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sweet Utopia

이미연展 / LEEMIYEON / 李美娟 / painting   2011_0126 ▶ 2011_0201

이미연_Bittersweet Utopia_장지에 채색_55×160cm_201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00pm

갤러리 라메르 GALLERY LAMER 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번지 홍익빌딩 Tel. +82.2.730.5454 www.gallerylamer.com

이미연의 핑크월드, 달콤한 행복을 꿈꾸는 유토피아 "어쩌면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더 불행해 지는지도 모릅니다. 모두 행복한 꿈을 꾸고, 그 미래는 희망으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런 꿈을 잃고 현실 속에서 방황하게 되어버린 걸까요? 어째서 꿈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지~. 나도 그동안 꿈을 잃고 살면서 일생의 긴 시간을 보내온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나는 그 잃어버린, 잊고 있던 꿈을 다시 꿀 수 있는 시간을 그려내고 싶어요."_이미연

이미연_달콤한 그네_장지에 채색_53×45.5cm_2010

재작년 대학원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이미연은 그녀의 말처럼, '꿈속에 사는 공주' 같다는 첫인상으로 기억된다. 온갖 소지품부터 그림까지 유독 핑크색을 좋아하던 모습이 색달랐다. 보통 파스텔 톤의 연분홍은 밝고 경쾌함의 상징이다. 뭔가 신비로운 마술이 눈앞에서 펼쳐져 내 몸을 깃털처럼 가볍게 들어 올려 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이미연은 그런 핑크를 사랑한다. 그림 속 핑크색은 환상적인 마술의 꿈속으로 초대해줄 신비의 묘약이다. 이미연은 그런 작품을 통해 잠시 방전됐던 '순결한 꿈의 에너지'를 다시 재충전시켜주고 있다. 그녀만의 특별한 핑크월드로 지금 초대한다.

이미연_Fly_장지에 채색_80.3×116.8cm_2010
이미연_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휴식_장지에 채색_116.8×91cm_2010

미미~, 너는 알고 있니? ● 지금의 핑크색 작품이 시작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작업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던 시기에 엄마와 들른 동네 마트, 우연히 지나치던 완구코너에서 옛 친구를 만난다. 그것은 바로 인형들의 집이었다. 마론인형 미미, 쥬쥬, 바비…. 특히 '미미의 집'은 세상에서 원하는 건 모두 갖춰져 있던 마법 상자와 같았다. 그 애들은 가슴 깊이 묻어뒀던 비밀도 함께 나눈 나의 반쪽이었다. 실제 그녀들의 나이도 1982년 출시됐으니 작가와 동년배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때 나눴던 얘기들, 세상의 가장 큰 행복을 공유했던 그 친구의 얼굴조차 가물가물 흐려졌다. 대신 '어른'이란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뭔지 모를 허전함은 어찌 채울 수가 없다. 마치 구멍 난 모래주머니에 모래 한줌씩을 쉼 없이 계속해서 집어넣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마구 가슴 뛰고 설레던 행복감을 드디어 그 '인형의 집'에서 다시 찾은 것이다. "미미야, 우리가 그때 불렀던 행복의 세레나데,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 넌 분명 내 조각난 행복한 기억의 퍼즐을 다시 맞춰줄 수 있을 거야!" 이미연 작가가 스스로 '애어른'이 되어 그린 '미미의 집'은 분명 먼 옛날 꿈같이 행복했던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회귀본능의 표현일 것이다. 적어도 '미미의 집'이야말로 이미연에겐 더없이 큰 행복을 선사하는 유토피아의 관문임에 분명하다.

이미연_Sweet tea time1_장지에채색_90×90cm_2010

행복은 결코 멀지 않아요 ● 꿈꿀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과연 그렇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가끔 일상의 무게에 치여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꿈과 희망의 설렘도 잊어버리기 일쑤다. 이미연은 바로 누구나 품었음직한 행복한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림에서 그럴듯한 폼이나 불필요한 무게를 뺐다. 기름기를 쫙 빼서일까, 담백하고 고소한 느낌이 살아 있다. 간혹 일부 작가들은 예술은 고차원적이어야 하고, 거창한 논리와 심오한 미학 혹은 철학적 신념을 품고 있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곤 한다. 물론 그런 경우도 필요하겠지만, 그래야만 좋은 작품이거나 훌륭한 그림이 되는 필수 덕목은 아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이호섭 작곡가가 트로트에 대해 '불필요한 기교나 무게를 빼고, 자신의 삶의 표정이 솔직하게 묻어날 때 제대로 된 참 맛이 전달된다'고 평하는 것을 들었다. 그림도 다르지 않다. 좀 쉬우면 어떤가.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고 흥얼거리기 쉬운 대중가요처럼, 이미연 역시 그렇게 편안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 자신의 고민과 관심사가 진솔하게 묻어나는 그림에서 진한 행복감을 느낀다는 그녀의 고백. 그것은 이미연의 작품을 이해하는 첫 번째 키워드이다. 난해한 해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동시대를 살았던 감성이라면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코드다. 다시 그 행복했던 시절로 잠시나마 되돌아가고 싶다는 솔직한 고백이다. 행복은 그 무엇보다 강렬하게 전이되는 바이러스와 같다. 누구나 그 어떤 것보다 갈망하는 것이 행복에 대한 욕구이다. 구하면 얻게 되고 원하면 이뤄지듯, 행복에 대한 갈급함이 절실하면 그 꿈은 현실이 된다고 믿는다. 마치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나 로젠탈(rosenthal)처럼, 이미연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 우리도 '행복은 꿈속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음'을 이야기 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 행복바이러스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전염되길 고대하면서….

