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성-나를 만나다

조인호展 / CHOINHO / 趙寅浩 / painting   2011_0114 ▶︎ 2011_0122

조인호_見性 - 월출산 천왕사에서 천황봉_순지에 수묵_130×162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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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114_금요일_05:00pm

후원_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_한국전력공사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공휴일_10:00am~05:00pm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KEPCO ARTCENTER GALLERY 서울 서초구 쑥고개길 34(서초동 1355번지) 한전아트센터 1층 Tel. +82.2.2105.8190~2 www.kepco.co.kr/gallery

KEPCO는 사회공헌활동으로 문화예술발전을 위하여 창의성이 뛰어나고 작품 활동에 열정을 가진 작가를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한전아트센터갤러리에서 조인호 작가의 개인전 『견성見性 - 나를 만나다』를 선보입니다. ● 조인호 작가는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동대학원 졸업 및 박사과정 수료하고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와 성신여자대학교, 경북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화단의 역량 있는 젊은 작가입니다. ● 조인호 작가는 이동시점과 여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전통적인 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다시점과 이동시점은 운동감을 극대화시키며, 적극적으로 사용된 여백은 박진감을 더 합니다. 이것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동시대의 사회상이 투영된 은유라 할 수 있습니다. ● 이번에 선보이는 근작은 작가의 월출산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관람객 여러분이 마치 월출산을 등산하는 느낌을 맛볼 수 있도록 연출되어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갤러리에서 산행을 하는 신선한 경험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자연의 의미와 작가가 정한 제목 『견성見性 - 나를 만나다』처럼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조인호_월출산 둘레길 - 벚꽃길_순지에 수묵_35×130cm_2010

영암에 위치한 월출산은 암산이다. 6천만년전 화강암이 솟구쳐 올라와 만든 산이라고 한다. 언젠가 광주에서 나주를 거쳐 해남 가는 길에 먼발치에서 월출산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아침 햇살에 바위들이 소금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바닷가로 줄달음질치던 대지가 마지막 숨을 고르듯 잠시 멈춰 솟구쳐 오른 느낌이었다. 조인호의 작업실에서 그 월출산을 다시 보았다. 그는 몇 차례 월출산을 등반하고 온 체험, 소회를 그림으로 연출했다. 월출산의 정경을 사생하거나 그림으로 재현했다기 보다는 그 월출산을 보고 온 여정, 시선, 감정, 깨달음 등을 복합적으로 떠올려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월출산을 매개 삼아 산을 가는 이유와 그 산을 그리는 이유, 그리고 도대체 산이란 우리에게, 적어도 작가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그림이란 생각이다.

조인호_見性 - 월출산 구름다리_순지에 수묵_162×130cm_2010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월출산을 가게 되었다. 그는 꽤 오래 전부터 줄곧 산을 그려왔다. 무엇보다도 산을 그리는 방식이, 내겐 흥미로웠다. 다양한 시점을 한 화면에 공존시키는 것과 제각각의 위치에서 내려다보거나 올려다 본 풍경이 치솟거나 아래로 흘러내리고 사방에서 소용돌이치는 듯한 그 역동적인 구도가 인상적이었다. 다소 멀미가 날 정도로 급격한 동세와 움직이는 상황연출은 고정시점이나 단안에 의한 시선의 독점을 지워나간다. 그것은 이미 전통회화 안에 자리한 이동시점을 연상시킨다. 동양화에서 고정된 하나의 관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에 대한 다양한 시점과 시각이 한 화면에 공존해왔다. 세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는 정지태가 아니라 운동태며 존재가 아니라 생성이고 또한 고정이 아니라 무한한 떨림으로 진동한다. 따라서 그 응시법은 다원적 시점이고, 움직이는 시점, 복판에 내재한 시점이었다. 시점을 풍경의 복판으로 옮겨가는 것, 그림 안에서 움직이는 관점은 다름 아닌 실존의 시선이다. 풍경 안에 자리한 인간의 몸 역시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동중이다. 결국 세계는 망막으로만 판독되고 재현될 수 없다. 세계는 몸으로 만난다. 체험한다.

