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河

이경례展 / LEEKYUNGRYE / 李京禮 / painting   2010_1210 ▶︎ 2010_1216

이경례_법정스님_비단에 수묵채색_48×39cm_2010

초대일시_2010_1210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09:00am~06:00pm

전북예술회관 전북 완산군 경원동 1가 104-5번지 2층 5전시실 Tel. +82.63.284.4445

이경례의 '그리움과 인생의 형상화'로서 인물초상 ● 작가 이경례가 이번 전시에서 주로 선보이는 작품들은 인물초상화이다. 작가가 그동안 일관되게 보여주었던 산수풍경이나 문인화 등과 비교해보면 또 다른 변화의 모습이다. 새롭다. 하지만 인물초상화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지난 2009년 교동아트센터에서 가졌었던 제4회 개인전에서도 이미 나타난 바 있다. 그리고 필자는 이런 변화가 작가가 그동안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온 일련의 자기수련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인물화는 인류의 회화역사에 있어서 어떤 주제보다도 더 매력적이었고 그래서 화가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그중에서도 특정한 인물의 얼굴이나 모습을 그리는 초상화는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존경과 권위의 상징으로서, 때로는 자기성찰을 위한 방법으로 많이 그려져 왔다. 특히, 동양에서의 초상화는 유교적인 이념 아래 선현(先賢)들의 덕과 공을 기리는 제향(祭享)의 기능으로서 주술적인 의미와 충효사상을 배경으로 한 존경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으며, 당시의 정치적인 목적뿐만이 아니라 종교적인 혹은 도덕적인 교화를 위해 제작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동양에서의 초상화는 단순히 대상인물의 외형적인 모습만을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인물의 품성과 정신까지도 옮겨 그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경례의 인물초상(人物肖像) 역시 동양의 이런 전통적인 가치관과 조형체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인물초상은 지극히 객관적이면서도 또 지극히 주관적이다. 왜냐하면 인물의 사실적인 외형은 객관성을 띄고 있지만 그 인물 속에 내재되어 있는 정신성은 지극히 주관적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경례_김수환 추기경님_비단에 수묵채색_46×34cm_2010
이경례_心象_순지에 수묵채색_130.3×97cm_2010

마치 우리의 옛 선비들처럼 맑고 깊은 정신과 기품을 지니고 있는 초상, 고도의 정신성과 맑은 정신의 소유자로서 표현되고 있는 이경례의 초상화는 조선시대의 그것과도 상당부분 닮아있다. 조선의 초상화는 완성된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리는 과정 자체가 더욱 중요시 되었다. 왜냐하면 '전신(傳神)'사상에 따라 실물과 닮았더라도 그 인물의 품성과 정신을 담아내지 못하면 낮게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의 초상화가 초본부터 정본까지 7단계를 거쳐 완성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초본은 '완성' 부터 어려웠다. 화가는 기름종이(油紙)에 유탄(柳炭 : 버드나무를 태운 숯)으로 윤곽을 그리고 이 위에 먹선을 그렸다. 이렇게 그린 초본은 완성본 못지않게 얼굴묘사가 비교적 자세했다. 흥미로운 것은 초본에도 종이 뒤에서 칠하는 배채(背彩)기법을 사용해 색칠했다는 점이다. 정본에 채색할 때의 효과를 미리 확인한 것이다. 특히 얼굴색을 중시했다. 초본이 품평에서 합격해야 정본을 그릴 수 있었고, 품평이 어찌나 엄격했던지 초상화에 뛰어났던 화가 변상벽도 1763년 학자 김원행의 초상화 초본을 7번이나 고쳐 그리다 포기했다고 한다. 초본이 합격해야 비로소 비단에 옮겨 정본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조선시대에는 머리카락이나 털끝 하나라도 다르게 그리지 않을 정도로 극사실적인 표현과 대상의 인품과 학식까지 담아내는 전신사조(傳神寫照)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는데, 천연두 자국까지 표현했던 조선시대 이선부의 초상화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경례_신나는 미술시간_순지에 수묵담채_150×182cm_2010

