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oco No. 33B

도로시 엠 윤展 / DOROTHY M. YOON / photography   2011_0112 ▶︎ 2011_0213 / 월요일 휴관

도로시 엠 윤_Won Gang_디지털 C 프린트, 디아섹_160×112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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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1_011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현대_16번지 GALLERY HYUNDAI 16 BUNGEE 서울 종로구 사간동 16번지 Tel. +82.2.722.3503 www.16bungee.com

갤러리 현대_윈도우 갤러리 GALLERY HYUNDAI WINDOW GALLERY 서울 종로구 사간동 80번지 Tel. +82.2.2287.3500 www.galleryhyundai.com

순백-도로시 엠 윤의 신작들에 표현된 교차와 고유함에 대하여 ● 도대체 이러한 백색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쩌면 젊음의 순수함을 의미할 수도 있고 노년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석고 조각 같이 하얗고 매끈한 소녀의 피부색이나 지나간 과거 속의 일, 혹은 밀가루로 뒤덮인 아직 굽지 않은 빵의 색깔일 수도 있다. 백색은 어떤 문화에서는 신부복의 색상이지만, 또 다른 문화에서는 상복의 색상이기도 하다. 백색은 로베르트 무질의 장편소설, 『특성 없는 남자』의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쌍둥이 연인들이 한가로운 여름날에 사과나무 꽃이 만개한 풀밭에 누워 마치 눈처럼 흩날리는 강가의 하얀색 꽃잎을 바라보는 장면처럼 우리를 평화와 휴식의 세계로 이끈다. 또한 백색은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는 색상이자 과다 노출이 될 수도 있는 색상이며 서리처럼 차가운 색상이기도 하다.

도로시 엠 윤_Si Yark_디지털 C 프린트, 디아섹_90×60cm_2011
도로시 엠 윤_Yee Bee_디지털 C 프린트, 디아섹_150×100cm_2011

도로시 엠 윤의 신작인 「로코코 넘버 33비」 시리즈에 등장하는 젊은 여인들은 불교의 33명의 보살들을 재현한 것으로 인류의 실존적 욕구와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 보살들의 이미지는 이 세상에 반만 존재하는 것 같은, 즉 내세에 속한 존재라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부재의 느낌은 우선 보살들이 지닌 연꽃, 시계, 해골, 광선 등의 상징물로 표현되며, 그들의 눈빛, 몸짓, 자세 등으로도 전달된다. 그들은 존재하려 한다기 보다 스스로에게 거리를 두고 있다. 만약 그들이 소생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죽어가는 것일까? 이 사진들에는 강한 음영과 흑백의 배경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어둠이 깃들어 있다. 작품은 사전에 철저히 구성된 배경과 인위적인 포즈가 두드러지며, 그 안의 아름다움은 거리감이 느껴진다. 어떤 친밀한 느낌이 표현되었다 하더라도 실체적인 것은 아니다. 33명의 보살은 우리와는 다른 세계, 선과 악의 영원한 투쟁의 무대, 즉 빛과 어둠의 세계에 속한 이들인 것이다. ● 그러나 또한 사진 속에는 특유의 '세속적인 것들'이 이러한 비세속적인 느낌의 정반대에 위치하고 있다. 그것은 패션 사진 속 모델들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어깨를 드러낸 옷, 노출된 속살과 다리, 화려한 공단과 레이스로 장식된 옷, 흰 가발의 과장된 컬과 타래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작품의 제목처럼 유럽의 로코코 양식이란 말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로코코'는 바로크시대 말기에 등장한 특정 실내, 패션 양식을 지칭하는 단어로, 고전 미학의 형식적 원칙들이 무너지고, 굽이치는 듯한 유기적인 장식 선이 특징이다. 이 단어는 실내 장식에 등장하는 조가비나 코키유(소라) 모양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성과 연관된 경박하고 가벼운 기법을 뜻하기도 한다. 혹은 결함이 있는 진주를 묘사하기 위해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바로크라는 단어와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두 단어 모두 '바다'에 기원을 두었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보통 그러한 조개 안에는 굴도 들어 있고 더 깊숙이는 반짝이는 진주라는 보물이 들어 있다.

