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적-인

2011_0111 ▶ 2011_0125 / 일요일 휴관

김소철_송별이 끝나고_텍스트를 찍은 벽지_가변 설치_2010

초대일시_2011_0111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사라_김소철_김혜미_민서정_배남경 배수경_신수진_이은경_장양희_제소정

후원_갤러리 우덕은 (주)한국야쿠르트가 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장소입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우덕 GALLERY WOODUK 서울 서초구 잠원동 28-10번지 한국야쿠르트빌딩 2층 Tel. +82.2.3449.6071~2

관계적-인 : 人과 印을 이야기하기 ● 본 전시, 『관계적-』은 '관계'를 작업의 화두로 하는 전시이다. '관계'라는 주제는 많은 작업 속에서 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되풀이되어 거론되는, 그다지 특이하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은 주제이다. 그러나 2011년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서 '관계'를 새삼 화두로 내세우는 데에는 주제적으로는 '사람'이라는 존재를 '관계'의 개념을 통해서 재고하려는 시도, 방법적으로는 '판화'라는 매체를 '관계'라는 의미 안에서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 참여하는 10명의 작가들의 작업에는 '관계'에 관한 이와 같은 원칙적인 공감대가 있지만, 구체적인 면면을 살펴보면 '관계'라는 주제에 대한 각기 다른 관념과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 人 우선 이들이 주목하는 관계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특히 사람의 신체는 우리를 둘러싼 시공간적 접점이자 외부 세계와 내면의 정신세계의 매개체로서 파악되는, 관계적이고 중의적인 것이다. 이러한 인체가 시각적으로 극명하게 드러나는 이은경과 제소정의 작업에서 뿐만 아니라, 비록 가시적으로 사람의 신체가 드러나지 않는 작가들의 작업조차도 본질적으로는 '사람'에 관한 관심을 담고 있다. 커다란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 묶여 있는 우리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관계'를 통해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을 한다. 비록 각자 다른 상황, 다른 사연들을 가지고 있더라도 말이다. 우리의 삶이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타인이나 그 어떠한 것과의 만남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를 통해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련의 사건들의 연속인 것이다. 이러한 성찰에서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관계의 내용은 유사한 듯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 자신의 주변에 관한 구체적인 서술에서부터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관계에 대한 여러 단상들, 그리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간의 무관심함에서 비롯된 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드러내거나 일상의 반복되는 순간들 속에서 사소한 관계들을 발견하여 끄집어내기도 한다. 또한 가족이나 현대 사회 속에서 발생하는 관계에 집중하여 집단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정체성 인식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작업을 통해 관객들과 관계 맺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은경_친구라면_리소그래피_70×50cm_2010
민서정_끝 없이 이어지는 벽_석판화, 에칭, 콜라주_99×219cm_2010
김혜미_초록 방_우드컷, 실크스크린, 콜라주_100×70cm_2009

김소철의 작업은 간결한 텍스트와 사진, 현장에서 채취한 물품이라는 객관적인 기록물의 형태를 띠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의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오는 그리움이라는 매우 개인적인 감정을 풀어내는 것이다. 이은경은 친밀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집착'이라는 감정을 자웅동체의 형상을 띤 인체를 통하여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민서정은 일상 속에서 포착한 소소한 것들에 대해 느끼는 자신의 복합적인 감정을, 화면에 얽혀 있는 이질적인 대상들의 긴장 관계를 통해 은근하게 드러내고 있다. 기하학적인 공간 안에 갇혀진 나무 뒤로 숨겨진 인체를 통해, 사회적 관계 맺기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는 김혜미의 작업 역시 또 하나의 개별적인 관계 맺기이다. ● 그런가하면 제소정과 장양희가 다루고 있는 '관계'는 사회라는 큰 틀 안에서 비롯되는 관계인데, 그에 따른 권력 구조에 대한 언급을 통해 반사회적 의식을 드러낸다. 세심하게 묘사된 인간 군상을 통해 현실의 갈등과 대립적인 관계를 반어적으로 구현해내는 제소정의 관계 맺기는 유희적으로 표출된다. 이에 반해 장양희의 작업에서는 사회라는 커다란 구조 속에서의 개인들이 독립적인 인격체가 아닌, 사회의 구성 요소로서의 기능적 역할만을 가진 익명적 존재로서, 다소 어두운 톤으로 표현되고 있다.

