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할 수 없는 풍경

손정은展 / SHONJEUNGEUN / 孫廷銀 / installation   2011_0211 ▶︎ 2011_0313 / 월요일 휴관

손정은_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_성곡미술관 2관 2층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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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1_0210_목요일_05:00pm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_서울문화재단

관람료 어른,대학생(20~64세)_5,000원 / 학생(초,중,고교생)_4,000원 20인 이상 단체_1,000원 할인 * 65세이상 어르신, 7세 미만 어린이는 무료관람(까페이용 별도) *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단체관람료가 적용 * 본 요금은 동 기간 전시되는 1관 전시 관람요금 포함

도슨트 설명_매일 2회 (2시, 4시) *단체_사전 전화문의 (T. 02.737.7650)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종료시간 30분 전까지 입장

성곡미술관 SUNGKOK ART MUSEUM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1-101번지 Tel. +82.2.737.7650 www.sungkokmuseum.com

『손정은 : 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 ● 성곡미술관은 2011년 첫 중견·중진작가 집중조명으로 『손정은:명명할 수 없는 풍경』展을 개최합니다. 2010년 『김영헌:Electronic Nostalgia, Broken Dream』展과 『박화영:C.U.B.A.』展에 이어 선보이는 이번 집중조명 전시에는 무어라 명명할 수 없는 세상의 모든 왜곡된 남성권력과 억압기제 등에 대해 가하는 작가의 날선 비판이 가득합니다. 부산비엔날레 등 국내외 다양한 프로젝트와 기획전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손정은의 작가적 역량과 고민을 한자리에서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성곡미술관은 시장과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이들과 비평적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의 창작 지평을 묵묵히 넓혀가는 중년의 작가들을 주목하고 응원할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성곡미술관

손정은_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_성곡미술관 2관 3층_2011
손정은_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_성곡미술관 2관 3층_2011

연출(mise-en-scène)1. ● 『손정은: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은 손정은의 일인 심리극(psychodrama)이자, 작가 스스로에 대한 일종의 미술치료(Art Therapy)과정으로 이해된다. 주지하다시피 심리극이란 '사회에 대한 부적응, 혹은 인격 장애의 진단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방법으로서의 연극'을 말한다. 손정은의 작업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서 이러한 심리극의 형식을 취한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자신을 둘러싼 이런저런 억압기제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지적하고 극복하고 치료해나가는 치유과정이다. 연극의 무대와도 같은 독특한 설치작업과 극적인 상황 설정을 통해 손정은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한다. ● 다소 의외지만, 심리적·시각적 충격이 강한, 이른바 쎈 그의 작업과는 달리 손정은은 실제로는 생선 몸통에 바늘하나 찌르지 못하는 여린 심결의 소유자다. 전시장에는 썩어 가는 것들과 박제된 것들이 가득하지만, 정작 작가는 생닭을 잡지도 못하며 껍질을 벗겨낸 닭을 감히 만지지도 못한다. 당연히 작업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름 돋는 리얼한 작업 과정은 지인과의 협업으로 간신히 마무리한다. 누군가에게 그러한 가해 행위는 스트레스 해소책일 수 있으나, 정작 작가 자신에게는 그러한 것을 지켜보는 시각적 경험조차 커다란 스트레스였다. ● 손정은은 스스로 그러할 수 없음에 대해 적당히 고통 받고 불안해했다. 자라오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부조리와 사회의 모순구조, 왜곡된 남성권력과 가부장적 권위와 제도에 대한 지적과 고발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자신이 답답하고 원망스러웠다.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엄연한 현실을 외면하기는 더더욱 힘들었다. 하나둘 용기를 내어 작업에 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나의 양태로 규정지을 수 없는 이들 '명명할 수 없는 풍경'들을 제한된 매스(mass)와 형식으로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손정은은 현장중심의 프로젝트성 전시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고 그의 작업도 차츰 무대미술과도 같은, 연극적인 형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2. ● 총 3개의 공간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한편의 사이코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심리극 형식이 시각예술과 결합한 이른바 미술심리극 프로젝트다. 일반 전시회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형식 언어가 손정은의 독특한 감성과 어우러져 한편의 연극무대 연출을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무대, 현장, 합창 순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3층에서부터 시작해서 1층에서 마무리된다. 3층은 「제1장」 무대 : Pornographic Love 사라진 비밀, 2층은 「제2장」 현장 : The Easter Boys "너는 젊고 아름답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1층은 「제3장」 코러스 : The spring station of melancholia 라는 소주제로 각각 개성이 분명한 풍경들을 일반에 선사한다.

