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들의 산책Ⅲ A Stroll of Painting BrushesⅢ

정경화展 / JUNGKYUNGHWA / 鄭景化 / painting   2010_1103 ▶︎ 2010_1109

정경화_필들의 산책_한지에 수묵_143×292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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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1103_수요일_06:00pm

후원_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영아트갤러리_YOUNGART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5번지 2,3층 Tel. +82.2.733.3410 www.youngartgallery.co.kr

필들의 산책을 통한 弄筆의 구현 ● 정경화 작가는 이번 개인전_필들의 산책Ⅲ를 통해 이전부터 한지에 수묵을 사용하여 지속적으로 탐구한 필에 대한 그의 사색과 실천을 필들의 산책Ⅰ, Ⅱ에 이어 다시 보여주고 있다. 그가 필에 대해 가볍게 하는 산책보다는 좀 더 우직하게 하는 산행과 같은 발걸음처럼 필에 천착하는 그 이유도 궁금하지만, 그것에 앞서서 그의 성실한 걸음이 화면을 통해 전해진다. ● 필들의 산책이라는 제목을 본다면 작가 정경화가 용필用筆에 대해 연구한다는 것을 쉽게 짐작은 할 수 있지만 그가 사용하는 재료를 알게 되면 농필弄筆에 대한 작가의 의지를 엿보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정경화가 쓰는 필筆은 흔히 사용하는 전통적인 모필毛筆이 아닌 붓의 용도를 위해 대나무나 칡, 때로는 갈대 같은 것으로 만든 것이다. 종이와 모필을 이용하여 용묵과 용필을 자유자재로 구현하는 것이 수묵의 매력과 장점이지만 작가는 동양의 전통회화에 대한 형식 실험을 하듯 죽필竹筆(이번 작업에는 주로 죽필을 사용)을 사용하였다. ● 필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용묵과 용필의 주요 요소가 배제된 효과를 사용해서 나타나는 조형적인 결과나 효과, 폭넓은 표현보다 제한적인 효과를 통해 강조되는 지점, 또 작가가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시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경화_필들의 산책_한지에 수묵_143×37cm×8_2010
정경화_필들의 산책_한지에 수묵_141×72cm_2010
정경화_필들의 산책_한지에 수묵_각 141×72cm, 가변설치_2010

작가가 사용하는 죽필은 기존의 모필과는 달리 수분과 먹을 붓이 머금고 있는 시간이 짧고 일필로 농담濃淡의 표현을 구현하기가 어렵다. 이것은 중봉으로 내는 운필運筆 효과와는 확연히 다른, 즉 의도한 대로 나타나는 효과보다는 대나무로 만든 붓이 주는 우연성과 표현에 제약이 있는 회화적인 효과를 보여준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파묵적인 요소로 전체 화면을 구성하기도 하지만 제한적인 보완 요소일 뿐이다. ● 결국 조형적인 표현의 한계가 있는 죽필로 작품을 제작하면 농담의 표현이 아닌 활달한 속도감과 힘에 의해 강약을 조절하게 되고 그러면 동시에 그려지는 대상은 반복적 형태를 보여주면서 완전한 추상의 형태는 아니지만 구체적인 대상의 형상을 벗어난다. 이것을 통해 화면 전체는 점차 더 추상적이고 평면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한 전체적인 화면 구도를 통해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 나간다.

정경화_필들의 산책_한지에 수묵_67×96cm_2010
정경화_필들의 산책_한지에 수묵_141×72cm_2010

용묵과 용필을 고도로 발전시켜 사용한 수묵화는 대상의 구체적인 재현보다는 정신성을 표현하기 위한 방향과 의지로 진행해 왔다. 세계와 의식을 구체적으로 담아내기보다는 오히려 구체적인 재현의 결핍을 이용하여 조형세계와의 모순을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경화 작가의 경우, 제한적인 조형적인 장치를 설정하고 용필의 장점을 의식적으로 버렸지만 이렇게 해서 비롯된 한계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얻게 되는 것은 추상적인 조형성이 더욱 적극적으로 구사되는 것이고, 용필을 농필의 경지로 전환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농필弄筆의 유희를 통해 의식과 세계를 붓 가는 대로 더 깊이 맡겨 버리고자 하는 시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한계 속에서 자유자재로 필을 구사하여 농필에 이르고자 하는 그의 태도를 이번에 소개되는 그의 연작 필들의 산책에서는 텍스트를 통해 볼 수 있는데 '필필필필필필필필필........해질 무렵 저 넓은 들판을 노니는 철새들처럼 난 오늘도 筆을 弄하고 있다'라는 내용은 잠시 드러났다가 화면에 번지는 먹처럼 스며든다.

정경화_ 필들의 산책_한지에 수묵_141×72cm_2010

정경화 작가는 자신의 몸으로 경험한 자연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작업실에 돌아와서 스케치를 하며 작업을 한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작가에게 그 당시 생생하게 느껴진 자연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그리고 있는 것들은 필이 산책하는 데로 상응하는 작가의 마음의 표현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대상은 작가의 체험에서 비롯되었지만 심상으로 재구성 된 것이다. 즉 대상과 그 이미지는 작가의 필을 따라 구체적인 대상을 지워가는 화면 구성처럼 작업을 통해 작가의 심상으로 재구성된다. ● 이번 개인전 작품 중에서 화면에 한글로 쓴 텍스트는 지난 필들의 산책 시리즈에서 보이지 않던 새로운 시도이다. 텍스트는 훈민정음, 아리랑을 비롯해 최신 유행가 가사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작가는 유행가와 시구에 대해 동시대적인 공감을 의도했다고 말하지만 그가 선택한 내용은 오히려 그가 가진 자연에 대한 희구나 작가로써 혹은 삶에 대한 의지를 담았음을 알 수 있다. 이상적인 자연과 지금의 현실이 대립하듯 경계로 나눠지지 않고 작품에서는 스미고 번져서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지는 것처럼 표현된다. ● 정경화 작가는 자신의 회회적인 모색을 위해 전통회화의 형식과 내용의 문법을 활용하고 지속적인 시도를 통해 자신의 작업세계를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동양적인 매체와 표현, 정서를 통해 자신 만의 작업세계의 방향을 지속적이고 새롭게 표현해 주기를 기대한다. ■ 임종은

Vol.20101027f | 정경화展 / JUNGKYUNGHWA / 鄭景化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