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되셨나요 떠나셨나요?-상품 광고와 일상의 삶

박은태展 / PARKEUNTAE / 朴銀泰 / painting   2010_1217 ▶︎ 2011_0116 / 월요일 휴관

박은태_연가_장지에 아크릴채색_150×138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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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1217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평화박물관 스페이스99_PEACEMUSEUM space99 서울 종로구 견지동 99-1번지 Tel. +82.2.735.5811~2 www.peacemuseum.or.kr

검색어_박은태 작업실 네비게이션 : 통합검색 ● 운전대를 잡고 네비게이션의 통합 검색에 이름을 찍었다. '고양시 000 000→박은태 ' 평일 오전, 차는 한강을 따라 쾌적하게 이동한다. 방향 안내와 도로 표지판을 열심히 보며 목표점으로 올인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들은 올바른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으며 기계적으로 입력된 정보와 목소리를 신뢰하는 지금, 제대로 그의 작업실로 가고 있는 것인가.

박은태_수위아저씨 1_장지에 디지털 프린트, 아크릴채색_144×97cm_2010
박은태_위대한 대한민국_장지에 디지털 프린트, 아크릴채색_150×100cm_2010

신도시 : 작업실 ● 강변 북로가 막히지 않아 그의 작업실까지 한 달음에 갈 수 있었다. 문득 그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몇 년 전 방콕으로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전시에 출품 작가로 그를 인터뷰를 하러 작업실에 갔을 때, 그는 약간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좁은 작업실의 바닥에 둘둘 말은 작품들을 하나씩 풀어보면서 그의 삶과 지나온 시간들도 하나씩 같이 풀어졌다. 시골에서의 어린 시절, 또 (주)동양 정밀 프레스 판금 시제공으로 일하면서도 그림에 대해 느꼈던 열정과 동경, 그리고 마침내 미술 대학에 입학한 이야기들. 이야기와 함께 그림은 작업실 바닥에 펼쳐졌고, 마침내 『자본론』을 열심히 읽었다는 그의 정성에 감탄할 때 쯤, 그는 우리 안에 내재화 된 억압과 권력의 구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화려한 대도시 서울의 그늘 아래 가려진 노동자, 철거민, 노숙자들을 주인공으로 지속적으로 작업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실 이들은 항상 너무 열심히 살면서도 위태로운 날의 연속과 미래가 보장되지 못한 우리 주변의 초라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T.V와 도시 곳곳에 설치된 광고판은 '열심히 일한 당신, 부자가 되고-떠나라!' 고 외친다. 멋진 이미지와 함께 보여 지는 이 달콤한 명령은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불에서 봤던 자신의 바램이 투영된 한 순간의 환타지일 뿐이다. 차례로 불을 켜고, 꺼지는 동안 차가운 눈 속에서 소녀는 얼어 죽는다. 그것이 실재(實在)이다. 그가 이번에 그려 낸 외국의 증권을 배경으로 나른한 죽음으로 빠져들고 있는 성냥팔이 소녀의 얼굴은 동화 속에서 걸어 나온 현실임을 알 수 있다. 1997년 외환 위기 때 정리 해고된 노동자들이 명퇴 위로금으로 멋모르고 주식을 샀다가 평생을 바친 노동의 대가를 날리는 것을 보았고, 다시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를 보면서 '이건 정말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에게 사실 노동자들의 초상 앞에 쓰여진 '떠나라'는 오히려 죽어가는 소녀에게 '제발 잠에서 깨어나'라고 외치는 우리의 마음처럼 반어법적인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그러나 그는 비극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된 「노숙자의 회상」에서 그는 어느 허물어진 집의 담 구멍으로 들여다 본 안채에서, 단란했던 옛 가족의 모습과 그 집에서 자란 아이의 비극적인 현재를 상상하고 노숙자의 시점에서 표현하기도 하였다. 단란했던 한 가족은 개발과 현대화 속에서 그 뿌리를 잃게 되고 아이는 결국 노숙자가 되었지만, 옛집 담 밑의 푹신한 눈 위에서 행복했던 그 시절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노숙자는 박은태 자신이기도 하다. 이처럼 차가운 눈 위에서도 꿈을 꿀 수 있는 한, 그는 희망을 버릴 수 없을 것이다.