손정은_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_성곡미술관 2관 3층_2011

전시 도입부에 해당하는 3층은 이번 심리극의 제1장에 해당한다. 제목은 '무대'다. 손정은의 심리극이 시작된 배경 징후들을 제한적으로 읽을 수 있다. 주제는 「Pornographic Love_사라진 비밀」이다. 전시 전체로 보면 이 공간의 연출 키워드는 '우울과 멜랑콜리아(melancholia)'로 보인다. 손정은 개인의 정신운동이 지연되거나 또는 격정이 두드러진, 혹은 심한 죄책감이 나타난 멜랑콜리아적인 징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왜곡된 남성권력과 가부장적 제도, 억압된 여성성(gender/sex)에 대한 노골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남성과 여성이 충돌하고 순결과 욕정이 대립한다. 2007년부터 최근까지 제작한 작업들을 순서 없이 던져 놓았다. 미장센(mise-en-scène)이 가장 강한 곳이다. 신작 중심의 다른 공간에 비해 이곳 제1장은 코리아나미술관, 쿤스트독갤러리, 부산비엔날레 등에 부분적으로 소개가 되었던 오브제들이 일부 신작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2, 3장을 이해하는, 나아가 전시 전체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시발(始發)공간이다. 지난 5년을 돌아보았을 때, 손정은이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압축하고 있다. 당시 그의 고통은 가면성 우울, 반응으로서의 우울이 아니라, 명백한 우울이었으며 각각의 작품들마다 이같은 작가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짙은 여운으로 남아 있다.

손정은_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_성곡미술관 2관 2층_2011

2층은 제2장 '현장'으로, 주제는 「The Easter Boys "너는 젊고 아름답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이다. 이곳은 찬란한 그러나 눈부시지 않은 손정은의 비밀 정원이다. 3층이 처녀의 방(자궁)을 의미한다면 2층은 창녀의 방(자궁)이다. 전시된 장면들은 3층 제1장 입구의 캐비닛에 전시되어 있는 배가 부른, 거짓 임신한 여성의 배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사진들은 가상적인 자궁 안에서 탄생된, 연극적으로 연출한 것들이다. 손정은은 그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수백의 사진을 통해 은유적으로 풀어냈다. 그것은 집창촌 작은 방에서 벌어지는 성애장면의 은유일 수도 있고 창녀들의 자궁에서 만나는 수많은 남근들의 모습을 뒤튼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시장은 온통 분홍이다. 남성을 기다리는 묘한 표정의 작은, 붉은 침대가 놓여 있고 방은 대체로 어둡다. 실제 촬영이 진행된 곳과 분위기가 아주 흡사하다. 30년이 넘은, 재개발이 결정되어 이주가 시작된 곧 헐릴 예정의 아주 낡고 작은 아파트의 작은 방에서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손정은의 씨크릿 가든, 그곳은 누구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분홍빛 공간으로 모델과 작가의 쫓고 쫓기는 주문과 반응이 뿜어내는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황홀한 공간이었다. ● 손정은은 여성을 쓰지 않고 남성을 모델로 했다. 이들 남성은 프로가 아닌 일반인들로 작가의 지인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곳에 등장하는 남성들이 여러 형태로 꽁꽁 묶여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심리극에서의 역할 바꿔하기로 이해된다. 그는 모델의 몸에 절대로 직접 손을 대지 않았다. 또다른 남성 어시스턴트의 도움으로 모델을 완벽하게 포박했다. 실제지만, 실제가 아닌 연기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조력자와 목도자를 둔 엄격한 작업이었다. 촬영도 작가가 직접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손정은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이런저런 성적 차별과 억압의 상태로부터 입은 상처를 조금씩 회복해 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자들의 도움을 받아 남자들로부터 받은 자신의 오랜 트라우마를 치유한 것이다. 이번 전시가 개념적인 측면은 물론, 준비과정에 있어서도 여자와 남자의 성이 상호 교차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사람이나 자연물도 상처를 입어야 향기가 더욱 진해지는 법이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프로젝트인 셈이다.

