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림展 / KANGYOOLIM / 姜珋琳 / painting   2010_1215 ▶︎ 2010_1221

강유림_타인-응시_장지에 채색_162×131cm_2010

초대일시_2010_121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_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세상이라는 거울 속에 비친 나의 존재 ● 강유림의 그림행로를 보면 여성을 그린 인물화가 제일 많다. 여성의 전신상부터 반신상까지 다양한 포즈를 치밀하게 탐색해 온 것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화면 배경을 약화시키고 인물자체의 시각적인 클로즈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방식은 인물 자체를 깊이 천착하는 것으로 그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우주와 현실에 대한 관련성 보다는 인물들의 존재자체에 대한 탐색이 주요 관심이었음을 읽게 한다. ● 그러나 이번 전시는 주로 얼굴위주의 인물상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며, 바탕화면의 空白의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주목되는 점이다. 또한 자화상처럼 한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 여인들을 다양한 표정과 손짓으로 여러 명의 여인들을 창조해 내고 있다. 여인들의 표정은 골똘히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거나, 먼곳을 응시하고 있거나 헤드폰을 끼고 음악이든, 세상의 소리를 듣고 있거나, 빗속이나 바람 속에서 꼿꼿이 서있는 등 여러 유형으로 드러나고 있다.

강유림_타인-관조_장지에 채색_91×117cm_2010
강유림_타인-관조_장지에 채색_91×117cm_2010

화면배경도 다양한 운용을 보여주는 데 기본적 도식은 '空白'이다. 한가지 색조의 톤으로 배경을 구성한 것도 있고, 흩날리는 나뭇잎들이나 꽃무리같은 것들도 있고, 하염없이 비가 내리거나 바람을 연상하는 텍스추어도 보인다. 그러나 인물상의 강렬한 표정으로 보아, 흐르듯 쏟아지는 여러 색조의 빗줄기도 하나의 空白으로 인식된다. 기존 동양회화의 공백의 운용을 단순히 비어있음의 도식에서 다양한 정감의 공백으로 환원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 강유림의 인물들은 마치 동일한 여인들로 보이는데 그러므로 작가의 자화상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다양한 얼굴표정과 손동작들은 또한 같은 얼굴이면서 각기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여성들을 상기시킨다. 여성성과, 같은 시대를 산다는 동일성은 작가와 수많은 다른 여성들의 인식과 소통의 교차점일수 있다. 그러므로 강유림의 자화상적 여인들은 단순히 작가의 얼굴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커다란 거울에 비춰진 자신과 동시대의 여성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孔子는 그림의 효용성중 하나는 명경찰형(明鏡察形)-모습을 살펴주는 밝은 거울같은 것이라 말한바 있다. 거울을 보고 자신의 모습을 살펴 고치는 것처럼, 그림의 역할은 대중들에게 거울같은 대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중하고 진지하게 거짓없이 사물을 묘사하여야 한다.

강유림_타인-관조_장지에 채색_117×91cm_2010

강유림의 자화상적 인물들은 세 가지 단계를 거치면서 치밀하게 탐색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형식은 탐색하기이다. 무표정한 얼굴과 다양한 포즈의 손동작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다. 얼굴가득 양손으로 가리거나 두 손의 바닥을 바깥으로 내보이거나 얼굴을 치켜들고 두 손으로 받치거나 등 모두 얼굴과 양손이 클로즈업된 그림들이다. 얼굴과 손가락의 표현이 모두 사실적이고 치밀한데 자신의 내면을 치열하게 탐색하고 성찰해보는 과정을 보여준다. 여러 유형의 포즈의 손들은 자신의 다양하고 복합적이 정서상태를 상징할 것이다 ● 두번째는 바라보기이다. 여성들의 배경으로 흩날리는 바람의 정서나 끝없이 내리는 빗줄기 등이 등장하는 그림들이다. 미풍에 흔들리는 꽃무리들이나 때로는 보라톤이나 푸른 녹색조로 흐르는 빗물들이 여인상을 감싸고 있다. 이런 류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모두 세상을 응시하는 표정이다. 자신의 울타리에서 나와 세상을 바라보려는 모습이다. 바람이나 빗줄기들은 세상의 다양한 현상들이고 여인들은 그저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 세 번째 형식은 소통하기이다. 헤드폰을 걸거나 이어폰을 끼고 있는 모습, 화면중앙에 등장하는 노란 꽃이나 보랏빛 꽃들과 교감하는 작품들이다. 꽃들과의 교감은 자연과 우주에 대한 탐색의 표현일 것이며 헤드폰이나 이어폰 줄들은 세상과의 교감을 의미할 것이다. 강유림 그림의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세상과 삶에 교감을 시도함으로써 지나치게 진지했던 자아탐구의 세계에서 현실적 세상으로 나오는 모습이다. 이상으로 보면 강유림의 여인상들은 단순히 작가자신의 자화상이 아니라 강유림이 연구해온 회화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기록임을 알수 있다. 그러므로 강유림의 그림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운 여인상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자화상적 인물화라는 회화적 장치를 통하여 감상자들에게도 개인적인 사유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이끌고 있다. 감상자들은 강유림의 지나치게 진지한 여인상들에서 문득, 잊고 있었던 자아에 대한 치열한 과거를 상기한다.

강유림_타인-관조_장지에 채색_117×91cm_2010

예술가들의 유전자중 하나는 자신만의 세계를 건축하는 것이지만 동양회화의 역사에서 그림의 미학은 대중들에게 유용한 것이어야 했다. 때로는 거울처럼 인간의 善을 불러 일으켜 아름답게 자신을 가다듬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강유림의 인물들은 "현재의 여성"이라는 형상을 통하여 한편 이 시대의 우리들의 현재를 그려낸다. 그러므로 강유림의 자화상적 인물화는 세상이라는 큰 거울에 비춰진 자신을 그려내어 현재의 우리들에게 진지한 통찰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동양미학의 현대적 진화를 보여준다. 즉, 강유림의 자화상적 여성들은 세상이라는 거울 속에 비춰진 자신의 형상을 통하여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잃어버린 진지함과 소통의 어려운 과정을 상기시킨다. 그러므로 강유림의 자화상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 일수 있다.

강유림_타인_장지에 채색_61×73cm_2010
강유림_타인_장지에 채색_50×50cm_2010

한편 표현기법을 보면 한국화의 전통적 기법을 지키면서도 본인만의 맑고 이지적인 색감을 연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강렬하지 않고 은은한 색감으로 이 시대의 화려한 감각들과 차별화 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볼 수 있다. 소수의 작품 외에는 강렬한 색상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물체의 고유색을 드러내지 않고 작가의 시대적 정신으로 사물의 美的 본체를 읽으려 했던 동양역사속의 문인화가들의 태도를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동양회화의 역사에서 인물화의 요점은 傳神(대상의 本體를 그려냄)이었다. 강유림의 자화상적 여인상들이 비교적 동일한 얼굴로 단순해 보이나, 한편 다양한 정서적 방식으로 읽히는 것은 傳神의 새로운 해석 때문이기도 하다. 여인상을 인물화적 묘사로 그린 것이 아니라 마치 큰거울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듯 그린 방식은 주관적인 듯 하면서도 객관적인 "이중적 바라보기"의 새로운 형식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많은 문화를 소비만 하고 사는 딜레탕트한 이 시대에, 강유림의 그림은 감상자들에게 잠시라도, 자신의 현재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만나게 한다. ■ 장정란

Vol.20101218b | 강유림展 / KANGYOOLIM / 姜珋琳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