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 Together

이상길展 / LEESANGGILL / 李祥吉 / sculpture   2010_1208 ▶︎ 2010_1214

이상길_Together-2010_스테인레스_52×140×49cm, 24×20×18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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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1208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주말,공휴일_11:00am~06:00pm

바움아트갤러리_BAUMART GALLERY 서울 종로구 원서동 228번지 볼재빌딩 1층 Tel. +82.2.742.0480 www.baumartgallery.co.kr

이상길의 "고요, Together"인고의 시간, 영원한 사랑 내가 30년 동안 보아온 이상길은 인간관계에서 꾸밈이나 기교가 없이 맑고 투명한 사람이다. 때로는 밋밋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아침에 잘 우려낸 커피향기처럼 은은한 맛으로 사람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 경계심을 품는 경우가 거의 없고, 그의 앞에서는 편하게 속에 있는 말을 곧잘 꺼내게 된다. 그런 그가 이번에 '조약돌'을 소재로 한 전시회를 한다며 내게 카탈로그에 들어갈 글을 부탁한다. 미술의 문외한에게 글을 부탁하는 속내가 못내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다만 반쯤 우스갯말로 "큰 모험을 하는군!" 하고만 말았다. 하지만 그의 전시회 작품을 보고 비전문가의 평범성이 그의 작품세계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길_Together-2010_스테인레스_18×25×15cm_2010
이상길_Together-2010_스테인레스_35×46×26cm_2010

양주시 장흥면에 소재한 그의 작업실 앞에는 몇 해 전까지 수영장으로 사용되다가 양주시에서 조각가들을 위한 장흥조각아틀리에를 조성하면서 리모델링한 작은 연못이 있다. 그의 이번 작품은 그 연못 속에 묻혀있는 조약돌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이란다. 각각의 형태들이 마치 우리들의 모습을 닮은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서 그가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과 어딘지 많이 닮아 보인다고 느꼈다. 그리고 '숨을 쉬고 있는 상자', 'Contact'라는 그의 이전 작품으로 연상 작용이 이어져 나갔다.

이상길_Together-2010_오석, 화강석_가변설치_2010

오래 전부터 그가 기하학적인 사각 형태를 기본으로 삼아 연작들을 발표해왔음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는 스테인레스 스틸로 된 사각의 공간 속에 유리나 가는 금속선, 꽃잎 등을 첨가시킴으로써 유한과 무한의 세계가 교차하는 미묘한 느낌들을 관람자들에게 제공해 주었다. 그런데 그의 이번 작품은 현실세계의 '구조' 속에 놓여 있는 작은 생명체들 하나하나의 삶이 지닌 영원성이라는 문제에 더 가깝게 다가갔다. 나는 그것이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공간의 제약을 초월하여 더 한층 본질적인 것에 맞닿고 싶어 하는 작가의 의지와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았다. 조약돌은 작고 동글동글한 돌이다. 보잘 것 없고 연약한 존재이다. 하지만 그것은 천 년 만 년 부딪치고 닳으면서 마침내 공존을 이루어내고 고요하게 영원을 응시하는 위대한 존재이다. 나는 작가에게 그 영원성이라는 것이 다름 아닌 '사랑'일 것이라고 믿는다. 조약돌처럼 오랜 갈등과 앙금의 세월을 참고 견디며 서로를 향해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는,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며 그래서 묵은 상처가 더욱 애틋하고 아름다운 그런 사랑 말이다.

이상길_풍경-월미도_장흥조각아뜰리에_2010

그가 두드리고 연마한 조약돌들은 원래 조약돌이 되기까지의 오랜 자연사의 무게만큼이나 매우 절제된 형태를 표현하고 있어 당당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거기에다가 스테인레스 스틸의 투명하고 맑은 곡면 위에 비치는 세상 만물의 형상들은 빛의 강도와 색조, 반사 각도에 따라 다양하고 무쌍한 양적 변화들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서 「Together-2010」 작품은 큰 조약돌과 작은 조약돌이 나란히 놓인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둘은 어울림을 통해 공간을 평화롭고 풍요롭게 만든다. 그리고 함께 서로의 모습을 비추면서 상대방의 삶을 나의 삶 속에 거두어 주고 나의 삶을 상대방의 삶 속에 투영시키는 존재 간의 동등한 연결과 사랑을 추구한다. 그것은 서로의 모습을 비추면서 신기해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재미있는 놀이가 되기도 하고, 기계처럼 작동하는 현실세계의 폐쇄된 구조들이 부드럽게 부서지는 따뜻한 성찰의 이야기로 태어나기도 한다. ● 그는 쉽게 스칠 수도 있는 것들과의 소통과 성찰을 통해 인간들 사이의 길고 질긴 연기(緣起)의 의미에 다가가고자 한다. 나는 그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세계가 평소 지닌 삶에 대한 태도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에 작품의 호소력 또한 더욱 강렬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 고원

Vol.20101210e | 이상길展 / LEESANGGILL / 李祥吉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