손정은_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_성곡미술관 2관 1층_2011

1층 제3장은 손정은 심리극의 마지막장 '코러스'다. 그는 「The spring station of melancholia」를 노래한다. 이곳은 3층이나 2층처럼 직․간접적인 응징의 행위가 드러나지 않는다. 포용과 화해, 용서로서의 의미가 강한 어머님의 방(자궁)이다. 이곳에서도 분홍의 꽃은 등장한다. 이들은 거즈를 붉게 물들이며 진하게 여성성을 드리운다. 전시장에 걸려 있는 3점의 사진작품 중 제일 높은 곳에 자리한 「베일을 쓴 아버님의 초상」에서는 그토록 거부했던 절대권력으로서의 남성권력, 가부장제를 용서하고 위로하려는 듯 남성을 부드럽게 품어 안고 있다. 공격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모성으로 위로하고 보호하려는 의미의 장치다. 아버지라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를 의미하기도 하고 가부장제에서의 아버지이기도 하고 남근상으로서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입구에는 전리품 같은 여성들의 두상이 즐비하다. 가마에서 성형한, 기기묘묘한 모양의 용처를 알 수 없는 성형한 도자기들이 건물 골조 위에 자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제사, 제의적인 느낌이 강하며 무덤 속 발굴 현장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마치 흐린 날 늦은 오후 납골당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보기에도 섬뜩한 여성두상들은 누군가에게 쥐어뜯긴 입을 열어 합창을 한다. 웅웅웅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소리를 모으고 있다. 중성적인, 흡사 포유류의 원시적인 울부짖음처럼 들린다. 폭력을 뛰어 넘는 용서와 화합, 관용과 포용의 합창이 울린다. 심하게 실어증을 경험했던 작가가 오버랩된다.

손정은_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_성곡미술관 2관 1층_2011

3. ● 손정은은 왜곡된 남성권력에 대한 거부감과 그것에 대한 복수, 응징을 거쳐 화합과 용서로 이어지는 변증법적 치유과정을 특유의 연출기법으로 보여주었다. 자신이 온몸으로 거부해온 기성의 왜곡된 절대권력과 규율에 대한 막연한 저항감을 구체화하고 그것을 조형적․현실적으로 지적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러한 작업 과정은 유약했던 자신에 대한 분명한 심리치료과정으로 작용했다. 작업을 통해 심리적으로 담대해지는 예술적 치유를 경험했다. 그 어떤 의학적, 종교적 치유보다도 효험이 있는 이 과정은 말 그대로 미술치료에 다름 아니다. '명명할 수 없는 풍경'이란 종교와 권력, 가부장적 제도 등과 같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런저런 억압기제, 또는 내부에 존재하는 자기모순을 말한다. 이들은 손정은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신경증에 실어증을 앓을 정도로 심한 가슴앓이를 했다. 죽음의 문턱도 경험했다. 그러나 일방적인, 보이지 않는 세상의 폭력과 왜곡된 권력, 불합리한 제도 등으로 가득한 일상은 그를 더욱 강하게 했다. 손정은이 가진 물리적 힘은 약하지만, 심리적․예술적으로 선하고 강한 힘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손정은식 작업을 가능하게 했다. 어린 시절 경험한 몇몇 죽음도 그에게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이자 작업의 직접적인 모티프가 되었다. 마치 거역할 수 없는, 신내림을 받듯이 손정은은 자기연출의 심리극 작업방식을 받아 들였다. 상상력이 지나치게 앞서가는 자신을 걷잡고 작업은 구체성을 띠기 시작했다. 손정은의 이번 연출은 대상에 대한 과장된 자기동일시(selfidentification) 감정, 혹은 세상에 대해 말할 수 없었던 자격지심과 자책감, 트라우마를 하나하나 치유하고 다스린 미술치료과정에 다름 아닐 것이다. ■ 박천남

Vol.20110212d | 손정은展 / SHONJEUNGEUN / 孫廷銀 / installation