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미술 : 눈 위에 핀 꽃

아트이슈 2010展   2010_1223 ▶︎ 2011_0206 / 월요일 휴관

고정남

개막행사_2010_1223_목요일_05:00pm

심포지움_2011_0121_금요일_01:00pm~06:00pm

참여작가(총38인) 강용석_고정남_김동유_김상돈_김영철_김용태_김철겸_노순택_박건웅_박영균 박진화_박찬경_박희선_서용선_선무_손국연_손장섭_송영옥_신학철_양아치_오윤 유동조_이세현_이반_이시우_이응노_이종빈_이태호_임옥상_전승일_전준호_전화황 조양규_정동석_정원연_최원준_홍균_홍성담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대전시립미술관 DAEJEON MUSEUM OF ART 대전시 서구 둔산대로 99 제1~4전시실 Tel. +82.42.602.3200 dmma.metro.daejeon.kr

분단 시대의 예술, 눈 위에 핀 꽃 ● 전쟁과 일상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전쟁이 일거에 구조를 뒤흔드는 폭력인 반면에 일상은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의 틀이다. 전쟁과 일상은 일시적인 폭력과 지속적인 생활의 틀로 나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구분은 표피적인 것일 뿐이다. 우리 삶 속에 전쟁이 배어 있다. 승리와 패배의 관점. 그것이 전쟁이다. 그것은 평화와 공존보다는 승리를 통한 독점을 목표로 하는 행위이다. 전쟁은 국가나 인종 등과 같은 집단 혹은 기구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폭력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다. 하여 생활 속의 전쟁이나 전쟁의 생활화와 같은 수사가 성립할 수 있다. 한국은 지난 60년 이상을 분단체제 아래서 살아왔단 두 체제는 상호대립하면서 전쟁과 일상의 공존을 경험해왔다. 이 전시는 한반도의 분단체제와 미술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으로서 분단시대의 인간실존, 전쟁의 기억과 쟁전, 현실로서의 분단, 분단을 넘어서라는 소주제로 이뤄졌다. ●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2010년 한 해 동안 우리는 많은 종류의 전쟁과 예술 주제의 전시들을 만났다. 그러나 분단체제를 현실 인식의 주요한 모멘텀으로 설정하고 그 아래서 벌어지는 삶의 정황들을 성찰하는 예술적 발언들이었는지를 묻는다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는 매우 어렵다. 안타깝게도 이들 전시들 대체로 예술의 시각에서 빗나간 편향을 보였다. 전쟁을 다루는 작가들의 마음이 분단의 현실을 예술적으로 성찰하는 데 있어 미진했다. 일부 작가들은 분단현실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리얼리티가 부족했다. 전반적으로 전쟁과 분단, 상처, 기억 등의 문제에 대한 고민이 모자랐다. 국가권력과 언론권력이 결합한 경우는 물론이고, 그런 전시들보다 조금 더 세련된 어법을 쓴 경우에서도 전쟁과 분단 현실을 다루는 시각에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 전쟁은 집단과 집단 사이의 고착화한 구조를 일거에 변화시키려한다. 그것도 인간의 생명을 빼앗기까지 하는 극한의 폭력이다. 인류는 언제나 이 전쟁 폭력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수많은 목숨을 희생해야만 했다. 그 전쟁에 대립하는 개념이 평화다. 그러나 이 평화는 한순간 먼지처럼 사라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우리는 전쟁 이후의 전쟁을 잊고 지낸다. 전쟁의 기억은 지나간 과거의 상처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폭력으로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냉전 또한 일종의 전쟁이다. 그것은 지속적인 전쟁이다. 전쟁은 인간 실존을 말살한다. 전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무고한 생명들, 전쟁으로 인해 인간의 존엄을 빼앗긴 삶들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수없이 목격해왔다. 그 현실을 예술작품 속에 담은 위대한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예술이 인간의 삶과 역사를 성찰하는 기제임을 확인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상돈
김영철
김용태