제소정_따로 또 같이_에칭, 애쿼틴트_92×120cm_2010
장양희_Anonymous Face_혼합재료_가변 설치_2010

印 이 전시를 통해 두 번째로 언급하고자 하는 관계는 '판화'라는 매체에 관한 문제이다. 비록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이들은 판화의 '찍는다'라는 행위를 통한 판과 종이라는 두 상반된 면의 맞닿음, 그렇게 생성된 관계로 인한 표현적 문제 뿐 아니라 개념적인 문제에까지 고민을 확장하고 있다. '찍는다'는 것은 판이나 형을 바닥에 대로 눌러 자국을 내고 이미지가 나타나게 하는 행위를 상정하는 동시에, 어떤 틀로 규격이 같은 물건을 만들어 그 모양을 옮겨내는 행위라는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판을 찍는다는 것은 단순한 행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이미지로 표현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숙고와 노고를 담은 시간의 흐름을 토대로 한다. 판을 만들고 그 판에 색을 입히고 다시 다른 곳에 찍어내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 판화의 특성상, 드러나는 이미지는 직접적이기보다는 완곡하게 표현될 뿐 아니라, 즉흥적이기보다는 심사숙고하며 차근차근 공정을 거쳐 가는 시간을 담고 있다. 『관계적-』의 작가들은, 이렇게 대상을 이미지나 흔적으로 전환시켜 기록하는 프로세스인 '찍기'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관계에 대한 시각들을 조심스럽게 드러내려 하고 있다. ● 목판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배남경과 김사라의 작업에서는 '각인(刻印)'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배남경은 새기고 찍어내는 과정을 통해 흘러가는 시간의 한 순간을 붙잡아 마치 불멸의 것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 이러한 작업은 '애정'으로 묶여진, 그가 소재로 삼는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관계적 무리의 형상을 다루는 김사라는 근원적으로 불안함을 안고 있는 사람의 존재적 유한함을 극복하려는 동시에 그 한계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갈등의 과정을, 목판을 새기고 찍어내는 표현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배남경_탱고_우드컷_110×78cm_2009
김사라_두 사람_나무에 평판인쇄_100×70cm_2009
배수경_얼굴 지우기_에칭_13×10cm, 13×10cm, 11×8cm_2009

판화의 찍기 과정을 통해서는 판과 종이 뿐 아니라, 판과 판, 찍혀지는 색면들이 자의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그로 인해 형성되는 시각적 효과를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판화의 중첩의 개념과 효과를 대상화하는 인물과의 관계 맺기에 적용하는 배수경의 작업은, 인물의 이미지를 지워내고 변형시켜 만든 판들을 겹쳐 찍어냄으로, 다층적이고 다각적인 관계를 형상화한다. '찍는다'는 행위는 신수진의 작업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여기에서는 참여한 사람들의 손가락들이 판이 되어 커다란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작업에서 지문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지시(index), 정체성(identity)의 기능을 하기 보다는, 새로운 관계와 소통을 이끌어내는 교차점이 되고 있다.

신수진_Scattered-100인의 지문_실크스크린_115×145cm_2011_부분

이렇듯 '관계'라는 모호하면서도 주관적인 해석이 가능한 주제를 공통의 개념으로 엮어주는 것은 '인(印)', 즉 판화라는 매체적 개념과 표현적 특성에 기반을 두어 작업을 진행시킨다는 것과, 때로는 긴장과 대립, 때로는 친밀이나 융합이라는 관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인(人)', 즉 관계의 주체로서의 사람 자체의 실존적 문제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몇몇 작가들은 매우 개인적이고 일상적 맥락에서, 또 다른 작가들은 관념적이거나 사회적인 차원에서 서로 다른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관계'로 귀결되는 전시, 『관계적-』은 관계를 떠나서는 존속할 수 없는 유한한 인간의 존재를 이야기하고 있다. ■ 신수진

Vol.20110111b | 관계적-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