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미展 / PARKJONGMI / 朴鍾美 / sculpture   2011_0209 ▶︎ 2011_0215

박종미_woodcity1_나무, 천_40×360×15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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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큐브스페이스 CUBE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 37번지 수도약국 2층 Tel. +82.2.720.7910 www.cubespace.kr

작은 목재조각들의 향연 ● 박종미의 작품은 조각난 목재들을 배열하는 방식으로 집 이미지를 구성한다. 이때의 집은 실제 형상이 아닌 상징체로서, 내밀함의 가치들에 대한 현상학적 존재이자 흩어져있는 여러 이미지들을 결집시키는 통합체, 곧 이미지들이 집적된 공간이자 시간이다. ● 우리는 이러한 작가의 작품에서, 섬세하고 정갈하게 다듬은 나무 조각들이 모인 집들과 익숙한 주변의 풍경들을 만난다. 이 풍경들은 작가의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지만 아직도 진행 중인 현재의 일상의 모습이자 내가 꿈꾸는 세상, 내가 기억하는 꿈, 세계이기도 하다. 계획하고 설계하고 구축하고 싶은 City와 같이 작은 형체의 목재조각들로 만들어진 박종미의 집들은 아직 구체화 되지 않은 잠재태(潛在態), 곧 '설계'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가능태인 것이다. ● 작품들은 대부분 가구제작에 사용하는 포근하고 따뜻한 천연 목재를 정교하게 잘라 배열하는 방법으로 만들었다. 이 목재 조각들은 질서 정연하지만 다양한 기하형태들로 구성되어있으며, 1미터 길이를 넘지 않는 나무 조각들을 쌓아 올리거나 병치했다. 목재의 자연색과 결, 두께의 차이, 각도, 홈파기 등은 명암과 더불어 미묘한 변화와 리듬을 만들고 있고, 목재가 아닌 다른 재료, 예를 들어 배경이나 목재에 올려 진 실크스크린 판화는 목재의 질감에 회화적인 섬세함을 더하고 있다.

박종미_woodcity2_나무_62×32×28cm_2011
박종미_woodcity4_나무_57×35×36cm_2011

작품은 바닥을 공간으로 하는 입체형의 작품들과 벽을 공간으로 하는 부조형과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landscape를 제외한 모든 작품명제는 city와 house 앞에 wood가 붙어있을 정도로 나무로 된 세상 풍경을 보여준다. ● 입체형 작품들은 보편적으로 건축적인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높낮이가 각기 다른 8개의 기다란 변형삼각형 형태의 기둥을 세워놓은 「woodcity 4」의 형상들은 흰색 띠를 형성하는 활자체―내용에 상관없이― 덕분에 고층빌딩들을 연상하게 만들며, 「woodhouse 6」는 건축학도가 집을 설계하기 전에 기하형태로 집의 전체적인 외형을 가늠하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woodcity 5」는 크고 작은 육면체와 원통형의 나무 조각들을 쌓아 올려 마치 토템과 같은 인상이다. 그리고 「woodcity II」에서 필자는 자연 그대로의 통나무를 받침대를 보면서 조금 과장된 비유지만 로댕의 「사색 La Pensée」을 떠올렸다. ● 대부분의 부조 작업들의 배경은 실크스크린 판화 작업으로 색채와 이미지를 덧붙여 깊이와 섬세함을 더했으며, 「woodcity 1」와 「woodhouse 1」은 베니어판의 질감을 목재의 질감과 대비시켰다. 「woodhouse II」는 곡선의 홈을 파낸 후의 곡선과 사선의 모서리, 그리고 원형의 목재가 측면의 집과 내려다보이는 정원을 연출하는 것 같다. 고공에서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단지와 유사한 「woodcity 3」은 미니멀리즘 회화 작품처럼 단일한 선들로 구성되어있다. 작품 명제 「woodman」과 「woodwoman」 만이 인간의 형상 ―남성은 매우 경직된 직각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여성은 유연한 편―이다. 그리고 「landscape」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홈을 판 목재들을 배열하여 리듬을 주었기 때문에 피아노 이면을 보는 시각적 리듬이 있다.

