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탤지어

나형민展 / NAHYOUNGMIN / 羅亨敏 / painting   2010_1223 ▶︎ 2011_0115 / 일요일 휴관

나형민_Nostalgia_한지에 토분채색_124×115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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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1223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포월스_GALLERY 4WALLS 서울 강남구 논현동 248-7번지 임피리얼팰리스호텔 1층 Tel. +82.2.545.8571 www.gallery4walls.com

이상향(理想鄕)을 향한 향수(鄕愁) ● 서구의 에덴동산(Eden), 고대 그리스의 아르카디아(Arcadia), 황금시대(Golden Age), 플라톤의 아틀란티스(Atlantis), 파라다이스(Paradise), 남미의 엘도라도(El Dorado), 중국의 요순(堯舜)시대, 옥야(沃野), 낙토(樂土), 질민국(臷民國), 삼신산(三神山) 등등... 이상세계를 지칭하는 여러 가지 말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토마스 모어(Tomas More;1478~1535)의 '유토피아(Utopia)'와 도연명(陶淵明;약365~427)의 '무릉도원(武陵桃源)'이 동서양을 대표하는 이상향일 것이다. '도원(桃園)'은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등장하는 이상세계라는 협의의 개념도 있지만, 오늘날 무릉도원이란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모든 이상향을 지칭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무릉도원과 같은 이상향은 사회가 어지럽고 혼란스러울수록 저 지평선 너머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주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낙원을 향한 진한 향수를 자아내어 왔다.

나형민_no Horizon_한지에 토분채색_72×70cm_2010

동진시대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를 보면 도원으로 대변되는 낙원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세상과 격리된 은일(隱逸)과 탈속(脫俗)의 공간이자 전쟁과 갈등이 없는 평화로운 곳이다. 그리고 도원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위(魏)나라와 한(漢)나라가 존재했는지조차 모르는 시간이 정지된 곳이다. 또한 소수의 인구가 고립된 작은 공간에서 자급자족의 삶을 살고 있기에 『老子』에 등장하는 소국과민(小國寡民)과 비유되곤 한다. 『老子』제80장의 소국과민을 보면 "나라는 작고 백성도 적어야 한다, 온갖 문명의 이기(利器)가 많아도 사용하지 않고, 백성들이 삶을 아끼고 떠돌지 않게 한다, 비록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탈일이 없고, 갑옷과 군대가 있어도 진(陳)칠 곳이 없게 해야 한다. 백성들로 하여금 다시 결승문자로 사용하게 하고 그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그 옷을 아름답게 여기고 그 거처를 편안하게, 그 풍속을 즐기도록 해야 한다.…" 小國寡民, 使有什佰之器而不用, 使民重死而不遠徙。 雖有舟輿, 無所乘之, 雖有甲兵, 無所陳之。 使人復結繩而用之, 甘其食, 美其服, 安其居, 樂其俗。…

나형민_How far away is the horizon?_한지에 토분채색_175×135cm_2010
나형민_lost Horizon_한지에 토분채색_160×130cm_2010

여기서 노자는 문명의 발달은 비록 느리지만 소박하고 작은 국가, 갑옷과 무기는 있지만 사용할 데가 없는 나라를 이상적 사회, 국가로 보았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와 제도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인위(人爲)에 의거하지 않고 자연의 섭리를 배워 행하는 것으로 문명을 갖추면서도 그 사용을 최소화하는 지혜로운 사회를 말한다. 따라서 작은 나라 적은 백성(小國寡民)의 '小(작을 소)'와 '寡(적을 과)'의 본의는 현대문명사회의 크기 위주의 욕망과 허세를 낮추자, 버리자 라는 의미로 무위(無爲)와 무욕(無慾)의 사회를 이르는 말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나형민_No line on the Horizon_한지에 토분채색_68×75cm_2010

도연명이 살았던 동진(東晋)시기는 정치적 혼란기로 전쟁과 혼돈 속에서 사람들은 장생불사(長生不死)의 신선세계를 찾아 세상과 격리된 깊은 산중을 찾아 헤매는 유선(遊仙)풍조가 만연한 시기였다. 그러나 도연명은 도화원기를 통해 당시 세인들이 무릉도원을 구복(求福)의 대상으로 열망하며 그곳을 찾으려는 유선풍조에 대해 결국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後遂無問冿者)'이라며 역설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보면, '되돌아가고자 하는 곳(桃園)'이란 단순히 속세와 격리된 깊은 산 속의 '절경' 또는 '낙원'을 찾아가자는 뜻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가 가르쳐 주는 무욕(無慾)과 무심(無心)의 땅으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도연명의「음주(飮酒)5」시에도 그러한 의미가 잘 드러나 있다. 초가를 지어 마을에 살고 있으나 / 수레와 마차의 시끄러움은 들리지 않는다. /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물으시는가? / 마음이 욕심에서 멀어지니, 사는 곳은 저절로 심심산골 /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꽃을 따노라니 / 유유히 남산이 보이는구나! / 산기운은 저녁노을에 더욱 아름답고 / 나는 새는 짝을 지어 돌아온다. / 이러한 자연 속에 참다운 진리가 있으니 / 말로 표현하려다 문득 할 말을 잊는다.// 結廬在人境 / 而無車馬喧 / 問君何能爾 /心遠地自偏 /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 山氣日夕佳 / 飛鳥相與還 / 此間有眞意 / 欲辨已忘言// 여기서 '인경(人境)'이라 전원(田園)으로 번역한 이도 있는데, 전원의 의미보다 '사람이 사는 곳'으로 세상과 격리된 산골, 산중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즉, 사람들과 접하고 있는 속세라고 하더라도 무심(無心)의 마음만 있으면 세상의 번잡함이 나를 방해할 수 없다는 것으로 그 곳이 바로 심심산골(낙원)이 된다는 의미이다. 또한 대단한 큰 가치라기보다 평범한 일상(採菊)에 내재된 가치를 발견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지니게 되면 남산(終南山:무릉도원을 상징하는 안식처)이 저절로 보인다(見)는 뜻으로 무릉도원이란 찾으려고 집착할 때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그런 욕심과 욕망을 버릴 때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나형민_Standing on the horizon_한지에 토분채색_57.5×74.5cm_2010

인간은 근대 이후 물질문명의 발전을 통해 이 땅에 실질적인 이상세계를 건설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왔다. 하지만 문명의 발달이 인류에게 안락함과 편리함을 준 것도 분명하지만 지금의 문명에 대한 회의도 깊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폴 케네디(Paul M. Kennedy)와 같은 역사학자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오염, 생태계의 파괴, 국가 간 인종 간 갈등과 군사적 긴장, 경제적 불평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 등등을 초래한 21세기를 회색빛으로 전망하였다. 그렇기에 한편으론 물질문명의 서구적 가치에 대한 반서구적 가치로서의 보다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가치가 더욱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문명에 투영된 이상세계에 대한 향수란 문명세계가 당면한 위기에 대한 대안이 담겨있어야 한다. 그 대안이란 현세를 벗어난 또 다른 세계에 낙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통해서 이룩될 수 있다는 오래된 미래의 지혜일 것이다. ■ 나형민

Vol.20101214f | 나형민展 / NAHYOUNGMIN / 羅亨敏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