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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展 / KIMDONGHEE / 金東姬 / painting   2010_1027 ▶︎ 2010_1102

김동희_자작나무 앞에_장지에 채색_130×160cm_201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더 케이_GALLERY THE K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6번지 Tel. +82.2.764.1389 www.the-kgallery.com blog.naver.com/gallery_k

드로잉 산책 ● 검은 선들이 가득하다. 비처럼 혹은 눈처럼 내리는 그 선들이 교차하고 중첩되면서 그 사이로 도시풍경이 얼핏 드러난다. 분명 일상적인 도시의 어느 한 풍경을 재현하고는 있지만 사실 그런 재현적 목적보다는 검은 필선들로 자유로운 드로잉을 하면서 그 선으로 자신의 주변 삶의 정경을 무심히 드러내는 그림, 그 풍경을 그렇게 바라보는 자기 마음을 자연스레 가시화하는 그림이다. 그러니까 우선적으로 본능적이고 순수한 그리기의 욕망을 실현하는 그림이고 성찰이랄까, 반성이랄까 혹은 여러 감정이 쌓이고 눌려져서 이룬 이른바 '센티멘탈'이랄까, 하여간 그런 것과 근사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것은 목적의식적인 그림보다는 순간의 시간과 마음을 화면으로 불러들여 집중하는 차원에 보다 기울어 있어 보인다. 작가는 주변 풍경을 보면서, 산책하면서 그로인해 부푼 자기 자신의 마음을 선으로 긁고 지워나가고 덧칠하는 그 반복된 과정을 수행하고 있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자기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하다. 어느 풍경도, 어떤 장면도 다 받아들이고 그림 안으로 기꺼이 수용한다. 그것은 계획과 의도를 밀어낸 자리에 다소 즉흥적이고 우연적으로 피어난다. 어떤 소재도, 풍경도 그림이 될 수 있고 그 모든 것이 다 그 풍경의 본래 모습이고 참 모습이다. 그리는 기법 역시 마찬가지다. 우열과 구분을 폐기한 상태에서 삶의 모든 모습을 다 온전히 수용하는 한편 그것을 가다듬거나 교묘히 꾸미는 게 아니라 그 생긴 그대로를 담담하게 소박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있다. 그것은 단지 풍경의 선택과 그리기에 머물지 않고 그 풍경 위로 투사된 자신의 내면과 겹쳐진다. 그는 자신의 모든 모습을 다 받아들인다.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의 모습을 긍정하는 수 밖에 없듯이, 세상 역시 그러하다. 그는 세상의 풍경을 편견 없이 끌어안는다. 구석과 후미진 곳, 전혀 풍경화로 그릴만하지 않는 부위들, 특별히 아름답거나 그림의 소재라고 보기 어렵다고 인식하는 그런 장소에 주목하고 근접해서 그렸다. 김동희의 그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런 부위로 몰고 간다. 그 부분을 주목시키고 생각하게 한다. 일상의 풍경을 다시 읽고 보는 일이자 그 안에서 매력적이고 흥미롭고 미처 보지 못했던 어떤 경이와 신비를 접촉시키려는 그런 그림이다.

김동희_연꽃이 있는_장지에 채색_240×190cm_2010
김동희_서서_장지에 채색_240×190cm_2010
김동희_바라보며_장지에 채색_240×190cm_2010

