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와 상징 속에 노닐다

박승비展 / PARKSEUNGBEE / 朴陞秘 / painting   2010_1222 ▶︎ 2010_1228

박승비_꽃문에들다1_장지에 분채_118×35cm_2010 박승비_꽃문에들다2_장지에 분채_117×91cm_2010 박승비_꽃문에들다3_장지에 분채_118×35cm_2010

초대일시_2010_1222_수요일_05:3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_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2층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박승비는 봉황과 모란을 소재로 새로운 회화를 모색하고 있는 작가다. 그녀의 그림은 진흙을 바른 장지위에 혹은 자연종이 그 자체에 분채를 겹겹이 올려 원색으로 된 배경색을 얻어내고 그 위에 음양의 선과 면으로 봉황과 모란을 그린다. 박승비는 전통 동양화의 재료와 기법에서 자유롭게 벗어나 서양화 테크닉과 색채를 응용하며 그녀만의 독창적인 작업을 보여준다.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문양과도 같은 꽃은 봉황과 함께 화면에 조화롭게 배치되기도 하고 또 따로 작업되어 화면에 합쳐져 하나의 이상적 풍경이 만들어 진다. 작가는 기계와 접목되어 복잡하고 인간미가 없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 희망과 복을 빌어 주는 치유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있다. 박승비는 서양화를 공부하였고, 다시 동양화와 이론을 공부하면서 외형과 내부의 조화를 찾아가며 시간을 들여 자신의 경험을 온전히 작업에 쏟아 붓고 있다. 화폭에 장지를 입히고 그 위에 흙을 바르거나 종이질감 배경 위로 색을 입힐 때 그것은 온전히 색을 빨아들이며 원래 색 본성을 차분하면서도 엷게 내어 보낸다. 동양화의 오방색중 하나를 원색의 바탕으로 선택하지만 풍부한 색을 얻고자 다른 색을 섞어 몇 번 올리고 나중에 결정 색을 칠해 바탕에서 스며나오는 시간으로 얻어진 원색의 화면은 풍부한 공간감을 획득한다. 선으로 그린 이미지들이 이 평평하게 보이는 배경 위에서 더욱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고 있다. ● 봉황은 화면 중앙에 화려한 색으로 등장하여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주인공으로 역할을 한다. 봉황의 날렵한 눈매와 다리는 복잡하게 표현된 날개를 더욱 돋보이게 하며 천상의 새로서 품위를 나타내어 보인다. 전통적으로 닭의 머리, 뱀의 목, 제비의 턱, 거북등, 물고기 꼬리라는 오행과 오음을 두루 갖춘 이 환상적이며 상서로운 동물은 용과 함께 왕을 상징한다. 작가는 이 환상의 동물이 실제 존재하듯 생생하게 묘사하고 대신 현실에 존재하는 꽃은 실루엣으로만 처리하여 이미지라는 허구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박승비의 회화 안에서 두 가지 상징적 세계는 항상 대립하여 표현되지만 상생과 상극구조의 적절한 대비로 화면은 조화롭게 기운 생동한다. 박승비의 회화는 이렇게 실제와 이미지, 현실과 환상, 기표와 기의를 표현의 형식으로 자유롭게 사용하며 시각적 재미를 주고 있다.

박승비_물들다_장지에 분채_73×73cm_2010
박승비_소요유(逍遙遊)_장지에 분채_53×45cm_2010
박승비_즉비장엄(卽非莊嚴)_장지에 분채_53×45cm_2010

「소요유(逍遙遊)」, 「호접몽(胡蝶夢)」, 「즉비장엄(卽非莊嚴)」에서는 상형문자와 이미지가 같이 어우러지며 기복의 의미와 형상적 표현이라는 시지각이 혼재된 경험을 가져다준다. 언어와 부적의 상징에 이입된 내유감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복된 생각에 빠져들어가 행복한 감정과 느낌을 갖게 된다. 글씨의 자유로운 형상 안에서 생각의 여러 가지가 생성되고 물고기와 꽃의 떠올림과 함께 보는 이들은 하나가 된다. 여기서는 작가의 생각이 형상화되어 만물과 어우러지고 있다.

