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crevice

강윤정展 / KANGYOONJEONG / 姜玧庭 / painting.installation   2011_0214 ▶︎ 2011_0226 / 일요일 휴관

강윤정_Draw-crevice展_갤러리 분도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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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214_월요일_06:00pm

청년작가 프로모션展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분도 Gallery Bundo 대구시 중구 대봉동 40-62번지 P&B Art Center 2층 Tel. +82.53.426.5615 www.bundoart.com

작품을 가로 지르는 선의 문법 ● 인간의 눈이 식별해 낼 수 있는 크기의 한계가 작게는 0.1mm 이하 수준에 이른다. 바로 종이 한 겹의 차이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언뜻 인지하기 어려운 그 차이를 작가 강윤정은 자신의 작품으로 드러내려 한다. 그녀는 하얀 종이를 잘라서 하나하나 색을 입힌다. 그 낱낱의 종이들은 겹겹이 쌓여 하나의 덩어리 느낌이나 그림의 형태가 된다. 일종의 착시 효과가 만들어내는 기호의 다채로움이다. 0.1mm에서 0.5mm의 간격을 둘 뿐인데, 관객의 눈앞에는 역동적인 이미지가 펼쳐진다. 우리는 그녀의 작품을 대하면서 원거리에서 느껴지는 변화무쌍한 감각과, 가까이 다가서서 관찰하게 되는 정밀한 구성 원리, 이 두 가지에 경탄하게 된다.

강윤정_Draw-crevice展_갤러리 분도_2011
강윤정_Draw-crevice2_종이컷, 과슈_15×745×1.5cm_2011_부분

작가가 품고자 하는 미술에서 세밀하게 손이 많이 가는 특성(나는 이 성질을 가리키는 말이 있음직하지만 그것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집약성? 비슷하지만 그것은 아니다)은 끔찍하리만큼 꼼꼼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여기에 속임수를 쓰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화폭에 새겨진 여러 색과 형태는 그 자체로서는 아무 것도 증명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우리들의 눈앞에 비춰져 나타났다가 흐릿해지길 반복한다. 수많은 종이의 끄트머리에 드러난 그 중첩과 채색의 이미지는 빈 공간을 보충하는 단자들일 뿐이다.

강윤정_Draw-crevice#71411120_종이컷, 알루미늄패널에 먹_150×120×75cm_2010
강윤정_Draw-crevice#714111351_종이컷, 알루미늄패널에 먹_94×135×1.5cm_2010

그녀는 자기의 미술세계를 '틈'으로 설명하려 한다. 예술사회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비평은 그 '틈'을 구조와 행위의 접속 패턴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한지와 붓과 먹을 더 이상 즐겨 쓰지 않는 동양화가, 전통적 화법을 따르지 않고 현대미술로 건너 간 한국화가, 이 같은 미술제도(구조)로부터의 일탈(행위)은 작가로 하여금 틈이라는 대안 담론을 착안하게 만들었다. 다행스럽게도, 틈의 미를 둘러싼 담론은 작가 본인의 창작 방법론과 일치했다. 틈은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는 비워진 무 無 의 상태지만, 그것이 가진 맥락은 있고 없음 有無 을 넘어서 뚜렷하게 인식되는 사유의 존재다. 있지만 동시에 없는 대상, 이러한 논리의 역설은 곧 예술로 다루어진다. 논리의 전개가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과학과는 별개의 장에서 틈을 둘러싼 논리의 허점은 미와 추를 구별하는 예술에서 환영받을 것이다. 또한 작가가 지금까지 감행해 온 제도로부터의 일탈은 그 결과를 스스로 껴안아야 하는 위험부담에 관한 불안감을 키운다. 따라서 그녀에게 틈은 위험부담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내어야 하는 도피처인 동시에, 끊임없이 그것을 채워야 하는 이중의 모순에 갇힌 심리의 징후이다. 강윤정은 이 논리적 불일치를 정교한 계측 행위 속에 끌어들인다. 핀셋과 자와 접착제를 이용하여 각각의 구획을 일정한 수의 종이로 간격을 맞추는 작업은 뜨거운 구상과 대조되는 차가운 실행이다.

강윤정_Draw-crevice#714111352_종이컷, 알루미늄패널에 먹_94×135×1.5cm_2010
강윤정_Draw-crevice#71411060_종이컷, 알루미늄패널에 먹_94×60×1.5cm_2010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 강윤정은 이전까지 보여 준 이미지보다 좀 더 정제된 작품을 선보인다. 점이 모인 선이 다시금 면을 이루어 형태를 재현하는 미술의 일반적인 과정 대신 선(이라기보다 종이의 날이 드리우는 그림자라고 해야겠다)이 그대로 형태를 구성하는 방식은 더욱 뚜렷해졌다. 모든 작품은 수많은 틈을 채우고 또 허용하는 정도의 변화를 강조한다. 그녀가 가진 예민함은 전시의 완성도와 삶의 풍요라는 현실적 가치 앞에서 더욱 요동칠 수밖에 없다. 내 생각에는 이러한 불안 또한 작가 본인이 가진 재능의 일부이다. 그녀가 매번 제시하는 새로운 작품에는 젊은 미술가가 가지는 불안이 드리워져 있다. 불안은 대충 손쉽게 한 작품을 완성하거나 한 전시를 마무리하고 성과를 거두려는 유혹을 떨쳐내는 동력이 된다. 아래위로 내려진 선은 그 행위를 확정하려는 작가의 의지이다. ■ 윤규홍

Vol.20110204d | 강윤정展 / KANGYOONJEONG / 姜玧庭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