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with 2010

서정자展 / SUHJUNGJA / 徐貞子 / Interactive Installation   2010_1215 ▶︎ 2010_1222

서정자_react to_아크릴, 철판, 모터, 센서, 와이어, 물, 영상_가변설치_2010

초대일시_2010_1215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노암갤러리_NOAM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33번지 Tel. +82.2.720.2235~6 www.noamgallery.com

「Being With」의 共存_空Zone ● 인터랙션 인공물의 양상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단연코 상호작용성이다. 자극-반응의 순간적 피드백 현상이 주를 이루는 이것을 놓고, 누군가는 너무 얄팍하다 하고 또 누군가는 식상하다 한다. 하지만 반세기 이상을 추상적 개념들의 더께로 둔탁해진 현대미술에서 이 상호작용성은 더없이 새로운 호기심과 가능성을 일깨운다. ● 더욱이 작품을 의미 담지체로 확정짓지 않고 구성적인 변형체로 확장시키는 이것의 기술적인 특성이야말로 조형예술에게는 하나의 도전인지도 모른다. 흔히 고도의 인터랙션 작업에서는 나와 타자가 뒤바뀌는 묘한 현상이 발생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자연과학적 용어로 사용되었던 'inter-action'에는 주체의 의지가 타자에게 관철되기보다는 오히려 타자에게 미친 영향이 되돌아와 나의 의도를 변형시킬 수 있음이 전제된다. 물론 주체-타자의 문제는 매우 다층적이며 복잡한 것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여기서는 이미 현상적으로 주체의 의도가 타자에 의해 구성되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 좀 더 거리를 둔 시점에서 이 현상을 들여다보면 상호작용 국면에서는 제어가 아니라 연속적인 조정이 더욱 뚜렷이 관찰된다. 일정한 목표에 의해 의도를 실현하려는 과정으로서의 제어와 달리, 조정은 아직 불확정적인 목표를 찾기 위해 인터랙션의 당사자 간의 예상치 못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수용해가는 과정이다. 이 때문에 서로 작용하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인터랙션의 공간은 상대적으로 비어있는 것처럼 인지된다. 빈 공간에 대한 인지가 결과적으로 상호작용성을 폄하하도록 만드는 원인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비워지는 이 공간은 '구성작용의 개방성'이라는 인터랙션의 본질적 특성일 뿐이다.

서정자_react to_아크릴, 철판, 모터, 센서, 와이어, 물, 영상_가변설치_2010_부분
서정자_react to_아크릴, 철판, 모터, 센서, 와이어, 물, 영상_가변설치_2010_부분

서정자의 「Being With」(2010)를 위해 배치된 작품들도 예외는 아니다. 작품 「react to」, 「your voice」, 「conductor」, 「in and around」는 타자의 흔적들을 감지하고 기록하는 기억의 장치들이다. 관객들은 이 장치들과 만나는 순간 자신의 감각을 그것들에게 제공하고 이내 이 네 가지 장치의 시시각각 표현하는 외양에 순응한다. 소리와 이미지 물질은 소멸되고 다시 또 채워진다. ● 「react to」는 작가의 기억을 담아둔 커다란 두 개의 기둥과 이것을 이은 차가운 철삭의 여러 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녀의 기억은 낯선 이의 방문이 감지되자마자 철삭의 운동에 흩어진 물 웅덩이 안에서 발견된다. 이 때 관객의 감각은 진동으로 인해 흩어지는 물 위를 부유하면서 또 다른 타자의 모호한 기억을 만나게 된다. 작가는 「react to」라는 다소 차갑고 시끄럽고 거친 대행자(agent)를 통해 기억의 단편들이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의 반향을 일으킬 수 있길 기대한다.

서정자_your voice_Processing Program, 마이크, 모니터_가변설치_2010

또 다른 기록장치인 「in and around」는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일종의 쇼윈도우같아 보인다. 대개 행인들은 거리의 쇼윈도우에서 자신을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는다. 그들의 신속한 걸음걸이가 그것을 쉽게 지나치게 만들며, 따라서 거기 비친 자신들의 이미지도 기억에서 쉽게 사라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눈의 재빠른 무의지적 감각은 여지없이 그 이미지를 따라 움직여, 그것이 감추고 있는 알 수 없는 욕망을 충족시킨다. 「in and around」은 의식되지 못한 욕망을 웹캠의 카메라 시선을 통해 잡아내어 실루엣의 흔적으로 재차 확인시켜 준다. 실루엣이 남아있는 그 자리는 바로 욕망의 시선이 잠시 머물렀던 예리한 자국이다. ● 한편 「your voice」와 「conductor」는 소리와 시각 이미지의 변화를 통해 신에스테시아를 활성화시키는 인터랙션 작업이다. 「conductor」가 소리와 색의 변형에 반응하는 관객의 투명한 느낌에 주목했다면, 「your voice」는 좀 더 반성적이다. 전자의 작업은 운동에 따른 소리와 이미지의 공명으로 하여금 몸이 느낄 수 있는 직접적인 즐거움을 활성화한다. 후자의 작업에서 작가는 관객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신호로서의 소리를 적극적으로 개입시킨다. 이 소리 신호는 작가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던 확정된 텍스트를 다른 공간으로 재빠르게 이동시킴으로써 관객 자신에게 작가의 문제를 곱씹게 하는 일종의 자발적인 의미 구성을 부추기고 있다. 소음과도 같은 소리 신호에 의해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텍스트는 미확정된 상태로 머물면서 새로운 의미가 속속 생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서정자_In and Around_Processing Program, 웹캠, 액자_가변설치_2009

서정자의 이번 작업은 인터랙션 인공물의 보편적 형식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또한 거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형식들을 개인적 체험의 섬세한 옷을 입혀 우리에게 보여 주려 한다. 아직도 인터랙션 인공물을 위한 미학의 언어가 미지의 탐사 대상으로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시도 역시 하나의 견실한 일보일 수 있다. 그 지속적인 노력의 결실이 독특한 맛을 지닌 열매로 맺히길 기대해본다. ■ 이재준

Vol.20101220g | 서정자展 / SUHJUNGJA / 徐貞子 / Interactive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