도로시 엠 윤_Bea Kee_디지털 C 프린트, 디아섹_100×150cm_2011
도로시 엠 윤_Yeon Hwa_디지털 C 프린트, 디아섹_90×60cm_2011

로코코 시대는 섹슈얼리티에 대해 다소 농담조로 말하는 듯한 경박한 풍조가 팽배했다. 가령 장-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1767)라는 장난스런 그림을 보면, 한 쌍의 연인이 관음증적인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젊은 여인은 몸에 흐르는듯한 공단으로 된 옷을 입은 채 (그림 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하인이 밀어주는 그네를 타고 있고, 그녀의 애인은 풀밭에 누워 그네가 위로 올라갈 때마다 바람에 펄럭이는 치마 속 풍경을 즐기고 있다. 도로시 엠 윤의 모든 이미지는 다양한 서구 전통을 참조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로코코 시대의 것이고 일부는 바로크 시대의 것과 관련이 있으며, 극히 일부의 작품은 그 이전이나 이후 시대와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 사료적 정확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작품의 이미지들은 모두 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며, 무엇보다 그 안에 표현된 사상이나 작가의 바램, 두려움 등의 정서 또한 모두 현 세대에 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러한 이미지들이 그리스-로마 전통이 부활한 르네상스 시대처럼, 쾌락주의라는 서양 철학과 불교라는 동양 철학의 중간 즈음에 있다고 말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이미지들은 그것이 구현하고 있는 정신적 사상의 기원이나 갈등의 여부보다는 그러한 두 세계 모두에 속해 있다는 그 사실 자체를 표현하고자 하고 있기 때문이다. ● 동아시아 예술에 바로크나 로코코, 낭만주의 시기라고 말할 수 있는 문화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아시아는 고유의 철학과 전통에서 출발한 특유의 문화가 자리한다. 따라서 이러한 이미지들을 보는 일은 오늘날 문화적 경계가 혼재된 지역을 탐험하는 경험과도 유사할지 모른다. 서구적 스타일을 흡수한 예는 한국, 일본, 중국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일본은 표현 방식, 즉 '스타일'과 전통 요소를 어우러지게 표현해 왔다. 작가 주변 사회에는 개인적인 성취감을 중시하는 현대적 가치뿐만 아니라 이와 대치되는 가족과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불교나 유교문화 또한 여전히 건재하고 있는데 (물론 한국에는 '현대적', '서구', '기독교'적인 문화 역시 쉽게 볼 수 있다) 그녀의 이미지에서는 바로 이러한 두 세계 가치관의 충돌을 엿볼 수 있다.

도로시 엠 윤_Ma Rang Bu_디지털 C 프린트, 디아섹_150×100cm_2011
도로시 엠 윤_Ji Ryeon_디지털 C 프린트, 디아섹_90×60cm_2011

작품 속 젊은 여인에게 현실성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개개인을 즐겁게 하는 패션, 영화, 대중문화 산업이 넘쳐난다. 한편 사회와 (대개) 가족은 강한 도덕적 요구와 의무를 기대한다. 미혼자들의 순결, 기혼자들의 신실함, 여전한 남성우월주의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대적 가치관은 현재 한국과 동아시아에서 전통적 가치관의 뿌리를 서서히 잠식해가며 수많은 여성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대 여성들은 강한 도덕적 의무에 종속되면서도 그러한 의무감에서 또한 이탈하고 있다. ● 도로시 엠 윤의 이미지는 자신의 역사는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서구적 사고 방식을 탈피함으로써 기존 서구 예술사의 전복을 꾀하고 있다. 식민지 시대는 오래 전에 바로 그러한 '역사적 고유성'에 대한 인식을 뒤집었다. 가령 서구 예술과 건축을 재해석하는 일은 오랫동안 한 지역의 다양한 정체성을 증명하는 방법 중의 하나였다. 사실 우리 모두는 수많은 문화와 가치관들의 중간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문화 및 그 가치관 안에 갇혀 있다. 나는 '서구' 사회 주변 일상에서 아시아적 요소가 불쑥불쑥 끼여 있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단순히 음식이나 가라오케에서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스타일, 색상, 사회 현상에서도 발견되는 것들이다. 이제는 서구사회 역시 아시아 문화에 대해 배우려고 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머지않아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문화를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다양한 선택의 모호함과 가능성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더 나은 미래에는 아마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성적 정체성 또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양인이 동양적 가치관을 가질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으며, 다양한 문화적, 성적, 인종적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와 가치관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폰투스 키안더

Vol.20110103f | 도로시 엠 윤展 / DOROTHY M. YOON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