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네이처 Super-nature

한석현展 / HANSEOKHYUN / 韓碩鉉 / installation   2010_1109 ▶︎ 2010_1128 / 월요일 휴관

한석현_수퍼-네츄럴 Super-natural_가변설치_가변크기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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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1113_토요일_04:00pm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월요일 휴관

논밭예술학교_논밭갤러리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118번지 예술마을 헤이리 Tel. 070.7734.7237 www.farmingisart.com

정물의 파라다이스언젠가 이미지 그 자체와 그것이 달고 있는 이름이 함께, 길다란 계열선을 따라 무한히 이동하는 상사에 의해, 탈-동일화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캠벨, 캠벨, 캠벨, 캠벨. (미셀 푸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89쪽, 민음사, 1995)

가치의 물화 ● 무엇보다 한석현의 작업은 인공화 된 자연의 개념을 재현한다. 전시 제목 『수퍼-네이처 Super-nature』의 수퍼는 '수퍼마켓'으로부터 촉발된 것이다. 그러나 접두사 수퍼는 다양한 의미로 확장될 수 있다. 작위적 또는 가벼움을 뜻하는 superficial, 미신이란 의미의 superstition에 이르기까지 수퍼는 "–을 넘은" 의미로 사용된다. 그리고 "natrure"의 라틴어 어원 "natura"는 '탄생' 또는 미술에서는 '나체'라는 의미로 그리스 고전미술의 덕목인 미메시스가 바랐던 이데아의 초자연적 세계관을 지시한다. 영어에서 정물이 Still life인데 반해 불어로는'Nature morte', 즉 '죽은 자연'이란 의미다. 정물화란 자연이 가진 생명을 모방하는 것은 이미지로 고정하는 것이며 그 결과물은 살아있음을 동경하는 죽음, 또는 생의 유한함에 대한 연민일 것이다. 고전주의의 회화란 인공이 자연을 뛰어넘는, 실재보다 더 실재에 가까운 자연의 시뮬라크르였다는 점은 곧 고대인이 인식했던 세계관을 반증한다. 이처럼 18세기 후반까지 서구미술은 자연의 모방이란 전통을 유지해왔다. 자연을 이미지로 옮기는 정물, 또는 정물의 개념은 화가가 성취해야 할 기술적 덕목을 의미하며, 이런 태도는 한국미술교육의 틀의 원형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화가가 아무 대상이나 모방하지는 않았다. 화가에게 주어진 의무는 가장 아름다운 자연, 의미 있는 대상만을 모방해야만 했다. 미술비평가 줄리안 벨은 화가의 덕목 가운데 모방개념을 보충하는 '상상'(imagination)이나 '이데아'(idea)의 개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데아'는 천상과 연관되는 말이다. 플라톤에게 '이데아'란 인간의 마음보다는 신의 마음에 사물이 어떻게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였다."(줄리안 벨, 회화란 무엇인가, 36쪽, 한길아트, 2002) 즉 고전주의가 원하는 모방의 사상 속엔 '이데아'를 좇는 인간본성의 욕망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석현_수퍼-네츄럴 Super-natural-01디지털 C 프린트_40×60cm_2009 한석현_수퍼-네츄럴 Super-natural-02디지털 C 프린트_40×60cm_2009
한석현_Holy FRESH!-trinity_폴리프로필렌에 아크릴채색, 형광등, 플라스틱 화분, 플라스틱 액자_220×200×120cm_2009 한석현_Iron FRESH-01,02,03_알루미늄 단조, 벽면설치_155×122cm_2010

