리석가루와 물감의 적층이 가져온 독특한 마티에르 효과를 통하여 작가 내면의 세계를 자연에 이입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작업을 통해 우리의 뚜렷한 계절, 산과 들, 바다, 도시 등은 그만의 독특한 색감으로 현대적이면서도 토속적인 느낌으로 투영된다. 관조와 명상을 통해 자연과 현실에 대한 시적 정취와 삶의 현실적 무게를 포괄함으로써 차가운 이성의 리얼리즘적 회화를 따뜻한 휴머니즘적 회화로 승화시키고 있다. ● 거친 붓자국과 나이프를 이용한 특유의 질감을 강조하는 곽동효의 작업은 형태미에 대한 설명보다 질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각적인 쾌감을 중시한다. 풍경이라 하지만 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동적인 이미지, 부드러움 보다는 거친 이미지를 통해 힘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그는 근작들을 통해 동일한 계통의 색채사용으로 현실에 존재하는 물상인데도 낯선 세계를 보는 듯 독자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마치 각박한 현실너머에 존재하는 이상향을 꿈꾸게 하듯 밝고 경쾌한 색감의 풍경화들이 특징을 이루는 가운데서도 작가의 근작 '자작나무가 있는 풍경'들은 자연에 대한 관심과 시각이 한층 진화하여 현실과 다른 색채의 흑백이 두드러진 독특한 구도와 색채를 재구성한 풍경화들로 나타나기도 한다. ● 뛰어난 묘사력을 바탕으로 안개 낀 시골풍경과 황토 빛 들판풍경으로 익히 알려졌던 이호중은 국내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다시 러시아 레핀 미술학교에서 한국인중 첫 졸업을 한 러시아 유학 일세대로 최고의 기량을 가진 학생들과 겨루며 6년 과정(1993-1998)을 마치고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완벽하게 갖춘 기량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그림을 그리려 끊임없이 새로운 조형정신에 입각한 작업을 왕성하게 펼쳐온 작가이다. 이호중의 작업은 안개 젖은 봄, 여름의 싱그러운 풍경에서 차분한 황토 들판으로 변모하며 나지막한 산과 간간이 솟아난 나무와 농가, 한국의 질박한 황토의 거친 질감을 세밀하고 부드러운 붓질로 다듬어 냈다. 특히 그의 풍경화에서 황토색의 다양한 발색은 한국의 자연에 대한 그의 치밀한 관찰과 애정을 보여주며, 기본구도로 설정되는 지평선은 심리적 안정을, 중심을 가로지르는 오솔길은 관람자를 풍경 저 너머로 인도하는 안내자가된다. 고즈넉한 농가의 분위기는 수확을 마친 후 휴식을 취하는 자연의 넉넉한 표정과 닮아있다. ● 홍익대와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희중'은 6년간의 독일 체류 후 작업에 몰두해오며, 민화의 현대적 번안에 역점을 두고 민화로부터 얻어낸 형상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화해내어 대단히 개성적인 작업을 펼치는 작가로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모색해온 화단과 미술시장에서 익히 그 역량을 인정받아온 작가이다. 민화 십장생도, 노송도, 괴석도, 운룡도, 금강산도, 용호도, 치우도, 어락도, 문방도, 모란도 등에서 얻어내 현대적으로 차용해온 형상들은 이미 작가의 손을 거치며 새로운 형상으로 태어나고 운율이 있는 현대회화의 맛을 살린 한국적인 감성과 정서가 두드러진 풍경들로 재탄생한다. 민화로부터 얻어온 형태들을 둘러싼 첩첩의 산과 산으로 표현되어 나타나는 현대의 산수화격인 풍경화이다. ■ 원창호

Vol.20101023e | 풍경화의 재발견 Re-Discovery of Landscape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