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Make a Lace

이경훈展 / LEEKYOUNGHOON / 李京勳 / painting   2010_1207 ▶︎ 2011_0131 / 월,공휴일 휴관

이경훈_Deco Life_장지에 유채_165×165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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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관_금호미술관 주최_Kring

관람시간 / 화~토_10:00am~07:00pm / 일_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복합문화공간 크링 CREATIVE CULTURE SPACE KRING 서울 강남구 대치동 968-3번지 Tel. +82.2.557.8898 www.kring.co.kr

이경훈의 드로잉 선들Let's Make a Lace 이경훈은 이번 개인전에서 장지 위에 오일이 마르기 전까지의 제한된 시간 동안 온몸의 감각을 샤프펜의 얇은 흑연 필심에 집중하며 순간의 감흥과 인상들에 따라서 자유롭게 화면 전체를 균질적으로 운행하는 드로잉을 선보인다. 한 가닥 실을 코바늘로 엮어서 단을 세우고, 세운 단으로 면을 짜낸 레이스 문양들처럼 하나의 형상은 둘러싸인 형상들과의 관계 속에서 유동적이고 가변적이며 불확정적인 형상이다. 따라서 그 자체로는 불완전한 형상이다. 이러한 조형과 구성방식은 인간적인 의미체계 안에 갇혀있던 형상과 배경, 주인공과 주변인이라는 위계적 경계를 허물며, 다원적이고 열린 관계 속에서 형상들이 수평적으로 무한히 펼쳐 나아가게 한다. 동시에 마치 고대의 서기인(書記人)이 석고판에 철심으로 크고 작은 역사를 영원한 순간으로 우직하게 기록하듯이, 2010년 8월17일부터 15시간 등으로 주어진 한계상황과 줄다리기한 시간을 'P2181715'과 같은 일련번호로서 명명하며, 한 캔버스에서 또 다른 캔버스로 예술가로서 살아있는 시간들을 이어 나아가고 있다.

이경훈_Good day_장지에 유채_165×165cm_2010
이경훈_P2182510_장지에 유채_20×30cm_2010

이경훈은 초기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를 한지에 프린팅 한 위에 드로잉하면서부터 서로 다른 층에 놓인 형상들 간의 예상치 못한 만남과 그러한 관계 속에 연상되는 제3의 우연한 형상들을 다시 잡아내는 드로잉 선의 흐름을 즐겨왔다. 시공간의 선후상하관계와 형상들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러한 조형방식은 이질적인 층위들이 결합된 화면임에도 불구하고 공간감과 깊이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평면적이고 장식성이 강한 화면을 구성하며, 밤에 관한 이경훈의 예술적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 이경훈의 드로잉 선들이 잡아낸 형상들은 2007년 첫 개인전 Fly From the Shadow(한전프라자갤러리 기획초대)부터 Alcohol & Enjoy Life(2008, JSArt Gallery), Portrait of Night(2008, GreemZip), Color of night(2009, Gallery IS), Magical Night(2009, Gallery Wa) 등 개인전 타이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모든 다채로운 에너지를 품은 향연의 공간, 영혼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간인 밤에 관한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하였다. '조명등과 불빛 아래 형상들'vs.'술병 안에 핀 꽃', '술잔 안에 (비친) 새와 인간, 비정형의 형상'vs.'새장에 갇힌 새와 인간' '색채의 리듬과 비정형'vs.'색과 패턴에 갇힌 형상' 과 같이 역전된 형상이 펼치는 시각적 유희는 보는 이의 멜랑꼴리한 감수성을 자극해왔다. 어둠을 몰아낸 대가로, 꿈꿀 자유와 권리, 그리고 나와 네가 함께 어우러진 우리의 이상향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마저 사라져버린 채, 인공태양 아래 밤낮없이 이어지는 기계적인 노동과 현실적인 욕망으로 가득찬 대도시의 밤풍경이 전하는 멜랑꼴리는 우리에게 어둠과 두려움, 그 안에 다채로운 색의 꿈들이 공존하는 원초적인 자연의 밤을 상기시켰다. 그런데 최근 들어 조금의 빈틈도 남겨둠 없이 채워내려는 작가 이경훈의 편집증적 욕망은 전체 화면 여기저기에서 크고 작은 관계형상들이 과도하게 표피적인 현란함과 소란스러움 가득한 장면들을 연출하기도 하고, 수직, 수평, 물결무늬로 구획된 안에서 형상들을 질서지우려는 의도와 함께 갇혀버리는 해결책없는 미궁의 상황을 고스란히 전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자유롭게 꿈꿀 권리를 되찾는 시간, 인간 본연으로의 회귀공간, 자연의 밤을 일깨워우려고 바지런히 상상하고 그리고 색칠할수록 멜랑꼴리한 감정은 배가되고, 배가된 감정을 누구보다도 먼저 작가 자신이 마주하게 되는 역설을 경험하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가장 근래에 선보였던 700호 크기의 「밤을 깨우는 닭, Wake-Up!」이 그가 처했던 바로 이러한 상황이 아니었을까? 색 진동의 무질서한 흥청거림과 그 속에서 경쟁적으로 드러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여러 형상들, 그 가운데서 커다랗게 자리한 밤을 깨우는 닭은 결국 그리드로 구획된 우리 안에 갇혀버렸다. 그리고 밤에도 이어지는 소음들 속에서 공허하게 묻혀버린 밤을 깨우는 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그 존재마저 사라져가는 듯 하다.

