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변내리展 / PYONNAERI / 卞내리 / painting   2010_1020 ▶︎ 2010_1026

변내리_파란밤_한지에 수묵채색_60×120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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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_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내리고 쌓아올리고 내리는, 파란 ● 녹슨 밤하늘에 파란을 덧입힌다. 밤의 시간을 다르게 쓰는 법을 고민하다, 파란을 찾아낸다. 파란 밤을 끌어내기 위해 달을 넣어둔다. 꽉 차지 못한 달빛으로 파란 밤이 내리는 곳은 너나 없는, 바위산, 나무 그리고 강줄기. 허락된 자에게만 보일지도 모르는, 청묵(靑墨)을 쌓아올리는, 파란을 밤의 시간에 초대한 작가는 담백하다. 여행에서 얻어낸 밤의 풍경을 파란에 덧입혀 사람이 빠져(疏外) 사람을 빠지게 하는(沒入), 그런 파란 밤을 그린다. 작가의 파란은 청묵과 함께 은은하다. 흑묵(黑墨)이 주는 무채색의 담담함이 있고, 청묵이 주는 유채색의 친근감이 있다. 청묵은 흑묵의 까만색을 이미 담고 있어, 담담함과 친근감이 공존한다. 청묵은 쉬기 위해 시간을 내놓은 자에게만 그 맛을 보여줄 지도 모른다. 채색없이 남겨진 달, 작가가 만들어낸 파란 분채의 밤하늘과 강줄기, 흑묵의 나무, 청묵의 바위산, 그리고 화폭에 남겨진 반짝임. 이 어우러짐이 희한하게 기억을 남긴다.

변내리_별,밤하늘에 내리다_한지에 수묵채색_90×80cm_2010
변내리_낮달_한지에 수묵채색_51×73cm_2010
변내리_스쳐간다_한지에 수묵채색_51×73cm_2010

한 번을 그리고, 지울 수가 없다. 손의 흔적을 다르게 쓰는 법을 고민하다, 덧그림을 찾아낸다. '그' 그림을 끌어내기 위해 처음 그림은 아래에 놓아둔다. 꽉 채우지 못한 붓질들이 다시 내리는 곳은 흔적의 공간. 어제 그려놓은 기억을 두고 가기엔 여린, 켜켜이 파란을 쌓아올리는, 흔적을 화폭 안에 끌어안는 작가는 꼼꼼하다. 삶을 살아가는 길 위에 추억이 쌓이는 것처럼, 작가는 어제의 붓질을 지우지 못하고 덧입혀진, 그런 중첩된 그림을 그린다. 작가의 중첩(重疊)은 완벽한 세상을 향한 동경에서 비롯된다. 붓질의 흐트러짐이 못내 아쉬워, 조금만 변화된다면 도달할지도 모르는 완전한 화폭을 상상한다. 마비될 정도의 팔의 통증을 붓 끝에 실어 한 번을 그리고, 그 위에 또 그린다. 아래로부터 스며 나오는 어제의 흔적이 배접된 한지에 밑그림을 보여주면, 이중 작업이 시작된다. 미처 그리지 못했던 ‘그’ 화폭이 드러나는 기대와 함께. 이 꼼꼼함이 희한하게 여유로움을 남긴다.

변내리_promenade_한지에 수묵채색_97×194cm_2010
변내리_달빛_한지에 수묵채색_40×40cm_2010
변내리_promenade_한지에 수묵채색_51×73cm_2010

사람 없는 여행을 하고도, 또 한다. 동행(同行)하는 법을 고민하다, 이내 일의고행(一意孤行)으로 돌아간다. 그 끝에서의 해우(解憂)는 아직 파란 밤과 함께 한다. 꽉 채웠던 내가 다시 내리는 곳은 …………………… 쌓아올리고 내리고 쌓아올리는, 사람이 같이 하는 것을 꼭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순환에 익숙하다면 사람 없는 파란 달밤을 만나진 못했을 것이다. 작가는 그런 사람 없는 한적함을 그린다. 잘 웃고 잘 울고 수줍어 고개 숙이고 눈이 동그래진다. 누군가를 해 할 수도 해를 입을 수도 없을 것 같은 평범한 작가도, 일상의 우리처럼, 일상의 사건 속 관계에 허덕인다. 그래서 사람 없는 파란 달밤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지치면 떠나가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떠나는 공간, 그 곳으로의 동행, 그리고 해우가 있다. 이 화폭에 내리는 떠남이 희한하게 돌아옴을 남긴다. 작가의 말과 함께. "바위산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직 형상을 찾진 못했죠." ■ 김정현

Vol.20101025d | 변내리展 / PYONNAERI / 卞내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