르네상스 이후, 유럽의 미술교육은 자연 그 자체보다는 모방의 전형이 되었던 거장의 작품을 모방했다고 한다. 복제의 복제인 것이다. 모방의 개념은 실재와 가상을 분리하고 시간을 고정하려는 기념비적 이념을 추구했다. 하지만 18세기 말에 이르러 화가의 창의적 시점이 개입되면서부터 자연의 적합한 재현이 기술적인 세밀묘사에 그치지 않고 시대성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대정신은 예술의 주요한 가치로 등장했다. 고전주의 사상은 쇠락하고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사상은 20세기 이후 전지구적 삶의 기초가 되었다. 20세기 미술은 고전적 환영주의를 벗어나 자본주의에 의해 펼쳐진 물신주의를 미술의 문맥으로 개입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할 포스터는 『실재의 귀환』에서 정신분석학과 자본주의의 개념이 접목된 70년대 미국미술을 '외상적 리얼리즘'의 시대로 정의 내린다. 전후 미술이 갖는 특성들, 기계와 상품이란 현대의 신화가 펼친 인공적 세계를 일종의 '징후'로 번역한 "외상적 리얼리즘"은 허구와 실재 사이의 위상이 허물어졌음을 주목한다. 이제 실재는 허구화 된 이미지로 재현되고 어쩌면 실재의 부재에 대한 상실감이야말로 집단화된 현대의 외상일지도 모른다. 실재는 존재하지 않고 수많은 파생 실재가 우리 삶을 채운다는 보드리야르 식의 디스토피아 개념이 현대미술에 의해 극명하게 재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상품에서 파생된 기표는 실재를 반영하는 이미지의 허울이 되고, 상품은 더 이상 물질이 아닌 시각적 가치에 의해 시대를 이끌어가는 이미지의 원형이 되었다. 이런 동시대 미술의 기호학적 속성은 이제 전지구적 현상이 되었다. 하지만 한석현은 서구적 경향에서 기인한 상품주의 미술과는 달리 한국의 동시대성을 상품의 가치를 '신선함'이란 추상적 가치에서 발견한다. 다른 관점으로 보면 고전적 의미의 정물화의 개념과 현대소비주의의 특성이 만나는 경계면을 주목하는 점은 그만의 독특한 시선이다. 특히 신선함이 생명인 '상추'라는 대상을 물신화하면서 온도조절시스템에 의해 (한시적으로) 보존되는 수퍼마켓의 신선채소를 동시대의 징후로 바라본다. 그가 제시하는 '상추'는 소비사회가 추구하는 이상을 대변한다. 그것은 신선함에 부여된 가치인데, 이는 저장기술의 발전에 의존하여 유지되는 인위적으로 신선함이란 한시적 시간성을 보다 길게 연장시킨다. 그래서 수퍼마켓에 냉장 진열대는 일종의 통제에 의한 자연의 사원이 된다. 그리고 이 사원은 쇼핑에 의해 작동하고 현대인은 쇼핑에 의해 정체성을 과시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런 현대의 소비성을 존재를 위한 절대적 가치로 해석한다. 그에 따르면, "모든 소비자 사회의 구성원들이 달리고 있는 이 특별한 경주의 원형은 쇼핑행위다"(지그문트 바우만, 액체근대, 118쪽, 도서출판 강, 2009) 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쇼핑은 상점에만 국한되지 않고 길거리, 학교, 회사, 휴양지까지 연장된다. 현대인의 쇼핑은 상품에만 머물지 않고 모든 개인적, 사회적 가치를 포함한다.

한석현_Must Be Fresh!!!-fat and well_비닐에 유성마카_116×78cm_2009 한석현_Must Be Fresh!!!-aura_비닐에 유성마카_116×78cm_2009 한석현_Must Be Fresh!!!-fresh beams_비닐에 유성마카_116×78cm_2009
한석현_Splash_아크릴물감, 일회용접시, 나무, 모터, 자석, 오르골_100×60×52cm_2009

이번 전시 『수퍼-네이처』는 특이하게 오솔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두 개의 갤러리 (논 갤러리-밭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논 갤러리에서는 2009년 시카고에서 열렸던 개인전의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2007년부터 꾸준히 탐구하던 신선함의 가치라는 관념을 물질화 시키는 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서 한석현은 플라스틱, 비닐, 아크릴 물감, 알루미늄에서 우레탄에 이르는 다양한 질료를 이용해 신선한 상추의 이미지를 재현한다. 삼면화를 차용한 「Holy FRESH!- trinity」(2009)는 사원의 신전에 봉양된 상추화분은 원형의 형광등으로 장식된 빛으로 르네상스적 종교화를 희화화하고 화려한 금빛 액자로 만들어진 제단과 장식틀은 교회의 권위를 키치적으로 교란시킨다. 신선함을 신성함으로 둔갑시킨 것은 뒤샹적인 위트가 느껴진다. 「Splash」(2009)는 자동장치의 원형인 오르골 구조를 이용해 만든 구조물로 신선함의 가치를 유지시키는 기계장치의 은유로 볼 수 있다. 이 구조물 맨 위에 놓인 일회용 접시 위에는 아크릴 물감으로 만든 상추 한 장이 자기장의 힘에 의해 마치 살아있는 식물처럼 꿈틀대고 있다. 갤러리와 분리된 작은 방에는 우레탄을 이용해 만든 녹색의 금괴(999.9 FINE FRESH, 2009)가 쌓여있다. 신선함의 가치는 정제되고 압축되어 기하학적 형태와 부피, 그리고 무엇보다 무게를 가진 존재가 되었다. 이 시대의 가치는 자본밖에는 없는 것일까? 그가 물질화 한 녹색 금괴는 이제 더 이상 자연을 대신하는 색채가 아니다. 녹색은 '정치화된 색', '색의 정치학'의 첨병인 셈이다.