한국전쟁은 인류사에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희생을 남긴 동족상잔의 비극이다. 한국전쟁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남과 북으로 갈라진 두 정치제제간의 극렬한 충돌이었다. 남과 북의 이념적 대립과 정치체제의 차이는 극단적인 폭력을 동원해서 그 간극을 메우려는 전쟁을 낳았다. 전쟁을 통해서 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극복하려는 발상은 너무나 큰 희생을 남겼다. 그 희생 앞에서 예술가들은 너무나 무기력했다.한국전쟁의 과정과 그 이후에 예술가들이 남긴 전쟁예술은 대체로 유약한 소시민의 그것들이었다. 전쟁을 피해 피난하는 민중들의 고단한 삶을 기록한 그림들, 전쟁의 포화 속에서 폐허로 남은 도시와 산천을 시각언어로 기록하는 일들, 피폐한 삶을 꾸려야 했던 예술가 자신과 가족들, 그리고 민중의 삶을 담아내는 일은 그것이 기록이든, 재현이든, 아니면 그것을 넘어선 표현이든 간에 예술언어의 역동성으로 설명하기에는 미약한 것들이었다. ●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은 20세기 후반의 역사를 규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일제시대 말기에 한반도는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배후기지로서 일제의 전시체제 총동원령에 민중의 삶을 통째로 바쳐야했던 경험이 있다. 이 경우 전쟁은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삶을 지배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전쟁 속의 삶이며 삶 속의 전쟁이었다. 한국전쟁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한반도 전역의 산천초목까지도 전쟁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후 지난 60년 가까이 이어온 전후의 과정 또한 전쟁의 생활화, 생활 속의 전쟁이 지속되었다. 이른바 냉전체제 속에서 지속되어온 생활 속의 전쟁은 전방과 후방, 남과 북 가릴 것 없이 한반도를 거대한 병영체제로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예술은 30년동안 전쟁에 대해, 또는 전쟁 이후에 대해 침묵해야 했다. 물론 일제시대 말기의 일부 예술가들은 전쟁을 찬양했다. 전쟁이 당위성과 승전의 가능성을 부르짖으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총력전의 태세로 참전할 것을 독려했다. 이들 친일예술가들은 전쟁을 다룬 예술의 비극적인 사례를 남겼다.

김철겸
박희선

한국전쟁 이후의 남한은 침묵의 시간을 보냈다. 전쟁의 와중에 예술가들은 나약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을 잃은 상처, 피난삶의 고단함 등을 재현하는 수준이었다. 일부는 종군화가로서 전장의 기록을 남겼지만 지엽적이었다. 우리의 예술적 실천이 전쟁과 전후를 제대로 다루는 것과는 거리가 먼 가장 큰 이유는 전쟁과정과 그 이후의 황폐함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아무것도 이야기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일부 예술가들은 추상언어로서 전후세대의 고통을 담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주장과 달리 그 예술적 성과는 전쟁이나 분단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80년대 이전까지 한국의 예술가들은 전쟁의 기억과 냉전의 고통을 입밖에 꺼낼 수조차 없었다. 있다면 한반도 바깥에서의 일이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하정웅콜렉션은 전화황과 송영옥, 조양규 등의 재일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화황과 송영옥은 두 개로 갈라진 조국의 운명을 풍경화와 인물화 등으로 표현했다. 해방 후에 부산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조양규는 분단과 전쟁으로 인해 조국을 떠나야했던 예술가이다. ● 물론 한반도 안에서도 예외적인 경우가 있었다. 이응노와 이반이다. 이응노는 1950년대에 남긴 작품들 속에 전쟁 장면은 물론 전쟁 배후기지의 모습, 민중의 고통 등을 담았다. 붓그림으로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낸 고암의 태도는 탁월한 리얼리스트의 그것이었다. 그 주옥같은 작품들이 청관재 콜렉션으로 모아져있다. 물론 그가 도불한 1960년대 이후 1989년까지 그가 겪은 냉전체제에 따른 희생은 그의 삶과 예술을 가로지르는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이응노는 한국이 전쟁을 겪었으며 냉전체제 속에서 20세기 후반을 지냈다는 점을 망각하지 않게 해주었다. 이반은 분단체제가 한 개인에게 부여한 인간실존을 작품에 투영한 분단시대의 예술가이다. 그는 자신의 선친과 일가족들이 전쟁당시에 월북하는 바람에 빨갱이자식이라는 딱지를 달고 성장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연좌제의 고통 속에서 예술가로 살아남았다. 1978년에 대한민국미술대전의 대상수상작가 반열에 오른 그는 내면에 분단체제의 억압을 안고 있었다. 민주화시기 이후 그는 DMZ프로젝트를 펼치며 분단미술을 분단극복의 미술로 승화했다.

손국연
손장섭

예술가들에게 한국전쟁과 분단의 현실이 표현의 대상이나 서사의 주제로 떠오른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현실과 발언, 광주자유미술인협의회, 임술년, 두렁 등의 리얼리스트 그룹은 전쟁과 분단을 소재와 주제로 하는 작품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들 가운데는 국공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들도 다수 있다. 오윤과 신학철, 임옥상 등수의 걸작들이 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홍성담을 비롯해서 수많은 예술가와 미술학생들이 참여했던 현장미술은 분단의 현실을 정면돌파하기 위해서 통일운동을 벌였던 시민사회와 학생운동의 흐름과 결합했다. 판화와 걸개와 벽화들이 대학가와 거리에 나타났다. 이후 1990년대의 일상 담론은 1980년대 리얼리즘 미술운동의 거대담론을 대체했다. 그러나 그 시대의 예술 속에 담긴 일상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관념 속의 일상이었다. 그야말로 하루하루 반복되는 개인의 생활 속 감상들을 나열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이 생활 속의 전쟁, 전쟁의 일상화에 주목한 하면서 전쟁의 기억과 분단체제의 현실을 다루는 예술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 예술을 총성없는 전쟁에 비유하는 경우도 있다. 문화전쟁이라는 것이다. 물론 예술은 일종의 전쟁이다. 예술은 가치의 경쟁이기 때문에 나의 가치와 타자의 가치의 경쟁구도 속에서 나의 가치의 소중함을 공동체와 공유하기 위해 인정투쟁을 벌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이 전쟁과 다른 것은 경쟁에서의 승리를 최종의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의제 허백련의 태도에는 삶과 예술을 경쟁적인 관계 속에 놓지 않으려는 통합의 관점이 있다. 이제 우리미술의 역사 속에서 전쟁과 분단의 현실을 살아온 우리의 삶과 예술을 되물어볼 시점이다. 우리에게 전쟁을 진지하게 다룬 예술이 있었는가? 전쟁이 남긴 상처를 기록하고 그 아픈 기억을 성찰하는 예술이 있었는가? 분단체제를 현실로 인식하고 그것을 파고든 예술이 얼마나 있었는가? 분단체제는 분단으로 인해 발행한 대립과 긴장의 연속으로서 그 분단체제를 영원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 본질적으로는 지속적인 전쟁을 의미한다. 분단체제 아래서 전쟁미술을 넘어 평화의 예술이 나오기까지 적어도 3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송영옥
이반