박은태_성냥팔이 소녀_ 장지에 디지털 프린트, 아크릴채색_150×100cm_2010
박은태_터널_캔버스에 유채, 디지털 프린트_170×124cm_2009

라면 : 막걸리 ● 그의 작업실에서는 반드시 라면과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며, 사람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았다. 라면과 계란을 사오니, 그는 손을 뚝딱 움직여 금방 식탁을 차렸다. ● 딴에『역대명화기(歷代名畵記)』를 들먹이며, 그림에 국물이 튀길까 연신 까탈을 부리는 큐레이터와는 달리 그는 털털하게 밥을 먹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우리 옆 그림 속에서도 사람들이 한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회색 빛 서울, 강변도로를 이어 타고 있는 붉은 한강다리와 코카콜라의 브랜드가 새겨진 파라솔 밑의 사람들 위 아래로 검은 하늘, 그 보다 더 검은 강이 흐른다. 이 풍경 속에는 해도, 달도 없다. 사람도 영혼도 죽어버린 그 속에 오직 새빨간 핏줄처럼 광고 이미지만 유연하게 흐를 뿐이다. 별을 잃어버린 하늘은 이제 강에 제 모습을 비추지도 못한다. 아마 우리는 곧 현실 속에서 이처럼 신음하는 강을 곧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그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한 공간에 구성하여 현실을 인지시키고, 한 걸음 떨어진 성찰을 요구한다. 한강 하구 장항습지에서 철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자신의 경험과 서울역에서 무료 급식을 받는 노숙자는 그가 구성한 「새 먹이 주는 노숙자」 속에서 통합된다. 오히려 빈곤한 자가 베풀어 주는 모습은 유령처럼 텅 비어 있어, 마치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자들의 초상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그는 매우 우직한 사실주의적 표현을 고수하면서도, 다소 엉뚱할 정도의 초현실적인 상상력을 덧 붙여 묵직하게 일상을 파낸다. 마치 베개를 베고 누워 있는 삽처럼. 그러므로 그의 작품은 사회적 이슈를 직접적으로 상징화한 「자본탑」 보다는 사람과 현장을 함께 엮어낸 작품들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 왜냐하면 자신의 신념을 곧바로 상징화하기에는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이해(利害)와 모순이 알 수 없는 맥락 속에 넘실대며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번씩 월드컵 같은 스포츠는 이런 모든 이해관계를 넘어 단일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는 이 드라마 속에 운동선수를 영웅화하는 거대한 기업 광고로 포위당한 광장, 그 초입에서 붉은 악마의 머리띠를 하고 술을 먹고 있는 노숙자들, 열병처럼 번지던 함성. '위대한 대한민국'이 씌여진 티셔츠를 단체로 맞춰 입은 극 보수 단체들이 한 공간 속에 이질적으로 얽혀 있음을 읽어냈다. 그는 그 이질감들은 뒷 배경에 광고 찌라시 처럼 일률적으로 봉합하여 「위대한 대한민국」에서 나타냈다. 이처럼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에는 책 표지, 은행 상품 광고, 선전 인쇄물 등이 질서 정연하게 뒷 배경을 이루고 있다. 그 위에 농사짓는 아저씨, 새벽에 불편한 잠을 자는 경비 아저씨, 그네를 엎드린 입시에 매인 학생의 모습이 얹혀 있다. 이 배경의 광고는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부자가 되어 떠날 수 있는' 방법을 현혹하며, 끊임없이 자신들을 소비하라고 속삭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성냥팔이 소녀의 덧없는 불빛처럼 우리에게 실재를 기망(欺罔)하고 헛된 열망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그래서 수많은 땅 투기 지침서 표지 이미지들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는 아줌마의 노래는 '연가'가 될 수도 있고 '거짓말이야'도 될 수 있는 현재를 반영한다.

박은태_잠자는 삽_장지에 아크릴채색_75×108cm_2006
박은태_새에게 먹이 주는 노숙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0×230cm_2010

네비게이션 : 다시 검색 ● 이번에는 도심을 지나 돌아오는 길을 선택했다. 사실 안내를 따라 가는 길은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후가 되자 차들의 움직임이 짜증스러워졌다. 보행자 보호를 위한 빨간 신호등은 속도를 통제하는 불편한 것으로 인지되기 시작한 것이다. 형광색 금속성 빛을 내뿜는 그들은 그저 달려갈 뿐이다. 그것이 발전이고 우리 모두가 부자가 되는 길이기에 차선과 신호를 무시하는 것조차 정당하다. 이때 박은태는 우리가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전히 길은 멀고, 아직 방법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는 현재 우리가 있는 실재 좌표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으므로, 믿고 기다려 볼만하다. 과연 어디가 나올까. ■ 강수정

Vol.20101217g | 박은태展 / PARKEUNTAE / 朴銀泰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