한석현_999.9 FINE FRESH_우레탄 젤_2009
한석현_Must Be Fresh!-쌍떡잎 cotyledon_폴리프로필렌에 아크릴채색_85×70cm_2009

그린 페티시 ● 녹색혁명은 세계 어디에서나 등장하는 현대사회의 특징이다. 이제 환경은 정치 경제 문화만큼 중요한 가치이며 현대의 녹색은 위생, 안전, 자연주의, 친환경 등 다양한 의미로 확대되었다. 트랜드는 패션에만 머물지 않는다. 즉 개념적, 이념적 가치와 같은 비물질적 사상까지도 수퍼자본주의는 물신화한다. 그 중에서도 녹색은 가장 '핫'한 '잇 컬러'가 된다. 밭 갤러리의 설치작업 「수퍼-네츄럴 Super-natural」(2010)은 중국의 조경 문화의 원리를 차용하고 있다. 중국의 정원은 시와 회화를 실제 자연에 적용한 것이라고 한다. 특히 가산(假山)의 원리는 분재를 하듯 산수화를 실제에 옮기는 것, 다시 말해 인공적으로 자연을 모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구의 이데아 사상과 유사하게 중국 조경은 도교사상이 녹아 있는 신선(神仙)의 땅을 재현한다. 다시금 자연의 모방은 이상을 향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중국을 비롯한 동양사상은 형상학적 태도로 발전했다. 여기에서의 형태 즉 꼴은 운명이자 삶의 덕목을 지시한다. 아름다운 산의 진경을 인공적으로 모방한 인공 정원의 가산은 드높은 이상향, 즉 가치의 소유에 관한 문화적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다. 이는 오늘날의 녹색혁명과 같이 현대문화에서 나타나는 지나친 그린 페티시 또한 이상과 가치를 반영하는 욕망의 또 다른 얼굴일지도 모른다. 녹색은 영원한 신선함의 의미가 되었고 이는 건강한 삶의 의미에서 궁극적으론 올바른 삶의 가치로 확대될 수 있다. 오늘날 페티시는 인간본성의 불가해한 성적 욕망을 통한 권력구조의 비유에 머물지 않고 발전과 자기계발 더 나아가 삶의 형태를 통한 정체성 구축으로까지 연장되기 때문이다. 한석현은 소비의 일상에 퍼져있는 녹색을 수집한다. 녹색은 어디에나 존재했지만, 녹색 상품이 언제나 친환경적 재료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소주병, 주방세제, 인조잔디, 병따개, 플라스틱 화분, 파리채에서 플라스틱 빗자루에 이르는 이질적인 녹색상품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진열장을 메우고 있는 현실이 알려주듯, 현대의 녹색은 건강과 위생을 대표하는 표준색이 되었다. (초등학교 주변에 Green food zone-어린이식품안전지대-를 생각해보자.) 소비심리와 색채심리의 관계를 떠나 색채의 정치학은 이처럼 현대도시의 풍경을 변화시키고 있지 않은가. 온갖 녹색 상품으로 '조경'한 플라스틱 가산(假山)은 명나라 시대의 이상이 담긴 모형 산, 즉 복제된 자연을 다시 복제한 상사(similitude) 이미지다. 비로소 상추는 대상의 모방에 그치지 않고 상추-녹색-신선함-이상이란 계열로 이동하면서 상추를 벗어나 그의 본질적 질문인 (사회를 구성하고 인도하는) "가치란 무엇인가?"로 되돌아간다. 녹색의 정치학은 비단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지만, 한국인의 땅에 대한 지나친 집착 (귀농 현상과 같이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이상을 찾으려는 시도, 도교적 가치관을 비롯해 땅에 대한 지나친 자본적 가치)마저 어쩌면 그린 페티시의 배후가 된 것은 아닌지 나 스스로 되묻게 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리즘이란 가치에 빠진 문화예술계의 흐름이 점점 표준화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작가 한석현이 세계주의 미술이 제시하는 보편성에서 벗어나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소비행태를 통해 지역과 세계 사이를 횡단하는 동시대의 가치를 질문하는 젊은 미술을 열어주길 기대한다. ■ 정현

Vol.20101117f | 한석현展 / HANSEOKHYUN / 韓碩鉉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