이경훈_P2181715_장지에 유채_75×60cm_2010

이번 개인전에서 이경훈은 자신의 작업 출발점인 드로잉을 통해 대도시의 밤풍경이 초래한 모순된 상황을 해결해내려는 의지와 극복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그가 동양화에서 보기 드물게 강렬한 색면 구성과 자유로운 드로잉으로 시원한 스케일감과 경쾌한 리듬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펼쳐낸 우연적 형상들의 반전만큼이나 예상치 못한 급격한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무수히 많은 관계와 만남 사이에 자신을 위치시킨다. 바로 그 지점에서 관계적 만남들이 전하는 즉각적인 인상을 배제시키고, 자신의 감수성을 통해 필터링하면서 제3의 새로운 형상 세계를 차분히 풀어내는 드로잉을 시도하고 있다. ● 작가 이경훈은 관계들 사이를 자유롭게 노닐며, 새로운 관계들을 시작하도록 개체와 개체 간의 경계를 열어주고, 연결시켜가며, 다시 더 큰 하나로 이끄는 행위로서 '드로잉'이라는 용어의 작동적이고 작용적인 의미를 살려낸다. 그리고 자신이 전하고자 했던 '자연의 밤'의 메시지와 '드로잉'을 유사성으로 결합시킨다. 이경훈의 드로잉에서 시작과 끝, 완성과 미완성, 드러나는 형상의 의미 등은 그의 몫이 아니다. 이러한 경계들에 대한 정의와 판단을 유보한 채, 그는 단지 장지에 오일물감을 바르고, 물감이 마르기 전까지 샤프와 목탄으로 수직으로 세워진 화면을 마주하며 드로잉하는 몰입과 긴장감을 즐길 뿐이다. 유연하게 곡선을 그리고, 곡선의 한쪽을 노끈이나 빗살, 격자 등 패턴무늬로 한가득 채워넣으면 마치 원래 하나였던 듯 테두리와 패턴이 결속된 문양의 면을 드러낸다. 그때마다의 느낌을 담은 다양한 문양의 리듬감으로 채워넣으면서 형상을 구성하고 바탕과 하나로 결속하기를 반복한다. ● 이러한 메카니즘은 의도하지 않았던 형상들이 드러나기도 하고, 또 다른 공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각양각색 내 편과 네 편이 어우러져 우리로 꼴을 단단하게 이루어주는 줄다리기 선처럼 다양한 리듬의 장식적인 선들로 개체와 개체를 둘러싼 세계들을 구분하는 동시에 이어주며,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교감하는 형상들을 이어간다. 게다가 샤프펜의 흑연필심을 이용함으로써 한 캔버스 안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일정한 굵기와 힘의 긴장을 유지하며 화면 전체에 균질하게 배분한 힘의 흔적들이 바탕에 고스란히 밀착되어 형상과 배경 구분없이 드로잉한 시간이라는 하나의 선이자 면이자 덩어리가 된다. 그리고 또 다시 캔버스에서 캔버스로 이어지면서 서로 다른 시간들은 수평적으로 연결되어 무한히 확장하는 자연과 닮은 이경훈의 작가적 시공간을 구성해간다.

이경훈_P218232_장지에 유채_75×135cm_2010

각양각색의 문양으로 짜여진 레이스같은 화면 앞에서 어떤 이는 보편성을 보고, 어떤 이는 개성을 볼 것이다. 중심이 없는, 아니 너무 많은 중심을 지닌 형상과 형상이 뒤얽힌 화면 앞에서 일견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무한한 형상의 가능성과 자유를 느끼기도 할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사라져버린 이경훈의 색을 추억하며 그리워할 것이다. ● 그런데 참으로 무심하게도 이경훈은 단지 자신의 드로잉에 몰두하며, 행위하고 있음에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 안에서 한계에 맞서 겨루는 매순간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내는 진지한 과정을 이어갈 뿐이다. 그럼에도 그의 무심함이 믿음직스럽게 여겨지는 이유는 모든 영혼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간, 다채로운 에너지를 품은 공간인 원초적인 자연밤, 바로 그 밤의 심연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세계의 여러 상이한 규칙과 질서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오히려 그 차이로부터 다양한 가능성들을 살려내는 자유와 공존의 새로운 조화를 이끌어내는 예술적 시도라는 확신 때문이다. ● 이경훈의 드로잉 선을 따라가다가 본다. 문득 알록달록 우리 모두의 꿈으로 더욱 깊어질 밤의 향연을 기대해 본다. 그러고는 이내 "아차!"하는 생각에 그의 무심함을 따라가 본다. ■ 조성지

Vol.20101206j | 이경훈展 / LEEKYOUNGHOON / 李京勳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