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NA

노재엽展 / NOHJAEYEOP / 盧載曄 / photography   2010_1208 ▶ 2010_1214

노재엽_ARENA #1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디아섹_100×56cm_2009

초대일시_2010_120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 / 공휴일 11:00~19:00 / 마지막날 화요일은 낮12시까지

갤러리 룩스_GALLERY LUX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3층 Tel. +82.2.720.8488 www.gallerylux.net

ARENA ● 카메라라는 것은 원래 어떤 크기로 잘라 내어진 공간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우리 앞에 펼쳐진 세계 속에 산재해 있는 사물들, 혹은 사물들로 이루어진 풍경들 사이에서 카메라 파인더의 사각형 프레임을 통해 한정 짓는다(프레이밍)는 것은 무엇일까? 또한 셔터를 누른다는 행위, 즉 어떤 순간 특정한 장소에서 단 한 번의 만남을 이룬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본다는 것은 단순한 시각적인 일이 아니라 새로운 구축 행위이다. 보는 것 또는 본다는 것은 그 자체가 자기 투영이기도 하다. 인간의 몸이 공간 속에 노출되었을 때 시각체계는 주체의 바깥의 세계를 끊임없이 구조화하며, 인간의 경험을 구조화 한다. 결국 인간의 지각은 단절된 파편으로 서사의 연속을 재구성함으로써 시, 공간을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카메라의 프레임은 현실의 공간을 어떤 크기로 잘라 내어 들여다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사각형의 프레임은 그대로 인식의 틀이고 사유의 형식을 가리킨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각의 틀을 넘어 펼쳐진 세계를 일정하게 자르는 행위, 그 시선(viewing)은 언제나 현실로부터 이미지로의 재구성을 뜻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노재엽_ARENA #2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디아섹_80×150cm_2009
노재엽_ARENA #3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디아섹_70×38cm_2009

나의 사진의 공간은 수많은 프레임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특정한 경기장을 작게 잘라 찍는 일들이 쌓여 하나의 경기장이라는 이미지로 재구축되는 방식이다. 의미 없이 조각난 경기장 바닥의 이미지들을 재조합하는 행위를 통해서 하나의 경기장이라는 이미지로 구축해 가는 과정은 차라리 "놀이"에 가깝다. 수많은 조각사진 중에 한 장을 컴퓨터 모니터에 띄어 보면, 그 곳이 어디쯤의 일부인지 어느 경기장인지 조차 알 수 없다. 첫 번째 사진과 두 번째 사진을 이어 본다. 그리고 이어서 수 십장의 사진을 연결하다 보면 드디어 어떤 경기장이라고 부를만한 형태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나는 이런 놀이를 통해 이미지의 재조합과 그 기호화 된 경기장의 이미지를 재구성해 가는 것이다. 프레임을 통해서만 사진을 찍을 수 있듯 사진의 시선(view)은 프레임을 타고 넘는 것이 되며, 그래서 사진(작품)을 보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사진을 찍은 자(작가)의 프레임의 안쪽과 바깥을 의식하게 만든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내가 생각하고 있는 사진의 공간인 것이다.

노재엽_ARENA #4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디아섹_70×38cm_2009
노재엽_ARENA #5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디아섹_90×80cm_2010

하나의 경기장속에서 걷고, 찍고를 반복하는 동안 수집한 수많은 씬(scene)들은 그것을 처음 찍기 시작한 지점부터 마지막 셔터를 누르는 데까지 소요된 시간을 상징하지만, 최종의 이미지(완성된 작품)속에서는 얼핏 그 시간들이 증발한 것으로 보이기도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시간의 흔적은 사라지고 한 개의 시간처럼 보이는 사진이 남게 되는 것이다. '시간의 공간되기', 또는 '공간의 시간되기'가 서로 교차하며 시각적인 기억과 그 기억된 현실의 재구축을 시도한다는 것은 실재와 현실에서의 '사진의 기억'을 내 사진의 중심축에 놓겠다는 의도이기도 하다.

노재엽_ARENA #6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디아섹_100×100cm_2009
노재엽_ARENA #7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디아섹_100×100cm_2009

평론가 진동선은 어느 글에서 "사진은 소멸에 대한 재인식이다"라고 하면서 "사진을 본다는 것은 시간을 보는 것이다. 어떤 경험의 시간과 공간의 시간을 보는 것이다."라고 했다. 사진이 아무리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이미지'에 불과하다. 현실의 풍경(경기장)속에서 시야(view)를 조절하고, 시점을 이동해 가며 앞에 펼쳐진 풍경을 골라가는(잘라가는)일, 그것은 카메라에 프레임이 있는 까닭이라고나 할까? ■ 노재엽

Vol.20101213e | 노재엽展 / NOHJAEYEOP / 盧載曄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