이 전시는 한국전쟁 발발 60년 이후 지금까지 전쟁과 분단, 기억, 실존, 냉전, 현실, 통일 등의 개념으로 읽을 수 있는 분단미술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2차대전 이후 한반도의 분단체제는 우리의 삶을 옭아매는 사슬이었지만, 분단현실을 담은 예술이 본격화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했다. 전후의 극단적인 대립과 이산의 고통 속에서도 이응노와 조양규, 전화황, 송영옥과 등과 같은 작가들이 분단의 현실을 작품 속에 담았다. 1980년대 이후에야 비로소 분단체제의 현실인식에 기반한 분단미술 또는 분단극복의 미술이 본격화 했다. 분단미술에서 통일미술로의 전환 또한 급박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통일의 당위를 선전하는 시각언어들이 이른바 정형성의 미학에 갇히면서 분단미술 또는 통일미술은 프로파간다로 취급당하기 시작했다. 분단현실과 통일의 당위를 거대담론의 차원에서 선언하기에도 급했던 현장미술의 특성 또는 한계 상황 때문이었다. 이후의 예술가들은 전쟁과 평화, 분단과 통일을 말하기 꺼려했다. ● 1990년대 후반기를 지나면서 거대담론이 아닌 미시적 차원의 예술적 성찰이 전쟁과 분단의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동시대의 한국예술가들은 1990년대의 예술가들이 다뤘던 일상의 문제 틀을 다시 정교한 언어로 가다듬고 있다. 전쟁과 분단, 냉전, 통일 등의 언어들이 1980년대식의 거대담론으로 일거에 뭉뚱그려졌듯이, 1990년대 중후반 이후의 일상담론 또한 실체 없이 유령처럼 떠돌았을 뿐이다. 예술가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정서의 독창성마저도 고갈된 메마른 일상의 언어들이 상업주의 미술담론과 만나 자폐적인 언어유희들을 반복재생산 해왔다. 심지어는 미술시장의 요청에 의거해 예술생산의 방향 자체를 틀 지우는 관행을 자책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문제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이론과 실행 프로젝트들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삶 속에 파고든 전쟁의 폭력과 그것에 대한 기억, 분단체제를 일상 속에서 발견하고 성찰하려는 시도들이 그것이다. 미시적인 일상의 수준에서 분단문제를 들여다보려는 거대하면서도 섬세한 시각이 동시대 미술 속에 나타나고 있다. ■ 김준기

부대 행사 대전시립미술관 학술심포지움 『분단시대와 한국 현대미술』 기간_2011년 1월 21일 금요일 13:00-18:00 장소_대전시립미술관 세미나실

1부. 전쟁과 미술 (13:00-14:50) ○ 사회 : 박정구(독립큐레이터) ○ 발제 및 토론     전후 분단현실과 한국미술 : 최열(미술평론가)                                           윤범모(경원대 교수)     서구미술에 나타난 전쟁이미지 : 이태호(경희대 교수)                                                 임재광(공주대 교수)     6.25전쟁기 그림에 나타난 전쟁이미지 : 조은정(미술사학자)                                                          김복기(아트인컬쳐 대표)

2부. 분단과 미술 (15:00-16:50) ○ 사회 : 이윤희(아트센터나비 아카데미 실장) ○ 발제 및 토론     분단체제의 공포와 서사의 윤리 : 오창은(중앙대 교수)                                                  김만석 (미술평론가)     남북의 분단인식과 미술 : 홍지석(단국대 연구교수)                                        유현주(미술평론가)     분단시대의 미술, 눈 위에 핀 꽃 : 김준기(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김종길(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3부. 종합토론 (17:00-18:00) ○ 사회 : 박천남(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토론 : 김유연(독립큐레이터) 전승일(작가) 정준모(국민대 초빙교수)               최금수(이미지올로기연구소 소장) 홍성담(작가) 황석권(월간미술기자)

Vol.20101224i | 분단미술 : 눈 위에 핀 꽃-아트이슈 2010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