단순하고 힘 있는 직선과 검은 색, 단색하나로 윤곽을 그리고 그 안에 분방하고 가볍게 설채한 그림인데 한결같이 작가 자신의 삶의 주변풍경을 그렸다. 아파트와 공원, 도로와 나무, 그리고 이런저런 비근한 일상의 장면들이 여러 시점에서 겹쳐 주름을 짓고 있다. 작가에 의하면 마음에 드는 장면을 겹쳐 그린 것이란다. 앞서 언급했듯이 작가는 사소하고 비근한 것에서, 흔하고 진부한 것에서 작은 경이나 새로움을 찾고 동시에 목적의식적으로 그리거나 개념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려하기 보다는 그것 자체를 그대로 편하게 그리고자 한다. 그것은 결국 작가 자신이 그런 삶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만나 불거진 그림이다. 대부분 단일한 시점, 원근법적 구도를 지워내고 복수의 시점 내지는 한 시점 위로 시간을 달리하는 장면들이 겹쳐 떠오르는 그런 그림이다. 하나의 장면을 보는 지금의 시점에 무수히 다른 시간이 겹쳐 오르기도 하고 또 다른 풍경들이 오버랩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점과 시간, 공간은 복수적이고 겹을 이루고 중층적이다. 아울러 정교한 묘사를 동원해 재현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마치 아이들의 그림처럼 천진한 시선과 소박한 그리기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나 대담하게 그려나간 선 위로 즉흥적으로 채색한 색상들은 더없이 그런 느낌을 준다. 한 번에 그어나간 단호한 목탄선의 궤적과 화면에 밀착된 검은 색이 분채와 함께 어우러져 색다른 수묵 담채의 맛을 상쾌하게 전해주는 것이다. 사실 이 작가가 그린 풍경 그 자체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것이 작가의 의도 아닌 의도다. 이 그림은 결국 선이 전부다. 드로잉 자체로 충분한 그림이다. 사실 동양화는 선으로 이루어진 드로잉적 요소가 강한 그림이다. 이 작가는 모필을 대신해서 단단하고 자신의 신체와 마음을 실어 나르기에 적합하다고 여긴 목탄으로 그 선을 과감하게 그어나가면서 동양화의 드로잉적 요소, 표현주의적 감흥을 강화한다. 비록 화려한 채색이 얹혀지고 색상이 주는 정서가 동반되긴 하지만 나로서는 검은 필선, 목탄과 먹 선이 만들어나가는 그 자취가 그래서 흥미롭다. 여전히 그 선의 맛에서 동양화의 흔적이 감촉되는 것이다. 또한 그 선은 이 작가만의 감성과 기질, 미의식 그리고 세상에 대한 자신의 내면을 표출하는데 있어 더없이 적합한 표현수단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 박영택

김동희_바라보며_장지에 채색_240×190cm_2010
김동희_등대위에_장지에 채색_160×130cm_2010
김동희_서서_장지에 채색_90×117cm_2010

스침… ● 늘 무심코 다니던 길의 하늘, 나무, 바람, 나의 일터와 휴식의 공간 등이 문득 새로이 느껴진다. '이 자리에 이렇게 예쁘게 피던 꽃이 있었나? 이 나무 그늘이 원래 이렇게 시원했나? 내가 사는 곳 모퉁이가 이런 모양이었나?'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나와 함께였을 길을 걷는다. 나만이 간직하고 있던 소소한 추억들과 때로는 엇갈리고 흔들리던 불안함 등이 떠오르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같은 하늘, 같은 바람이라도 그 때의 마음으로 느껴진다. 지나간 시간, 지금의 시간, 앞으로의 시간 등이 공존하면서 나를 만들어 가는 듯하다. 어디부터 시작인지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다. 내 눈앞에 보이는 풍경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도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나의 기억·추억들은 흘러가고 쌓여간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에는 최대한 솔직하고 단순하게 연결하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내가 느낀 대로 그린 그림들이 서로 엉켜 한 장면들을 연출한다. 맨 아래 있는 그림까지 희미하게 때론 생생하게 나타나기도 하며……. 목탄이 종이 위로 지나가면 그림이 채워지듯 시간도 흘러가며 내 삶을 채워주는 듯하다. 이렇게 시간과 함께 가는 일상 속의 풍경에서 나는 내 삶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보게 된다.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이 아닌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나는 내 주변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느끼게 될 것인지……. ■ 김동희

Vol.20101028g | 김동희展 / KIMDONGHEE / 金東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