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 Smith · 색동

2010_1027 ▶︎ 2010_111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정해진 블로그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경은_김희정_이상선_이지은_이지현_이창민_정해진_조희영_함보경_함승연_황윤경

관람시간 / 10:30am~06:30pm

공아트스페이스_Gong 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8-31번지 4층 Tel. +82.2.735.9938

색동은 나를 미치게 한다"민무늬와 나란히 놓일 때 줄무늬는 일탈과 강조를 상징한다."_미셸 파스투로 색동은 적, 백, 황, 초록, 분홍, 청이 주가 되어 배열된 색깔의 하모니이다. 주로 액땜과 기복의 의미를 지니고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상생(相生)을 택하고 상극(相剋)을 피하는 배색을 이룬다. 오행(五行)에서 목(木)은 청(靑), 화(火)는 적(赤), 토(土)는 황(黃), 금(金)은 백(白), 수(水)는 흑(黑)이니 금생수, 수생목,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의 오행상생과 토극수, 수극화, 화극금, 금극목, 목금토의 오행상극을 따르자면 백 다음에 흑, 흑 다음에 청, 청 다음에 적, 적 다음에 황, 황 다음에 백의 순서로 이어지는 것이 자명하겠다. 색동에선 흑 대신에 진한 자주나 남, 보라, 또는 연두 같은 색들이 때로 추가되기도 한다. 주로 섣달 그믐날, 돌에서 6~7세까지의 어린이들이 즐겨 입는 까치저고리에 색동이 쓰이는 것을 보면 이 색줄무늬는 병마나 악한 것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겠다는 방지와 방어의 의미가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오늘날 교통 방지표시가 줄무늬로 되어 있는 것과 동일한 시각적 근원을 갖는다. 줄을 긋는다는 것은 강력한 부정과 강조의 표시를 동시에 새겨놓았음을 의미하는 행위이다.

김경은_베로니카의 손수건_비단채색_42×51cm_2010
이지현_책, 꽃, 나비_비단채색_35×35cm_2010
김희정_꽃비 오는날_소나무, 진채, 금박_150×87.5cm_2010 이상선_몽원(夢園)_비단채색_97×110cm_2010

서양에서는 고대 혹은 중세 이래로 색줄무늬는 정상적이지 않은 존재들이나 체제 밖의 존재들에게 붙이는 표식과 같은 것이었다. 줄무늬 옷이 13세기에는 매춘부, 광대, 하인, 범법자, 강제수용자에게 입히는 수치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근현대에 들어서면서 줄무늬는 진보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그것의 긍정적인 느낌, 말하자면 구 질서에 대한 도전의식의 발로라든가 생동감과 경쾌함을 동반하는 리듬 자체라는 인식, 그리고 나쁜 것들로부터의 보호막이라는 의미가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프랑스의 삼색 국기가 주는 혁명적 분위기, 아디다스의 세 줄무늬가 주는 민첩성, 시그널 치약의 빨간 색줄이 주는 칫솔질의 즐거움, 유아용 옷이나 침대보에 그려진 파스텔 톤 줄무늬는 바로 스트라이프의 긍정적인 의미를 적용한 결과물들이다.

정해진_폴스미스 Panther_비단채색_43×36cm_2010
이지은_무제_닥지채색_23×15cm×4_2010
이창민_색동-폴스미스_종이채색_53×45.5cm_2010

스트라이프 무늬의 설치로 유명한 다니엘 뷔랑(Daniel Burren)에게 공간과 사물을 '흰 띠와 색 띠로 표현하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을 때 '공간을 떼어 놓고', '드러나지 않게 무엇인가를 전해주며', '색에 입체감을 주는 것'이 그의 목표였고, 이 목표를 성취해줄 최상의 수단은 스트라이프이며, 또한 스트라이프는 서구 문화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단색으로 채워진 색면 보다는 두 가지 색 혹은 여러 색으로 리듬감 있게 반복되는 좁은 색면들의 집합이 우리의 시선을 끌기에 매혹적이다. 결국 스트라이프는 그것이 부여된 어떤 대상을 특별하게 만들고, 도드라지고, 튀게 만든다. 그리고 그 대상은 거기서 주술과 같은 힘을 얻고, 일체감을 키워 간다. 뱃사람들의 줄무늬 옷, 운동선수들의 줄무늬 유니폼, 마피아들의 '알 카포네' 식 줄무늬 양복을 연상한다면 스트라이프는 색동이 지닌 힘의 현대적인 해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디자이너 폴 스미스(Paul Smith)의 스트라이프가 기존의 정형화된 남성성을 깨며 여성성 더 나아가 아동성의 일탈과 혼돈을 가져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자극적이다. 일상에 대한 벗어남은 놀이이며 축제이다. 단조로운 무채색으로부터 화려한 유채색으로의 전환은 현실 속에서 비현실을 감지하게 하는 마법의 순간이다.

조희영_바라다..._비단채색_40×30cm_2010 함승연_冊架圖_비단채색, 콜라주_56×61cm_2010
함보경_新 일월도_삼베채색, 큐빅_24×24cm_2010
황윤경_Dan Jang_비단채색_130×65cm_2010

색동과 단청이 그 사상적 기반을 같이하고 있음을 우리는 어느 정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것들은 기법적으로 '진채(眞彩)'라고 하는 채색으로, 다시 말해 색채 그 자체로 그 의미를 내포하고 또 드러낸다. 이번 전시의 목표는 이런 색채가 지닌 어떤 정령(精靈)스러움, 혹은 애니미즘(Animism) 같은 것들이 어떤 표정으로 화면 위에 풍겨져 나오느냐 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색동이나 서양식 색동인 폴 스미스 스트라이프가 그저 장식적인 부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동양과 서양의 색띠들이 겹쳐짐으로써 생겨나는 '얼룩 같은 그 무엇'을 발견하고 싶었던 것이다. 11명의 진채작가들은 이 전통적인 재료를 가볍고 넓게 적용하면서 새로운 변용에 도전한다. 서양의 이미지와 컬러가 주는 동양적 정서(김경은, 정해진), 전통문양의 색채적 변주(이상선, 김희정), 색띠들의 초현실주의적인 내러티브(이지은, 이지현), 서양적 기법과 전통적 주제 사이(이창민, 함보경), 현대판 책가도를 비롯한 개인의 사소한 일상에 대한 담담하면서도 자극적인 시선(함승연, 조희영, 황윤경) 속에서 채색화의 새로운 퓨전(fusion)적 가능성을 모색해 본다. ■ 이건수

Vol.20101027i | Paul Smith · 색동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