이미연_이젠 날 위한 자리 좀 마련해줄래?_장지에 채색_21.5×33cm_2010

쌓일수록 투명한 전통색감 ● 이미연의 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잘 버무려진 팬케이크 같다. 이미 한참이나 지난 추억을 다시 길어 올려 그 여운으로 값진 행복감을 얻는다. 작품의 표현기법 역시 작품의 주제와 마찬가지로 전통과 현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그녀의 작품은 얼핏 보면 아주 재기발랄한 현대적인 미감이 돋보이지만, 설상 살펴보면 지극히 전통적인 제작방법을 따른 것이다. 그것도 아주 치밀하고 세심함을 요하는 전통 채색기법이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전통 채색기법은 아주 여러 단계를 거쳐야 완성된다. 겉으로 보이는 색감을 얻기 위해선 최소한 5~6번 혹은 7~8번을 반복해 채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3~5겹의 얇은 한지가 합쳐진 장지 바탕에 아교와 백반을 섞어 3~5회 가량 아교포수를 하는 것이 첫 시작이다. 그 후에 기본 바탕 색 입히기, 스케치를 장지 위에 본뜨는 작업, 형상을 따라 기본 색 올리기 등을 마친 다음에야 본격적인 채색 작업에 들어간다. "요즘 젊은 동료 작가들 사이에선 새로운 재료사용과 실험성 강한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저도 자극을 받고 있지만 한국화 재료인 종이와 분채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깊이에 더욱 매료됩니다. 다른 재료들을 사용해봤지만 종이에 분채나 석채를 사용했을 때만큼 제 감성이 잘 드러난 적이 없더군요. 한국화 전통기법에 대한 짝사랑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아요." 이미연의 작품이 쉽고 가볍게 느껴지는 첫인상과 달리, 볼수록 묘한 깊이감과 정성이 묻어나는 이유가 바로 전통 채색기법을 충실하게 따랐기 때문일 것이다. 겹치고 중첩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욱 투명하고 선명해지는 전통채색법의 색감처럼, 이미연의 지난 소중한 추억도 한 겹 두 겹 쌓여가면서 그녀가 꿈꿨던 행복한 세상을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연_Sweet days_장지에 채색_55×33cm_2010

그림은 달콤한 연인처럼"무엇이 되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인정받기 위해서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림 그리는 일 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마음대로 작업이 잘 안 풀릴 땐 정말 괴로운 것이 사실이죠. 그래서일까요, 그림은 꼭 서로 밀고 당기는 신경전 속에서도 소중한 존재인 연인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그림이 얄미운데 참 좋아요~" 옛말에 '知之者 不如好之者(지지자 불여호지자) 好之者 不如樂之者(호지자 불여락지자)'라 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말이다. 이미연의 그림 역시 시작은 '즐거운 상상놀이'다. 행복에 대한 간절한 열망, 꿈을 좇는 꿈바라기처럼 그림을 통해 즐거운 행복을 얻고 있다. 그녀가 그린 여러 소재 중에 '플랫슈즈'와 '컵케이크'가 있다. 플랫슈즈는 발레리나의 신발처럼 발도 편하고 모양도 앙증맞고 참 예쁘다. 그녀는 '예쁜 신발을 신으면 그 신발이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는 말을 믿는다. 가장 행복했던 꿈속으로 그녀의 플랫슈즈가 데려다 줄 것으로 믿고 있다. 또 평소 단 음식을 좋아해서 유독 컵케이크를 즐긴다는 그녀. 그래서 친구들과 수다 떨면서 먹는 달콤한 컵케이크와 커피 한 잔에서 더없이 큰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일상의 작은 것을 통해 행복한 동화 속 주인공처럼 살아갈 수 있는 그녀야말로 진정 '즐길 수 있는 행복'을 아는 작가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중심에 그림이 있다. 그 그림 속에선 '꿈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런 긍정의 힘과 이미연만의 감성으로 태어난 그림이 만나, 그녀만의 꿈과 희망을 노래한다. 그것은 가장 즐거운 추억에 대한 상상 그 이상이다. 이미연의 핑크월드, 그곳은 달콤한 행복을 만날 수 있는 꿈속의 유토피아다. ■ 김윤섭

Vol.20110126e | 이미연展 / LEEMIYEON / 李美娟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