이처럼 한국화에서 인물초상이 가지고 있었던 공통된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정신성'의 강조이다. 마찬가지로 정신성은 그려진 인물의 정신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그려낸 작가의 품격이나 인격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작가 이경례의 인물초상 역시 기본적으로는 한국화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조형체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각각 인물들의 품성과 정신세계가 잘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조선시대의 초상화처럼 극사실적으로 그려진 이경례의 작품은 정신성뿐만이 아니라 다른 의미 역시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형적인 기법으로는 사진처럼 정교해 보이는 이경례의 인물초상들은 얼핏 인물사진을 연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일반적인 인물사진과는 느낌과 그 의미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물사진이 가지고 있는 '존재 증명으로서의 초상' 이 아닌 바로 작가만의 인간미와 의미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사진에는 회화와는 달리 항상 직시적인 지시대상이 존재하는데, 사진은 이 대상으로부터의 빛의 발산이며, '한때 존재했었다는 존재에 대한 인증'과 다름 아니다. 따라서 사진 속의 주인공이 죽었든지 아니든지 모든 사진은 결국 종말과 파국을 의미하게 되며, 사진사는 죽음의 대행자이자 '한때 존재했었음'의 마지막 증인이 된다. 결국 사진은 시간에 대한 순수한 재현이며 정신성보다는 단지 '한때 존재했던 것'에 대한 남아있는 자들의 가슴 저미는 초혼(招魂)의식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경례의 인물초상에는 이런 사진과는 달리 자신의 개성과 체험이 반영된 색채, 형태, 선, 먹의 농담 등에 의한 자기만의 초상화를 그리고자 노력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대상의 내적 정신세계에 초점을 맞추어 가시적인 색채에 변화를 주면서 인물의 외적인 유사성보다는 인물의 내면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정신성과 함께 그 인물의 인간미마저 표현해내고 있다. 따라서 이경례의 인물초상에는 작가만의 기억과 흔적들, 함께했던 소중한 경험과 추억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런 까닭에 엄숙해 보이는 인물들의 표정 저 깊은 곳으로부터 잔잔한 인간미가 흐르고 있다.

이경례_이현학 像_순지에 수묵채색_138×76cm_2009

이경례의 인물초상의 특징은 한마디로 '그리움과 인생의 형상화(形象化)로서의 초상화'로 요약할 수 있겠다. 작가는 초상화를 통해 그 인물의 정신적인 혼(魂)과 더불어 함께했던 소중한 기억들과 인연의 의미, 그리고 그 인물에 대한 그리움과 인간적인 따스함마저 담아내고 있다. 그의 인물초상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작가 주변의 지인(知人)들 모습이나 우리들에게 친숙한 사람들, 예를 들어 김수환 추기경이나 법정스님 같은 분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제자들의 모습 역시 담겨져 있다. 지극히 인간적이다. 이런 이경례의 인물초상은 인간적이면서 도덕적이고 동시에 종교적인 분위기마저 자아내고 있다. 여기에 여성 특유의 잔잔하고 부드러운 붓질과 색감, 먹의 농담 등은 그런 특징과 분위기를 잘 보조하고 있다. 점점 더 부드러워지고 유연해진 필체는 작가의 연륜과 내공의 깊이마저 느껴진다. 사진이 대상의 흔적이라면, 기억은 경험의 흔적이고 작가 이경례는 이런 경험과 기억들을 그만의 방법으로 인물초상이라는 흔적으로 새겨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경례_송재복 像_순지에 수묵채색_123×82cm_2010

몇 달 전, 작업실에서 만났던 작가의 모습은 매우 열정적이었다. 작품을 제작하면서, 또 전시준비를 하면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면서 들떠있었다. 순수한 그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작가 이경례는 어느 하나의 양식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실험과 지속적인 고민을 반복하고 있다. 아마도 작품제작에 있어 외형적인 형상이미지의 번거로움보다는 자유로운 내면세계에 의한 조형세계를 꿈꾸는 듯하다. 다음 전시에는 어떤 작품들을 선보일지 자못 궁금한 이유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과 함께 걱정도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런 변화의 과정들이 그 과정 자체로는 의미를 지닐 수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작품의 내용과 질(質, Quality)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많은 고민과 다양한 실험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방법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것, 다시 말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방법이나 과정의 결과물이고 이렇게 자기작품만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의 자기수련과정을 통해 작가 이경례만의 안정된 작품세계가 구현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이태호

