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하는 이미지

이정아_장보윤展   2011_0111 ▶︎ 2011_0117 / 공휴일 휴관

이정아_만들어진 시간 #1_C 프린트_60×100cm_2010

초대일시_2011_0111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공휴일 휴관

갤러리 이드 GALLERY ID 충북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2가 80-4번지 충북빌딩1층 Tel. +82.10.5645.2199 cafe.naver.com/storyart21

연상하는 이미지 ● 아주 오래전 나는 집안 책꽂이에 오랫동안 꽂혀있던 사찰 기행 사진집을 우연히 펴 본 적이 있다. 그 후로 나는 다시 그 사진집을 찾을 수 없어 정확히 어떤 제목의 책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사진집은 산사와 주변의 소박한 모습들을 담고 있었다. 그 사진들 중 내가 제일 좋아했던 한 사진에 대한 인상이 지금도 분명히 남아 있다. 고목 한 그루. 오래도록 돌담 사이에서 자라나 반세기는 훨씬 넘을 삶을 살았을 법한 나무 사진 한 장. 그 거칠고 두꺼운 뿌리들이 돌 틈 사이를 비집고 있던 부분은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다. 부드러운 흙밭이 아닌 거친 돌더미들 속에서 살아난 그 나무는 내게 하나의 숭고한 이미지로 남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지금의 나는 정확히 그 나무에 대한 묘사를 할 수도 없을 뿐더러 과연 그 나무의 뿌리가 어떤 크기였고 어떤 생김새였는지를 정확하게 설명 할 수가 없다. 나의 육안으로 보았던 사진 속의 나무는 이미 더 없이 연약하고, 한시적인 무엇인가의 흔적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내게 그 나무에 대한 기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미지의 잔상으로만 지속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오래전 한 장의 나무 사진을 접한 이 후로 나는 비슷한 생김새의 나무 등을 마주하면 무의식적으로 오래된 그 사진첩 사진을 반복하여 떠올린다. 이것은 순간적이고 비의지적으로 현현하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 이정아, 장보윤 작가의 전시에서 연상하는 이미지란 이미지를 보고 그로부터 무엇인가를 연상하는 방법이 아닌 이미지가 스스로 연상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써 이미지 자체에 어떤 생명과 다양한 표정을 배태하도록 허락하는 표현이다. 즉, 연상하는 이미지는 보는 이가 그것을 마주함과 동시에 관찰자뿐만 아니라 관찰의 대상이 되는 이미지 스스로 그 순간을 경험하며 목도하고 또 다른 상념들을 풀어내거나 하며 서로간의 심리적 흐름을 가지고 자신의 표정들을 말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것은 관찰자와 그 대상이라는 일방적 관계에서 이루어 진다기 보다 관찰자는 이미지를 마주 봄으로써 다른 유사한 이미지들과의 연결이나 과거의 회상, 혹은 미래의 관념들을 불러일으키고 대상은 그 스스로 그러한 이미지들로 전이하며 반복적인 자기 자신을 노출하며 거듭하는 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정아_만들어진 시간-순간_C 프린트_27×160cm_2010
이정아_만들어진 시간-기억_C 프린트_77×150cm_2010

이정아의 「만들어진 시간」속에 등장하는 시계들은 작가가 마주한 현실에 대한 공포와 소외를 대변한다. 이정아가 만들어진 시간 속에 등장하는 화분은 시계와 반대되는 것으로서 생명이자 세계의 공포를 경험하고 성장하는 이정아 스스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아가 만들어내는 일련의 사진 연작은 작가의 내면에 스스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은유로서 일종의 기록 풍경화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시각을 알려주는 기능을 하는 시계추를 시계로부터 분리시킨다. 그리고 분리된 추는 빛의 조절에 따른 촬영으로 연속적인 프레임 속에 담겨지고 유동적인 이미지로 거듭난다. 이제 작가가 만들어낸 구조들은 일련의 이미지로서 단순한 물리적 구도의 프레임을 벗어나 유기적인 공간성을 누리며 이야기하고 소통을 꿈꾸고 바라는 듯이 보인다.

장보윤_임무-장면 1_피그먼트 프린트_45×64cm_2010
장보윤_임무-장면 2_피그먼트 프린트_45×64cm_2010
장보윤_임무-장면 3_피그먼트 프린트_45×64cm_2010

장보윤의 「임무-7번국도」는 일상의 스냅사진들 속에서 선택된 것으로 장보윤에게 어떤 애틋함 내지 시선을 끌도록 하는 것들이다. 장보윤에게 중요한 것은 이미지들의 일상성 속에 기록된 순간과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사이에 장보윤 스스로 느끼는 심리적 반향들이다. 이러한 감정적 반향은 장보윤이 작업을 진척시키는데 시발점이 된다. 감정적 일깨움은 때로는 일상적으로 또는 오랜만에 과거 속에서 불연 듯 되살아난 생경함으로 장보윤에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내 스스로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고 생성과 소멸의 순환과정을 반복하는 것들이다. 장보윤은 이미지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어떤 예우처럼 그 앞에서 계속하여 연상하기를 고집하는데 어느 순간 그 연상들은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각각의 이미지들은 독립된 이야기를 저마다 계속하기 시작한다. 장보윤은 이러한 연상을 이미지가 불러일으키는 심리적 괴리와 서사적 형식을 빌려 하나의 내적 기록물 내지 보고서로서 제시하는 것이다. ● 결국 이정아와 장보윤의 작업에서 마주하는 이미지들은 보는 이에게 어떤 연상을 불러일으키고 그 자신도 그러한 연상을 계속하며 어디에도 귀결되지 않을 존재들이다. 비록 고정된 각각의 이미지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모습을 단순히 상정하기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새롭게 재현하는 것이다. 이정아와 장보윤은 필연적으로 이미지가 지시하고 재현하는 것과 그것이 연상하게 하는 것 사이에서 이정아와 장보윤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들 앞에서 '연상하기'를 계속할 것이며 동시에 이미지들로부터 또 다른 연상을 작업으로 풀어 낼 것이라 짐작해 본다. ■ 장보윤

Vol.20110104f | 연상하는 이미지-이정아_장보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