조인호_見性 - 구름다리에서 천황봉_순지에 수묵_130×190cm_2010

조인호의 수묵으로 그려나간 치밀한 산수풍경은 그런 시점, 운동감을 극화한다. 보는 시점에 따라 구분되는 장면의 경계는 박진감 나는 여백, 연기처럼 홀연 피어오르는 빈 공간으로 남는다. 그 지점이 묘하게 환각적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단지 전통적 시점의 복원이나 응용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가 당대를 보는 인식과 결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지닌다. 그는 동시대를 역동적인 사회라고 파악한다. 아울러 상대주의와 다원주의 사회라고 생각한다. 사실 오늘날 획일적이고 강제된 하나의 관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관점을 지니고 세계를 본다. 이해한다. 따라서 작가는 가능한 여러 시점에서 세계, 대상을 보고자 한다. 이른바 총체성이랄까, 전체를 보고 이해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여러 시점을 한 화면에 공존시키며 드라마틱하게 그림을 그리는 이유 또한 그 상대주의, 다원주의와 역동적 사회인 현실에 대한 은유인 셈이다.

조인호_見性 - 천황봉에서 구정봉_순지에 수묵_190×130cm_2010

이번 근작은 월출산의 구정봉에서 360도로 바라본 풍경을 담았다. 월출산 초입부터 구정봉까지 오르는 여정도 담았다. 그는 산행을 하면서 그 장면을 계속해서 촬영을 했고 이 사진을 바탕으로 여정을 재구성해 그림을 그렸다. 전시장에 설치된 그림들은 관자들로 하여금 월출산을 실제 산행하는 듯한 체험을 안겨주려는 배려에 의해 구성되었다. 크게 세 가지 동선이 고려되는데 산의 외부에서 본 산, 내부에서 본 산, 그리고 정상에서 본 산이 그것이다. 산은 결코 한 모습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산의 밖에서 본 풍경과 산의 내부로 들어가면서 접하는 숱한 장면은 동일하지 않다. 또한 올라가면서 보는 장면과 내려가면서 보는 풍경 또한 다르다. 그는 저마다 다른 세계를 견에 모필로 그렸다. 수묵으로 담은 생명체인 산은 기이한 힘으로 꿈틀거린다. 원형으로 둥근 공간에 그림을 펼쳐 마치 산 전체를 순서대로 소요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한편 걸개그림 처럼, 휘장처럼 걸어둔 그림들은 그 사이로, 산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고조시킨다. 이 프레임연출과 배치 역시 다분히 전략적인 설치에 의해 견인되고 있다. 아울러 산의 내부로 성큼 걸어 들어가는 장면은 커다랗게 다가오는 풍경으로 인해 거칠고 즉흥적인 필치로 그려진 반면 멀리서 조망하는 풍경은 치밀하고 조밀한 붓질로 그려졌고 산정상에서 본 풍경 그림은 붓질이 조금 흔들렸다.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자신의 신체, 신경을 반영하는 붓놀림이다. 그러니까 붓질 역시 그 산행의 체험, 몸의 반응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두고 있다.

조인호_見性 - 월출산 구정봉_순지에 수묵_100×65cm_2010

그는 월출산의 한 봉우리인 구정봉에 올랐다. 그곳에는 아홉개의 구멍이 있어 그 작은 물구덩이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새삼 산에 온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것은 다름아닌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기 위해서다. 산을 찾는 이유는 산의 정경을 만나기 위해서지만 동시에 세속으로 부터 탈주한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이다. 이른바 '견성見性'인 것이다. 구조화된 사회의 틀 속에서 사는 자신을 반추하는 일이며 일상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사람들은 산을 찾는다. 산에 오른다. 자신의 본성을 보고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산을 가는 것이다. 여전히 오늘날도 전통적인 산수에 유사한 산수풍경이 그려지는 이유를 작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옛 선비들이 산을 찾은 이유 역시 그러하다. 그들이 자연에 기거한다는 것은 인간사회에서의 역할, 즉 실용적 용도에서 해방되어 쓸모없는 무용의 삶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것을 증거하는 일이다. 더 이상 사회의 속박을 받지 않고 정신적 자유를 얻겠다는 의지다. 그것이 이른바 은일사상일 것이다. 당시 선비들은 산에서 무한정 넓은 자연을 보고 감탄하면서 위대한 자연 앞에 왜소한 자신을 돌이켜보았고, 좁은 식견과 천근한 학문을 하염없이 탄식했을 것이다. 자신이란 존재를 서늘하고 명징하게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오늘날 조인호는 그러한 정신을 되새겨 자신을 월출산 정상에 올려놓았다. 구정봉에 있는 아홉개의 물구덩이에는 물이 마르지 않고 담겨 있어 그 안에 비친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을 것이다. 세상을 떠나 산 정상에 온 이가 본 것은 결국 이처럼 자신의 내면이었다. 그는 그렇게 견성하고 그로인해 자기 삶을 모서리에 위치시키며 나아가는 어떤 힘을 부여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월출산의 바위에서 받은 정기는 그런 힘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 박영택

Vol.20110114d | 조인호展 / CHOINHO / 趙寅浩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