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테로토피아 Heterotopia

서현석展 / SEOHYUNSUK / 徐賢錫 / performance   2010_1031 ▶︎ 2010_1114

서현석_헤테로토피아 Heterotopia_2010

2010_1031_일요일_02:00pm 2010_1107_일요일_02:00pm 2010_1114_일요일_02:00pm

서울문화재단 다원예술활성화 지원작

장소특정적 참여 퍼포먼스 * 출구에 도착하면 (02)730-9616으로 전화 하세요. 통화가 이루어지는 순간, 『헤테로토피아』는 시작됩니다. 이동 전화가 없거나 번호를 잊으신 분에게도 길은 열립니다.

관람료 / 3,000원

관람시간 / 02:00pm~05:00pm / 소요시간: 30~50분 (걷는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을지로 3가역 5번 출구 Tel. +82.2.730.9616

당신은 30-50분간 망각된 '유토피아'를 향해 걷게 됩니다. 곧 사멸할 장소에 대한 기억을 만들게 됩니다. 역사는 당신을 지켜봅니다. 역사는 당신을 씁니다. 당신은 '역사'라는 무대의 관객이자 배우입니다. 당신은 『헤테로토피아』라는 연극의 주인공입니다. ■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세운상가 내부

"배가 없는 문명에서 꿈은 고갈되고 모험은 탐문으로 대체된다." (미셸 푸코) "세운상가는 서울이라는 바다에 뜬 배처럼 꾸며질 것이다." (김수근)

1966년의 종로 3가
서현석_헤테로토피아 Heterotopia_2010

망각을 향한 지도 없는 여정 ● 지도는 근대가 발명한 가장 강력한 서사 형식이다. 미셸 드 세르토의 말대로, 서사의 근원이 장소라면, 지도는 장소를 서술하는 특정한 관습이다. 중세의 지도만 하더라도 여행자의 이동을 전제로 하여 제작되었다. 전지적인 관점에서 지점들을 지시하는 대신, 여행자의 동선을 염두에 두고 '경로'를 표시하였다. 중세의 지도는 신체의 이동과 시간의 흐름을 함축하는, 일종의 여행록이었던 셈이다. 오늘날의 지도는 신체의 존재감을 일련의 기하학적 형태들로 대체한다. 길을 표시하는 선, 건물을 표시하는 형태에 여행자의 감각은 소거되어 있다.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후각적 정보들은 지도로 지시되지 않는다. 지도는 장소와 신체를 객관적인 정보로 획일화하는 근대의 담론에 동참한 셈이다. ●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부감이 곧 객관적인 과학적 지식을 확보하는 것과 동일시된 것은 항공술의 발달과 맞물린다. 부감은 여행자 스스로에 대한 외경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행자가 누리는 물질적 존재감을 망각케 한다. ● GPS라는 미국의 군사보안체제를 활용하는 오늘날의 소위 '내비게이션'이라 하는 형식은 여행자의 신체를 지도에 다시 기표화한다. 사실 그것이 감지하는 '위치'는 도구의 좌표이지, 엄격히 말하면 신체의 존재감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신체는 GPS에 감지되는 장치를 지니는 한, 거대한 상징 질서에 봉합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신체가 소외되는 것은 당연하다.

건축가 김수근이 그린 종로 3가 일대 지도

『헤테로토피아』는 지도 없는 여정이다. 내비게이션도 주어지지 않는다. 장소를 기록할 수 있는 구세대의 기술적 장치만이 제시된다. 그것도 장소의 특정성은 정보화할 수 없는 장치다. 어쩌면 지도가 없으면 평면적 도식으로 상징화되지 않는 작은 움직임들이 생경화될지 모른다. 걸음의 속도나 방식, 길에서 이루어지는 즉흥적인 선택들이나 머뭇거림 그리고 혼란, 여기에 수반되는 호기심이나 피로감과 같은 심리적 체험들은 지도를 넘어서는 '서사적' 디테일들을 구성한다. 프로이트가 '언캐니함'을 설명하기 위해서 길을 잃고 같은 장소를 두 번 오게 되는 상황을 이야기한 것에서도 체험의 도식적 평면으로부터 신체적, 심리적 복합성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읽을 수 있다.

서현석_헤테로토피아 Heterotopia_2010

지도는 언제나 현재형임을 자처한다. (불과 수년 전에 편찬된 서울 지도는 오늘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물론 완벽한 현재형이란 불가능하기에, 지도가 궁극적으로 지시하는 바는 시간적 간극이다. '지금'이라는 지시 명사처럼 말이다. 현재형은 시간의 딜레마를 은폐하는 가장일 뿐이다. 이러한 가장은 곧 역사를 망각함에 공모한다. 지도에 익숙해짐은 어쩌면 곧 역사를 소거하는 거대한 장치에 동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헤테로토피아』는 망각된 과거를 복원하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역사로부터 소외된 신체를 다시 장소에 개입시킨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이상이 되려나. 『헤테로토피아』는 단순한 걷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걷는 것은 곧 쓰는 것이다. 걷기는 역사적 지식을 체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다. 걷기는 구획화되고 정보화된 '장소'의 평면성을 공간으로 입체화하는 과정이다. 걷기는 서사의 시작이자 디테일이다. 그러한 면에서 걷는 행위는 제식적이다. 드 세르토의 말대로, 걷기는 장소를 재해석하고 재편성하고 전환한다. 『헤테로토피아』는 욕망과 소멸, 이상과 망각에 대한 서사이다. 이제 곧 사멸해 버릴 장소의 역사를 '쓰는' 혼자만의 제식이다. 그 매개는 걷기이다. ■ 서현석

연출 : 서현석 조연출 : 하상철_모현신 드라마투르그 : 김지선 디자인 : 고대건 기술감독 : 조영직 조명감독 : 황종량 음향자문 : 류한길 기술자문 : 김지명 의상 : 김연 홍보 : 이청아_이나영 진행 : 박솔미 장소제공 : 박옥분_조용자_가네샤_최연규_송인권 출연 : 김소영_최문경_유수진_김영진_백연화_태준_김민관         이나영_고대건_이연숙_민국현_김지현 송흥규_서웅석 외

강연 『망각의 장소들』_2010_1117_수요일_04:00pm 강연자: 서현석 / 장소: 아트선재센터 아트홀

Vol.20101031b | 서현석展 / SEOHYUNSUK / 徐賢錫 / perform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