박승비_날아오르다_장지에 분채_60×50cm_2010

「날아오르다」, 「옛날 옛적에 훠이훠이」에서는 자신을 투영한 봉황이 등장하고 자연과 문명이 혼연 일체된 세계에서 자유롭게 노닐고 있는 은유를 보게 된다. 텅 비어 있으면서도 얼룩진 배경은 우주의 오묘한 이치와 계절 같은 자연의 변화를 상징하며 그 안에서 봉황과 꽃은 서로 만물의 기를 느끼며 생동한다. ● 「꽃문에 들다」는 세 폭의 화폭이 합쳐져 만들어낸 대 서사시다. 중앙에 있는 붉은 색의 텅 비어있는 배경에서 봉황은 힘차게 나르고 있다. 그러나 열정과 욕망의 붉은 색은 이상을 향해 날아가는 봉황을 점령하는 것처럼 보이기도하고, 한편으로 평평하게 처리된 배경이 이상으로 평정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양쪽의 세로로 좁고 긴 화폭에는 모란과 연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왼쪽그림은 황토색위에 연꽃과 잎, 줄기가 서로 층위를 이루며 하늘목을 완벽하게 이루고 있다. 봉우리에서부터 활짝 핀 꽃과 줄기는 서로가 함께 이어가면서도 각각의 개별성을 갖고 있다. 식물들은 서로를 돕는 상생적인 관계를 이루며 이상향을 위해 잘 도달하고 있다. 여기서 꽃잎은 채색을 더해 입체적인 형태를 드러내는데 내부에서의 성숙한 모습이 외부와의 관계를 단단히 만들고 있는 자신의 실천적 물화의 중요성을 상징한다. 현실을 표현하는 황토색을 배경으로 이상향을 담는 화병으로부터 출발한 식물들은 개별적 것을 인정하면서 서로를 도우는 본성들이 서로 합쳐지며 하늘목을 이루는 상생간의 집단적 웅장함을 보여준다. 반면 오른쪽의 화폭에서는 순수한 노란색 바탕에 활짝 핀 꽃들은 하나의 통일된 모습으로 완전한 이상향을 상징하고 있다. 윤곽선을 따라 평평하게 칠해 가벼운 이미지로 표현한 꽃과 줄기는 자신을 비워가며 체득하는 형태로 그 일관된 모습은 화합의 완성체를 이루고 있다. 완전히 자신을 비운 상태로 보이는 중간 중간의 흰 꽃들은 순수 종이자체를 그대로 유지하며 배경과 주변을 칠해나가 얻어낸 결과로 인고의 시간에 의해 완성된 것이다. 완전히 자신을 비워 우주와 일체를 이루는 꽃잎과 줄기는 빛과 같은 윤곽선과 함께 더욱 조화로운 총체를 나타낸다. 그러나 그것은 실체감이 없어 어쩌면 우리가 꿈꾸고 있는 천상, 하늘의 세계일지 모른다. 현실과 완전히 다른 신의 세계는 봉황이 있는 중앙의 화면 가장자리에 살짝 모습을 드러내며 빛으로 은유되고 있다.

박승비_몽유모란-꿈에 깃들다1_장지에 분채_118×118cm_2010
박승비_몽유모란-꿈에 깃들다2_장지에 분채_138×74cm_2010 박승비_몽유모란-꿈에 깃들다3_장지에 분채_138×74cm_2010

봉황이 화려하게 채색되어 모란이 있는 풍경으로 날아드는 한 폭과 두 폭의 연작 「몽유모란-꿈에 깃들다1,2,3」은 현실과 꿈, 상상의 세계가 혼재된 특이한 풍경이다. 붉은 꽃과 푸른 잎 그것을 둘러싼 윤곽선은 매우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어두운 배경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봉황의 자유로움이 꽃의 정기를 발산시키고 서로 흥을 주고받는, 현실과 꿈의 일치를 희망하는 그림이다. ● 박승비는 세계를 이루고 있는 보이지 않은 부분과 보이는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모든 감각을 열고 시간을 들여 자신을 매진하고 단련해 나가는 작가다. 그녀가 원하는 완성되고 자유로운 세계로 도달하고자 보여주는 작업과정 안에서 작가와 우리 모두 그 화해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경험하게 된다. ■ 김미진

Vol.20101224c | 박승비展 / PARKSEUNGBEE / 朴陞秘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