이경례_풍경-사람살이_순지에 수묵담채_132×99cm_2010

Lee, Kyung-rye's portrait as longing and visualizing human life ● Lee Kyung-rye's work mostly comprises person portraits. Compared to the SanSooPoongKyeong (mountain and river scenery) and MoonInHwa (a painting in the literary artist's style), her work shows a different style. It looks new, but her interest in person portraits was already noticeable during her last individual exhibition, which was held at Kyodong Art Center in Jeonju in 2009. I believe this change comes from a series of self-training processes, her continuous efforts and reflections. ● Human portraits have been more attractive than any other theme and in general have caught the painters' interest in the history of painting. Among person portraits, what depict detailed human faces and figures have often been drawn as a method of self-examination, as well as the symbol of respect and dignity in the East and West. In particular, in the East person portraits connote respect based on the thought of loyalty and filial piety and invocation of dead ancestors as a religious service function to praise our ancestors virtue and contribution of under Confucian philosophy. As a result, in the East art world the artist's intention was to capture the personality and spirit of the object into the portrait, rather than to paint simply an image of the object. ● Lee Kyung-rye's portraits are based on the traditional eastern values and the formative art method. Therefore, her portrait shows very objective and subjective aspects at the same time. This simultaneous existence is possible between an objective realistic human appearance and the spirit underlying the figure showing the subjective aspect. ● Lee Kyung-rye's portrait has many similarities to those which were made during the Joseon Dynasty (1392-1910) because her portrait works express our ancestors' pure and fathomless mind and elegance. The Joseon Dynasty's portraiture style put emphasis on the painting process, rather than the complete work. Although the portrait showed the real figure of the human being, if the person's mind and personality was not expressed, it was regarded as an inferior work. ● It is not common knowledge that portraits completed at the time of the Joseon Dynasty went through a seven-step process, from first work to completed work. The first work process was difficult to finish. In this initial step, the painter outlined the object's image with willow charcoal on the oilpaper and painted over it with Indian ink. The result of the first work painted through the above process is a face as detailed as that in the completed work. Interestingly, in the first work, the portrait is painted with color using the Baechae skill, in which the color was painted on the back of the oilpaper. Through the Baechae painting, the artist could check the effect of the colors in advance, especially if the color of the face was to be emphasized. ● When the first work gets through the examination period, the painter begins to work on the completed work. The evaluation of the first work was very strict. A case in point, the famous painter Byeon Sang-byeok gave up drawing Kim Won-hang's portrait in 1763 after being rejected seven times during the first work stage. After passing the first work, the painter can draw the completed work on silk. As in the above example, during the Joseon Dynasty, artists gave emphasis to the JeonSinSaJo, which means that when drawing a portrait, the painter attempts to express the spirit of the object with a real imitation of what, for example, the hair looks like, as much as depicting the characteristics of the hair in reality, hair body, wave, silkiness and so on. One representative example of this is Lee Sun-bu's portrait in which even a scar from smallpox was acutely expressed. ● Similarly, one of the common features of Korean portraiture work is the stress of spatiality. This spirituality includes the spirit of the person painted, as well as the personality and character of the artist. In this sense, painter Lee Kyung-rye's human portraits are basically founded on the traditional Korean value and formative art method because her work expresses the person's personality and spirituality extremely well. The most important aspect is that her portrait work, which is painted in the hyperrealism method, includes spiritual and other meanings. ● At first sight, the appearance of Lee Kyung-rye's detailed portrait is very realistic, but it emanates a different feeling and interpretation from a general photograph because it isn't an actual photo portrait, rather a portrait containing the artist's introspective influence and human touch. A photograph differs from a painting in that it captures an image, a real time in history, as an indicator, proving that there existed such an object in a certain place at a particular time. As a result, whether the people in the photo are alive or not, all the photos represent the end and non-existence. ● A photographer, in a way, is an agent of death and becomes the last witness of proving a person's existence. Finally, a photo is a pure representation of time, rather than spirituality, so it can be considered as a recalling of the spirit of the person in the picture by those who miss the once existing person. But Lee Kyung-rye's artwork shows the efforts she made to draw her portraits in the color, figure, line, light and shade of Meok, a tool with which she tried to express her own personality and experience. She expressed her object's humanity as well as the spirit, having interest in the person's inner world rather than the similarity of the person's appearance with the visible color changing and with focus on the object's inner spirit world. Therefore, Lee Kyung-rye's portrait shows the artist's traces of memories and precious experiences. For this reason from the deep place beyond the solemn expression of the people, we can see the gentle humanness. ● The features of Lee Kyung-rye's portrait of others can be summarized as a desire for and visualizing of human life. In addition to missing the person she has captured in image form and humane warmth, she expresses the valuable memory and the meaning of her relationship with the person, as well as the person's spirit through the portrait. Her portrait expresses the acquaintances living around her and familiar people. For example, Cardinal Kim Soo-hwan, monk Beobjeong and their lovable disciples, they look human. Her portrait evokes a humane, moral and religious atmosphere. In addition to this, it contains the unique female characteristic such as a gentle brush touch, color, light and shade of Meok. We can feel her life energy and years of experience through the gentleness and flexibility. Painter Lee Kyung-rye's experiences and memories are carved as a trace of the portrait, just as a photo is a trace of an object and a memory is the trace of experience. ● A few months ago, when I met Lee Kyung-rye in her studio, she was really enthusiastic. She was in the middle of making a piece of artwork, and preparing the exhibition. She was happy with high spirits, like a child. Her pure and real personality was revealed. As I mentioned above, she was not fixed on one style. She was consistently part-taking in various experiments and thinking about her art style. She seemed as if dreaming of the formative art world in which she expresses the free inner world rather than the external formative images. This is why I wonder about what kind of work she will include in her next exhibition. In fact I have two thoughts: expectation and worry, because although these changes have meaning as a process in itself, in the end the most important thing is the content and quality of her work. It is not easy to construct her own work identity, that is to say, constructing her own world using her own method through many reflections and various experiments because constructing her own work world is the result of the method and process. I expect she will eventually realize her own settled work world through her self-training process. ■ Lee, Tae-ho

Vol.20101212g | 이경례展 / LEEKYUNGRYE / 李京禮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