박종미_woodcity5_나무_57×70×65cm_2011

특히 이번 전시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은 높이 40센티미터에 길이가 거의 4미터에 가까운 기다란 「woodcity 1」(360×40×17cm)이다. 이 작품은 작은 나무 조각들을 각기 다른 기하 형태로 아주 정교하게 잘 다듬어 만든, 여러 개의 집들의 행렬로 이루어져 있다. 질감, 결, 색, 두께, 높이, 크기, 모양 등이 제각각인 삼각형, 사각형의 목재들이 모여 이루는 이 집들은 질서 있게 완벽한 수평선상에 위치하지만, 모두 제각각의 음향효과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시각 변화와 울림의 효과는 마치 Mstislav Rostropovich가 연주하는 J.S. BACH의 Cello-Suiten의 연주를 들을 때와 같은 느낌을 준다. 사실, 음악을 잘 모르는 필자 임에도 불구하고, 비록 CD로 듣는 것이지만, 이 첼로 연주는 들을 때마다 '질서와 변화의 아름다운 하모니'라고 감히 찬탄하곤 한다! 박종미의 「woodcity I」의 질서정연한 수평배열은 규칙적인 지속성을 지니면서, 우리의 일상, 우리의 집에 대한 기억, 그리고 집들의 형상들 속에 아주 섬세하고 미묘한 변화와 하모니가 존재한다.

박종미_woodhouse2_나무, 천_120×30×15cm_2011

작가의 작업실은 대로변 길가 상점 사이의 계단을 올라 일반 주택의 집 대문을 열고 다시 위층계단을 올라서서 측면으로 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곳이다. 이 모든 공간을 문을 없애 한 공간처럼 소통하게 만들어 작업실로 쓰고 있다. 이곳은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옛 집의 한 부분이다. 작업실은 계단을 두 번이나 올라온 만큼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한다. 필자가 자세히 작업실 구조를 설명하는 것은 우리의 집에 대한 기억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어서이다. 작가는 의식하거나 의식하지 않거나 친근한 장소, 익숙한 공간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위치만 같을 뿐, 옛 집의 구조는 그 공간에서 있었을 기억의 이미지, 빛바랜 옛 사진을 들여 볼 때와 같은 이미지조차 제공할 수 없다. 기억은 어떤 상황, 어떤 사건과 결합된 우리의 감각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거주하지는 않지만 옛 기억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간의 흐름에서 다듬어지고 포장되었을 추억의 가치에 어떤 고정된 틀을 씌울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기억은 현실에 적응하면서 미래를 계획하는데 필요한 만큼만 꺼내어져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장롱 속에 깊이 파묻어두었던 많은 추억들 속에서 말이다.

박종미_woodman_나무, 천_120×30×15cm_2011
박종미_woodwoman_나무, 천_30×120×15cm_2011

집들의 내밀하고 구체적인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집을 「대상」으로 생각하고 그 모습들을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을 넘어서 '거주한다'는 근본적인 기능과 연계된 애착관계가 드러나는 가치들에 주목해야한다. "집이란 세계 안의 우리들의 구석인 것이다. (중략) 우리들의 최초의 세계이다. 그것은 정녕 하나의 우주이다." 집의 형태를 빌어 '안정되게 자리잡은 공간들 가운데서 일련의 정착점들을 알아보는 것' 으로 이해할 수 있다.(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e) / 곽광수 옮김, 『공간의 시학』, 민음사, 1990 pp.113-115, 120) 현실에서의 위치나 장소는 외양과 더불어 출발과 도착의 의미를 지닌다. 한편, 기억 속의 장소는 외양이기보다는 우리의 내면에 스며든 원초적인 감각이기 때문에 장소에 얽힌 기억은 시간에 의해 그 당시의 실제상황을 되살릴 수 없다. 우리가 이미 그때의 '나'이지 않은 것처럼. 기억에 의한 장소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한다. 우리는 '그 때의 나'를 기억하는 것이다. ● 조각에서 재료는 시각 뿐 아니라 촉각으로 지각되기 때문에 박종미가 선택한 목재는 우리의 집이나 가구를 통한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삼차원에 의거하는 조각은 빛과 우리의 움직임과 연관되기 때문에 여러 개의 목재의 조각들이 중첩되고 배열된 박종미의 작품들은 우리 신체 공간의 내적 감정에 호소하게 되는 것이다. ● 이번에 전시된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작가는, 일종의 유희처럼 우연한 배열이라 할지라도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수없이 목재 조각을 쌓아 올리거나 배열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작품의 골조가 어느 정도 형상을 갖추기 시작할 때, 다시 이미지를 덧씌우면서 작가의 감성을 가다듬고 난 후에 비로소 작품으로 탄생되었다. 그리고 작가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러한 작업과정을 반복할 것이다. 기억들을 현재에 모아 미래로 향하게 하면서. ■ 이봉순

Vol.20110209h | 박종미展 / PARKJONGMI / 朴鍾美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